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315호 취재수첩

국회 환경노동위가 열린 11월29일 국회안팎은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정규 개악법안이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느냐 마느냐가 판가름나는 날이었기 때문.
국회 앞에는 수도권 노동자들이 아침 10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고, 환노위가 끝난 밤 9시 넘어서까지 집회가 이어졌다. 환노위 회의장 안팎은 초긴장 상태가 계속됐다.
사실 열린우리·한나라당이 이미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라 유보되리란 전망이 우세했다.(<노동과 세계> 314호) 민주노총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26일, 29일 투쟁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양노총 위원장과 환노위원장, 여야간사가 만난 자리에서 법안심사소위 회부방침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일변했다. 이 경우 12월2일 전면적 총파업은 불가피했다. 민주노총은 개악법안 강행처리의 판단기준을 '심사소위 회부 여부'로 설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밖에서는 개악 저지 집회가 국민은행 앞과 비정규 노동자 4명이 농성하는 타워크레인이 바라보이는 국회 동문 근처, 다시 농성장으로 이어지면서 투쟁의지를 다져나갔다. 밤이 되자 촛불이 켜지고, 26일 총파업 영상이 상영됐다.
그 사이 국회 환노위에서는 지루한 싸움이 계속됐다. 단병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정규 법안을 비롯해 모두 27개 법안의 제안설명이 이어졌다. 문제의 정부 개악법안은 맨 뒤로 돌려졌는데 어이없는 소동도 벌어졌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 배일도 의원(한나라당)이 김대환 노동부장관에게 "비정규직이 뭐죠? 58세 정년 노동자는 정규직입니까, 비정규직입니까?"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한 것. 김 장관이 이에 대해 "딴 데 가서 물어 보라"고 받아쳤고, 둘 사이에 공방이 이어졌다. 질의를 끝낸 배 의원이 회의장을 나갔다가 잠시 뒤 돌아와 "딴 데 알아볼 곳이 정말 없다. 신중히 답변해 달라"고 발언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안은 비정규직을 쓰되 당당하게 하라는 법" "불합리성 해소와 고용유연화를 위한 법" "기간제법은 무제한적 기간제를 3년으로 막은 것" "파견법이 통과돼도 실제로 많이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본편향적 발언을 쏟아내 이를 지켜보던 산별연맹·지역본부 대표자들의 격분을 사기도 했다. 그는 "올해 안에 꼭 통과시킬 이유가 뭐냐?"는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의 질문에 "이런 법이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면서도 "환노위가 합의하겠다는 신뢰를 주면 촉박하긴 하지만 정기국회 처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며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막판도 쉽진 않았다. 간사회의 내용을 둘러싼 입씨름과 이경재 위원장의 이해부족이 겹치면서 정회를 하는 소동 끝에 결국 비정규 관련 정부 입법안 2개는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말 긴 하루였다.
박승희ddal@nodo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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