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 2명 회의 감시중 본부 간부에 적발, 지청장 지시인듯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민주노총 중집회의를 사찰하려다 적발됐다.

노동부 춘천지청소속 근로감독관 2명이 민주노총 제10차 중집회의 장소로 예정됐던 강원도 춘천시 소재 민주노총 강원본부에 진입해 회의를 감시하려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간부들에게 발각됐다.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국회 국무회의에서 비정규법 시행령이 강행 통과된 것에 강력히 반발하며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중앙집행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12일 오후 5시10분경,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에 근로감독관(임00)이 본부장을 찾으며 들어왔다. 당시 지역본부에 혼자 있던 강원지역본부 박 조직부장은 “안 계시다. 노동부 근무하면 민주노총 위원장 현장대장정 알 것 아니냐?”고 했고 근로감독관은 “안다”며 “오늘 회의 몇 명이 몇 시에 하느냐?”고 물었다. 이날 오후 예정된 민주노총 중집회의를 지칭한 것.

박 조직부장은 “8시에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은 알 수 없다”며 “내용은 비정규법 시행령 통과에 대한 민주노총 대응문제”라고 답했다. 박조직부장이 이어 “정보과 형사냐?”고 묻자 “아니다. 근로감독관이다”라며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 임00’이라고 써 있었다. 박 조직부장은 “근로감독관이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 실태를 잘 알테니 양심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정규법 시행령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임 근로감독관은 5시50분 돌아가면서 “본부장을 만나러 다시 오겠다”고 했고, 박 조직부장은 “본부장님 오시면 바로 회의를 할 것이고 민주노총 중집회의는 나도 참관자격이 없다”며 “오지마라. 만약 또 오면 경비를 세워 제지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근로감독관이 돌아간 후 박 조직부장은 바로 본부를 나서 볼일을 보고 밤 10시경 돌아왔다. 그 동안 강원본부 5층 회의실에서는 민주노총 중집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잠깐 회의장을 나온 본부장은 박 조직부장에게 “아까 본부에 도착했더니 근로감독관 2명이 4층 로비에 앉아있길래 가라고 쫓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조직부장은 깜짝 놀라 급히 본부 건물을 나서 주변을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본부 건물 옆 도로에 아까 그 근로감독관과 또다른 한명이 차를 타고 앉아있었다. 격노한 박 조직부장은 차에 접근해 강력히 항의하고 “내일 오전까지 지청장이 사과전화를 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강원지역 현장대장정에 함께 하고 있는 본부장은 전 일정 때문에 회의장에 20여분 늦게 도착했고, 3시간여 전에 박 조직부장이 근로감독관을 만난 사실을 알리 없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박 조직부장은 “이번 근로감독관의 민주노총 회의 감시사찰은 지청장의 지시에 따른 것임에 분명하다”며 “이제는 민주노총 회의까지 감시하려 드는 노동부의 파렴치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강원=홍미리 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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