현장이 저를, 민주노총 현장대장정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font color=darkblue>민주노총 발행 전국신문 <노동과세계>가 이석행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금 6개월간의 현장대장정에 '올인'한 상태다. 때문에 위원장을 만나 안정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실정.

지난 20일 <노동과세계>가 이석행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현장대장정에 대한 소회, 공식취임 두 달동안 벌인 활동에서 느낀 점, 장관 및 재벌 회동과 노사정 대화틀 구축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도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인터뷰내내 열변을 토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석행 위원장과의 특별인터뷰 원문을 공개한다.<편집자주> </font>

[사진1]<b>▲4월19일 제40차 임시대대가 중간에 성원미달로 유예됐으나 임원직선제 규약개정, 미선출임원 선출 등 소기 성과도 있었습니다. 취임 후 첫 대대 치른 소감은 어떻습니까?</b>

=민주노총 새 집행부가 들어서서 첫 임시대대는 성원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긴장했고 열심히 조직했다. 다행히 어렵게 성원이 돼서 민주노총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임원직선제와 보궐선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재정혁신 등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못하고 유예됐다.

먼저 조합원들에게 사과 드린다. 죄송하다. 또 끝까지 남은 대의원동지들에 죄송하다. 사과 드린다. 어쩔 수 없이 먼저 가신 대의원들에게도 절실함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민주노총의 새로운 기풍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대가 늘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특단의 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는 문제를 고민 중이다. 한편으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위원장으로서 우리 조직의 골간인 대의원들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고민이 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미완성보다는 완성을 추구하고 싶고 무엇을 결정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유종의 미를 거두는 기풍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의원들께 진정을 담아 호소 드린다. 처음보다는 끝이 중요하고 그 과정도 중요하다. 사실 유예될 것을 미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교조 사립학교법 문제와 서비스연맹 유통 음료업체 문제를 대회사에서 미리 특별결의한 것이 다행이다. 전교조 선생님들도 좋아하셨고, 서비스 동지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도 들었다.

4월20일 아침 출근해서 22일로 예정된 전국교사대회를 힘있게 함께 하자고 문자도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전교조 문제를 전교조만의 문제로 본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문제다. 모두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 아닌가. 너무 방관하고 있다. 사학법과 교원평가문제를 비롯해 전교조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잘 되고 공교육이 올바로 서야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

<b>▲취임 두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위원장 뵙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다양한 노동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지내시는 모습입니다.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파악하셨습니까? 취임 석 달 째에 접어드는데 내놓을 수 있는 가시적 성과는 무엇입니까? 총국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만.</b>

=2년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시절 나름대로 문제점을 진단했지만 민주노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하고 도중 하차했다. 이후 현장을 돌며 사람들을 만났고 현장대장정도 그 속에서 출발했다. 개인 이석행이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으로서 현장대장정을 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뜨겁게 맞아줘서 제가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 그럴수록 현장대장정 프로젝트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

민주노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과 현장이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대장정 프로젝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 그동안 파악한 문제점은 중앙과 현장이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산별이나 연맹을 통한 현장 사업만 접하다보니 멀게도 느껴졌고 노동현장에서 흘리는 땀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직접 결의하고 뛰어다니면서 조합원들의 땀냄새를 맡고 현장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 지 확인하고 있다. 또 조합원은 아니지만 장애인들, 고등학생 대학생, 소외계층, 일용직노동자들도 만나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속에서 성과라면 우리 조합원들 곁으로 다가서는 민주노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대장정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자 이제는 현장이 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큰 성과다.

노정교섭틀을 구축하고 있다. 각 부처 장관을 만날 때 산별 대표자와 힘께 만나 해당 산별과 정부와의 새로운 노정교섭 틀을 만든 것이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건설산업노조에서 추진하던 법들이 2개 통과됐다. 교원노조법도 개악되려던 것을 몇 조항 바꿔 일정정도 성과를 냈다. 건설산업노조, 전교조, 운수노조 택시분과, 보건의료노조들과 함께 움직이며 만들어낸 것을 큰 성과로 꼽고 싶다.

또 장투사업장 관련해 어제는 노동부장관과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을 모색했다. 하이스코도 해결됐고 경주 신라국악예술단 투쟁도 현장대장정 기간에 풀렸다. 아직도 여러 현안이 있지만 하나씩 해결되고 있는 것이 희망적 성과다.

총국 동지들은 아직 저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는 하지만 입체적이지 못하다. 각자 부서에서 열심히는 하는데 그것들이 모아져서 민주노총 사무총국으로 다가가는데 부족하다.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본인이 영역에서 맡은 고유업무만이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원들부터 일용노동자, 장애인, 학생, 장관, 기업체 사장, 재벌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나는 위원장의 행보를 사무총국이 입체적으로 받아안아 준비하고 제도화하는데 발빠르게 움직여주면 좋겠다.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제가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모두 따라오지 않겠는가.

