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호텔과 ‘연대’의 이정표

패랭이기자의 더듬이수첩
르네상스호텔과 ‘연대’의 이정표

‘연대’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지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연대투쟁의 시계바늘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8일 어버이날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앞에서는 각종 색깔의 조끼와 몸벽보로 치장한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집회를 가졌다. 인원은 적었어도 식음료 유통본부, 도우, 코오롱, 피자헛, 레이크사이드, 기륭, 학습지, 퀵서비스 등 많은 곳에서 연대의 발길을 모았다.
이 집회에서 연대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문제의 사업장이 ‘호텔업’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경찰들이 막아서는 모습은 여느 사업장과 똑같았다. 다른 모습이라면 경찰저지선이 금방 풀렸다는 것이다. 경찰들은 “‘로비점거’ 때문에 그랬다”는 반응이었다. 100여명 밖에 안 되는 집회시위대와 협상이 비교적 간단하게 성사된 현상은 호텔업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비스연맹 산하 조합원들이 다 모인다면 영업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엄포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네 개, 세 개로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는 성토가 힘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텔은 특정고객들이 드나드는 자유로운 임시거처로 통한다. 그만큼 호텔업의 생명은 서비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비스업의 특징은 고객과의 대면과 끊임없는 관계유지에 있다. ‘감정노동’이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감정’이 순조롭게 기능하지 못하고 폭발한다면 이는 가치생산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란 것도, 기업 존재이유의 한 부분인 이윤도 다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대투쟁과 사업장 문제해결에 대한 함수관계는 어려운 문제다. 그만큼 변수도 많고 당사자들이 안고 있는 고유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서비스업에서 연대의 위력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민주노총’ 하면 사용자들이 일단 부담을 안고 대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래봐야 별 수 있나’ 이런 식으로 변해버렸다”는 모 노조간부의 지적이 날카롭다. “사용자들도 연대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김정일 식음료유통위원장의 발언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민주노총이 빨리 과거의 명성과 힘을 되찾아야 할 텐데...”라는 자조 섞인 안타까움이 드는 이유이다.
비록 100여명 밖에 되지 않은 소규모집회이지만 그들은 연대라는 의미를 몸소 체득한 것처럼 보였다. 서로 ‘품앗이’를 하는 이유에는 장기투쟁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동병상련’의 정서도 깔려있다.
‘연대투쟁’의 절실함과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제기되고 있다. 6월 서비스연맹이 계획하고 있는 대대적인 투쟁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연대투쟁의 시계바늘이 천천히, 아주 느리게 현재를 가리키고 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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