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가치는 공신력 의해 유지

서양 동화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화폐인 금화와 은으로 만들어진 은화가 주로 등장한다. 요즘은 대부분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지폐가 유통되고 있으며,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폐는 많지 않다. 더욱이 금화나 은화는 없다. 우리나라 화폐도 단위가 큰 것은 종이로 만들어졌으며, 단위가 500원 이하인 것만 금속으로 돼 있다. 또 화폐를 만드는 금속은 금과 은처럼 값비싼 재료가 아니므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폐라고 해도 그 자체 가치는 크지 않다.
초기 대표적 화폐는 금처럼 비싼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화폐는 그 자체가 실물이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금화에 표시된 금액보다 금 자체 가치가 더 크다면 그 금화를 녹여서 금으로 사용하고, 화폐에 표시된 금액이 금 가치보다 크다면 화폐로 사용할 것이므로 금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렇게 화폐를 귀금속으로 만들어서 화폐 가치가 유지되도록 하는 화폐제도를 금화(金貨)제도라고 부른다.
금화는 부피와 무게가 크기 때문에 보관하거나 교환하기에도 어려움이 많고 주조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들어 사용과 제조 편리함을 위해 종이에 화폐 가치를 표시한 지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폐가 금화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폐를 해당하는 가치만큼 귀금속으로 교환하는 것을 보장했다. 이런 제도를 태환(兌換)제도라고 한다. 화폐 실질적 가치는 금으로 보장된다는 관점에서 금본위(金本位)제도다.
그러나 금본위 태환지폐였지만 미국 달러도 금과 교환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못했다. 1792년 1달러당 금 1.584g과 교환할 수 있었지만, 1834년에 1달러에 1.4848g, 1934년에는 1달러당 0.877g과 교환할 수 있었다.
달러 평가절하가 지속되면서 달러와 금을 교환할 수 있는 제도를 1971년 8월에 포기했고, 현재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태환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태환제도를 포기함에 따라 화폐발행 주체(주로 각국의 중앙은행)는 금 등 교환대상을 보유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할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화폐 가치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현재 화폐가치는 경제 환경에 맞는 통화규모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화폐 발행 주체 공신력에 의해서만 인정받는 것이다.
신중철/경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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