또 하나 사무총국의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계속 반복해 온 일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상의 관성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물론 박봉과 체불, 과다한 업무분담 등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합원과 노동자 민중에 복무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b>▲현장대장정에 대한 안팎 의견이 긍정, 비판, 부정 등 분분한 실정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장대장정 일정이 순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원장께서 그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위원장께서 직접 순회한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십시오. 더불어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개인적 평가도 부탁드립니다.</b>

=현장대장정에 대해 처음에 절반은 긍정, 나머지 절반은 부정했다. “저게 뭐냐”면서. 그런데 두 지역을 돌고 난 지금 부정하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 70%이상은 긍정적이다. 사무총국 성원들도 대장정에 대해 지극히 외면하려는 분들이 많았다.

긍정하는 분들도 과거의 현장순회 정도로 인식한 나머지, 허세욱 조합원이 돌아가셨으니 현장대장정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저는 화가 많이 났다. 취소하더라도 부산지역본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라고 했다.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에 현장대장팀장을 특사로 보내서 위원장의 공개사과와 함께 순연하는 문제를 논의하라고 했다.

현장대장정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순회하고 메시지나 보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을 주인으로 받들어 모시고 함께 투쟁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그 요구를 가지고 투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장대장정의 정신이다. 현장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주인이고 조합원들이 일하시는 그곳이 민주노총이기 때문에 제가 심부름꾼으로서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현장대장정의 정신은 조합원을 주인이자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교만해서도 안 되고 조합원을 대상화해서도 안 된다. 또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현장대장정의 정신이다.

지도부와 사무총국은 늘 더 낮은 곳으로 임하고 더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대장정이 성공하고 그래야 민주노총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사무총국 동지들이 저의 현장대장정 정신을 받아 안지 못할까? 물론 위원장과 사무총국 성원들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현장의 고민, 조합원과 전체 대중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갭이 크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저에게 전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쓴소리는 많이 걸러져서 제게 온다.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해줘야 하고 제가 소화하고 제가 걸러야 한다. 그래야 제가 새로운 대안과 제시를 할 수 있다. 무조건 잘되고 있다는 말만 한다. 그러는 동안 바닥은 무너져 가고 있다.

<b>▲현장대장정을 통해 발견한 점은 무엇입니까? 총연맹 차원에서 받아 고민할 주요 현안들은 무엇입니까? 총연맹과 현장 사이의 소통은 몇 점이나 매길 수 있습니까?</b>

=(현장대장정을 통해)조합원들이 얼마나 민주노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민주노총에 대해 얼마나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발견했다.

인천대장정에서 “왜 이제 왔냐?”며 우는 동지들, 머리띠에 사인해달라는 동지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경주 현장순회에서도, 계산공고와 영남대 등 학생들도 만남이 끝난 후 사진 찍자며 좋아하는 것을 봤다. 그것은 저 이석행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 대해 갈구하는 부분도 발견했다.

청암재활원과 요양원에서는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예쁜 젊은 처녀총각들이 장애인들을 돌보며 생활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면서 민주노총의 희망을 발견했다. 민주노총 투쟁조끼를 당당히 입고 밝고 맑은 얼굴로 어두운 곳을 환히 비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민주노총의 미래를 보았다. 그곳에서 만난 동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데 도통 시간이 나지를 않는다. 저는 우리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힘을 얻고 ‘더 잘해야겠구나. 나 자신을 함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총연맹과 현장 사이의 소통점수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제 임기인 3년간 끊임없이 총연맹과 현장의 소통구조를 제대로 뚫어내는 것이 위원장인 저의 큰 역할이 아니겠나 싶다. 가장 큰 문제는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민주노총 중앙이 현장을 대상화해 왔다는 점이다. 또 현장은 거꾸로 늘 그러려니 하고 안주한 부분도 있다. 저 멀리 있는 민주노총, 상징적이기만 한 민주노총이었다.

현장은 자신이 바로 민주노총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고, 민주노총 상근자들은 중앙에서 결정해 지침을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현장대장정과 함께 앞으로의 사업은 내리꽂기식이 아니라 모든 회의에서 가능한 표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형식적 회의는 하고 싶지 않다. 충분히 토론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때로는 내가 설득당하기로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민주노총의 총의를 모아낼 것이다.

