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들 계약해지, 무기계약 제외 등 무더기 해고사태 폭증...생계 파탄으로 이어져
7월 비정규법 시행 앞두고 법 악용한 사용자들의 노동탄압 극심
비정규 노동자 증언대회...생생한 사례 증언

일상적 차별과 해고 압력에 신음하는 ‘반쪽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월 비정규직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무더기 해고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4월19일 기간제 예외조항을 확대하고 파견제 시행 대상을 대폭 확장하는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와 탄압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것. 비정규 보호라는 정부 주장이 억지였음을 그대로 반증하는 셈이다.
법안 핵심은 전국 545만명 비정규직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기간제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사용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기간제 노동자 고용의 사유제한 등 중요한 조치들이 빠져 2년 이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이 가능했던 대다수 기간제 노동자들로서는 법안 시행으로 2년에 한 번씩 내쫓겨야 하는 ‘시한부 목숨’으로 전락하게 된 것.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비정규법 및 시행령에 거세게 반발하며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 비정규법 및 시행령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발표 및 비정규 노동자 증언대회’가 5월7일 국회헌정기념관 2층에서 민주노총과 각계 시민사회단체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대회에서는 △유통서비스 △공공부문 기간제 △기간제 예외 직종 및 파견확대에 대한 사례가 발표됐다. 노동자들은 실제 사업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과 법을 악용한 계약해지 사태에 대한 생생한 사례들을 증언했다.
홈에버(구 까르푸) 시흥점에서 만 21개월 동안 계약직 노동자로 일해 온 호혜경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은 지난 4월11일 청천벽력 같은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본사 직원들에게 불친절하다’는 것이 수납파트 주임이 전해온 해고 이유였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일주일은 지옥과 같은 나날이었다. 기독교 기업임을 자랑하는 이랜드가 직원 모두를 고용승계한다는 말을 믿었건만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분격했다. 최근 홈에버 면목점과 안산점에서 총 10명이 계약해지 당한 것으로 알려져 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법을 겨냥한 조치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공부문 기간제 비정규직도 예외가 아니다. 이은진 새마을 승무원은 “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에게 KTX관광레저로의 전환을 강압했고, KTX관광레저에서는 승무업무와 물품판매를 동시에 하므로 고객 안전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며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열차에 불이 나면 스스로 불을 끄라는 철도공사 이철 사장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예외 직종 및 파견확대문제 관련해 장영배 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은 “정부출연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중 60% 이상은 정규직과 동일한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금지하고 무기계약전환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시적 간헐적 보조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왜곡 보고한다”며 무기계약근로자 전환계약서 및 기간제 법 시행령 제정(안) 문제점을 제기했다.
계약해지, 부당해고 사태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예외없이 닥칠 일이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직 대비 50~60%의 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를 당할 경우 곧바로 생계문제에 봉착하게 돼 더욱 심각한 문제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엄혹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들의 법을 악용한 계약해지와 정부의 무책임한 외면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비정규법 시행 저지와 개정투쟁을 천명하고 나섰다. 한편 일각에서는 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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