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해가 바뀌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완전폐지'를 결판짓지 못한 채 애를 태웠다. 12월30일까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을 연출한 것.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에 앞서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담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현행 국보법을 '국가안전보장특별법'이라는 대체입법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 앞 투쟁 참가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따르면 '반국가단체' 조항 삭제, 이적단체에 대한 형량 대폭 완화, 단순 찬양고무는 삭제하되, 적극적인 선전선동행위만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폐지당론을 재확인하는 등 온종일 방향을 가늠키 어려웠다.
더불어 4대 개혁안 가운데 신문법, 과거사기본법 등에 대해서는 양당 대표회담에서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립학교법은 워낙 견해차가 커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양당 사이 별 이견이 없는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새해 예산안, '뉴딜3법'(기금관리기본·민간투자·국민연금법) 등은 민주노동당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앞서 29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이 찬성 117표, 반대 58표, 기권 11표로 통과돼 2005년말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퇴직 뒤 한꺼번에 받았던 현행 퇴직금제 방식말고도 노동자가 받을 연금액을 미리 확정받는 '확정급여형'과 적립금 운용수익에 따라 노동자가 받는 연금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 등에서 고를 수 있게 됐다. 환노위를 거치면서 원안에서 퇴직금지급 방식을 바꿀 때 노동자 과반수 '의견'이 아닌 '동의'를 받을 것, 노동부내 퇴직연금심의위 구성, 금융기관 파산 등에 따른 지급보장방안 마련 등 일부 보완됐다. 그러나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맡김으로써 증시안정자금으로 동원할 우려가 있고 특히 '확정기여형'으로 바꿀 경우 증시형편에 따라 퇴직금을 통째로 날릴 위험이 매우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불어 바뀐 제도는 지불능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에 둔 제도라는 점에서 비정규 영세노동자를 소외시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민주노총을 포함한 국보법철폐국민연대 소속 3천여명은 국보법 철폐를 위해 29~30일 1박2일 동안 국회 앞에서 집회와 문화제를 열었으며, 민주노총도 밤 11시 넘어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본회의가 열린 30일에도 온종일 국회 앞 집회가 이어졌으며, '국보법 대체입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격분한 단식농성자와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한 때 국회 앞 진격투쟁을 벌이다 일부 단식자들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쓰러지거나 다쳤다.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은 "개혁법안과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쟁취 등 현안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끝내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민주노총은 1월부터 현장순회 등을 거쳐 조직적인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1월7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희 ddal@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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