[사진3]
<b>▲현장대장정을 통해 지역본부와 연맹, 그리고 총연맹과 산하조직 사이의 갈등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또 문제가 왜 잘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십니까.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b>

=현장대장정을 통해 인천과 경북지역 2곳을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지역본부장들조차 처음 방문하는 현장들이 많았다. 제가 전국지역 현장대장정을 하고 나면 지역본부장들과 연맹위원장들도 저처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한다. 물론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 요구하게 만들고 그 요구를 받아 안아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장이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방문하고 투쟁하기 보다는 조합원들에게 정보를 주고 그들이 요구하고 투쟁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냥 내리꽂는 식의 사업과 투쟁을 해 왔다. 그러나 벌써 10년이 넘었다. 전노협까지 합하면 20년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지금은 중앙에서 총파업 선언을 하지 않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요구하면 당장에 치고 나갈 것이다. 조합원들로 하여금 요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합원들에게 모든 내용들을 충분히 알리고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본부와 산별은 물론 연맹과 단사에서도 하지 않고 있다.

<b>▲한미FTA 협상 무효를 외치며 분신한 허세욱 조합원이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진영의 대응이 무력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습니다. 총연맹은 공식집회 등에서 총력투쟁을 거듭 발표했습니다. 선언적 수준의 것이 아니라면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까? </b>

=당장은 메이데이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롯해서 대내외적으로 저한테 요구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 파업을 한다면 과연 얼마나 할 수 있겠나. 결과가 뻔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총파업이 아닌 조합원을 최대한 모을 수 있는 투쟁을 조직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6월 마지막 주 투쟁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민주노총 전조직을 가동할 생각이다. 선언만 하는 투쟁은 싫다. 대중이 요구하고 조합원들이 나선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총파업을 결행할 것이다.

<b>▲각 부처 장관들과 회동 중입니다. 실무진들 사이의 '핫라인'도 구축됐습니다. 그러나 구축된 그 대화틀이 어떻게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지 실감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틀, 즉 TF가 구축됐는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생산된 구체적 성과가 무엇인지 밝혀주십시오. </b>

=그동안 성과로 생산된 내용들을 기획조정실에 줬는데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정부 관계에 있어서 원칙을 만들고 그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무원칙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다.

첫째 모든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둘째 구걸하지 말아야 하며, 셋째 우리 조합원들에 성과를 만들어다 안겨줌으로써 실사구시를 구현할 것이다.

현재 보건의료노조-보건복지부, 건설산업노조-건설교통부 간에 실질적인 티에프팀을 가동 중에 있다. 건설산업노조의 경우 이번에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건설근로자고용개선에 관한 법률개선안 등 2개 법안을 바꿔내는 큰 성과도 있었다.

지금은 현장대장정 중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 이같은 만남에 대해 민주노총은 익숙치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저는 자신 있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생산의 주체요, 전국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없이 한국사회가 돌아갈 수 있겠나. 비행기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모든 탈거리를 운행하는 것도 우리 조합원들이다. 뭐가 두렵겠는가. 장관은 그 한 부처만 책임지지만 민주노총은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고 저는 그 조합원들의 대표이며 책임자다. 제가 훨씬 높다.

<b>▲재벌들의 경우 회동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왜 재벌과의 회동을 추진하시는지, 얻을 성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씀하여 주십시오. </b>

=성과를 만들기 위해 재벌을 만나려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 전반을 놓고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들어보고 제 생각도 말하려는 것이다. 과연 재벌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지,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강하게 문제제기함으로써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들도 계속 피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과거 정주영회장이 돌아갔을 때 민주노총 위원장이 문상을 가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은 가지 않았다. 저는 문상을 갔어야 했다고 본다. 문상 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도 만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저는 하나도 꿀릴 것 없다.

<b>▲최근 안팎 분위기를 보면 소위 정파적으로 '블럭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위원장께서는 통합지도부 구성방안도 내놓으셨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말씀하여 주십시오.</b>

=애초에 사무총국 인사문제는 총장께 다 맡겼다. 통합지도부 구성방안을 포함해서다. 총장 뜻대로 거의 다 됐다. 이번 인사에 일정정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총장께서도 처음 하는 인사이고 보니 말 많은 인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총장께서 새로운 각도로 고민하고 계실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도 총장 의견을 존중할 것이고 사전에 의견을 나눌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의견조율을 하지 않았었다.

<b>▲민주노동당과 대선방침을 둘러싸고 각을 다듬는 형국입니다. 이 기회에 당과 총연맹 사이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특히 대선방침에 있어서 위원장께서 추진하시려는 구체적 대안은 무엇입니까? 기타 의견도 밝혀주십시오.</b>

=당은 당이고 노조는 노조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세력화의 꼭지점을 딴다는 방침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이 교만해졌다. 몇몇 부류에 끌려가는 것 같다.

저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대상화되는 것이 싫다. 민주노동당의 결정에 따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액공제처럼 중앙 지침만으로 조합원을 대상화하는 것에 반대한다. 조합원들 스스로 민주노동당의 방침에 찬동하고 조합원이 주인이 돼 책임지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대선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은 더 그렇다. 저의 생각을 민주노동당이 알지만 처음에는 개인적 불만으로 터부시했다. 요즘 현장대장정에서 만나는 조합원들에게도 민주노총의 고민과 주장을 밝혀 확산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새로운 정치방침을 만들 것으로 믿는다.

<b>▲위원장께서 <노동과세계>를 꼼꼼히 읽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노동과세계가 노동계 소식을 진실보도하는 대안매체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80만 조합원, 1천5백만 노동자를 모두 수용하기는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인력과 근무여건, 장비 문제 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노동과세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하조직 등과 통합신문 발행 방안을 놓고 논의에 착수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위원장께서는 노동계 언론매체발전과 맞물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b>

=<노동과세계>를 평소 꼼꼼이 살펴 읽고 있다. 민주노총 통합신문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다고 본다. 최근들어 현장대장정이 진행되면서 생생한 현장소식들이 나오는데 과거에는 <노동과세계>에 현장소식이 취약한 것이 늘 아쉬웠다. 하기는 주간신문이 오죽하겠나.

노동방송을 공식채널을 꼭 확보하고 싶다. 신문도 일간지 발행까지 고민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요즘 많이 나오는 무가지처럼 만들어 배포하면 좋겠다. 이제는 우리 생각과 현장소식들을 담아 조합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읽을 수 있는 무가지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절박한 문제다. 민주노총이 처한 실태와 우리 일을 국민들이 너무 모른다. (통합신문 발행계획 등과 관련해)프로젝트로 제안해주시면 적극 검토하겠다.

<b>▲위원장 공식 활동 석 달 째인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향후 민주노총을 어떻게 이끌고 가실 계획인지 말씀하여 주십시오. 현장대장정 전과 후 민주노총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당면 우선과업도 꼽아주십시오.</b>

=현장대장정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진심을 갖고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저는 믿는다. 많이 달라질 것으로. 또 우리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설 수 있다고.

앞으로 사업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80만이 함께 하는 사업기조와 의결단위 회의체계를 끝까지 함께 하는 것, 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는 사무총국 성원들의 정신을 통해서 대중의 뜻과 진보진영의 의지를 실어서 성과 중심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함께 어우러지는 운동풍토를 꼭 세우고 싶다.

주변에서 위원장인 저의 건강을 많이 걱정한다. 물론 체력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현장대장정 중 제가 쓰러지는 상황도 올 것이다. 그러나 피하지 않겠다. 뒤에 부위원장들도 있다. 혹 죽을 수도 있다. 장정이나 그 밖의 다른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임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사는 과정에서 저에게 내일이란 없다.

오늘에 최선을 다해 저를 던지고 밤이면 내일 뭘 할까 혼자 고민한다. 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되면 올인하는 것이 제 신조이고 철학이다. 제 오늘에는 내일도 모레도 없다. 내일과 모레는 희망이고 비전이지만 현실은 이 순간밖에 없다. 오늘이란 시간을 잠시도 놓을 수가 없다.

희망과 비전을 만들어 그것을 민주노총의 미래로 가져오기 위해 오늘을 최대한 치열하게 때로는 웃으며 재미있게 살 것이다. 제게 ‘적당히’란 없다. 저는 집에서 현장대장정 일정 속에서나 잠자리에 들기전 20~30분간 혼자 사색을 한다. ‘오늘 뭘 했나, 어떻게 힘있게 내일을 열까’ 그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아침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밤에 생각한 대로 움직이고 저를 던진다.

<b>▲민주노총 80만 조합원과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b>

=늘 조합원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일터에서 편안히 맘껏 일하시고 풍요롭고 넉넉하게 기쁘게 사실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를 개혁하고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일인데 아직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을 찾아 조합원 여러분이 민주노총의 주체요 세상의 주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동지들이 저에게는 큰 희망이다. 우리 동지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함께 하자’, 그리고 ‘승리하자’는 것이다. 나중의 성과는 다 조합원들의 힘이다. 함께 하다가 건너지 못할 강이 있어 못 건너는 것은 제 탓이다. 건너지 못할 강이라면 제 몸이라도 던져서 다리를 놓아 저를 밟고 엄혹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것이 제 역할이다.

동지들께서 지금까지도 함께 잘 해주셨다. 앞으로도 함께 하자. 그리고 조합원 동지들, 존경하고 사랑한다. 진정성을 갖고 말씀드린다. 어제도 대의원대회 후 뛰어나가서 동지들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인사를 하면서 목이 맸다. 우리 동지들이 바로 제 주인이기 때문이다.

[사진2]
<인터뷰=홍미리 기자, 사진=박항구 기자 /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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