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말곤 차별여전 '중규직'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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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단협을 거치면서 많은 사업장에서 일부 혹은 다수의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됐지만 고용이 안정됐다는 점말고는 차별이 여전해 이른바 '중규직'이란 표현까지도 등장하는 등 말로만 정규직이란 지적을 낳고 있다.

이랜드노조의 경우 지난 2001년 3월 265일에 걸친 파업 끝에 2년 이상 근무자에 한해 부곡분회 비정규직 36명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냈다. 당시 물류전문직이던 이들의 임금은 50만6천원(기본급 40만원+수당)이었는데 정규직 전환 뒤 연봉제로 1천8백만원 정도까지 올랐지만 이는 정규직의 7~80% 수준이었다.

당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구재수 분회장은 "정규직의 경우 초봉이 1천8백만원~2천만원이고, 평균 2천만원이 훨씬 넘고, 상여금 500~700%와 별도의 연말성과급 등이 지급되지만 전환자들은 연봉으로 묶여 실수령액이 오히려 낮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회사쪽은 "전환임금이 월 8~90만원으로 오른 건 30% 이상의 인상효과가 있다"고 나오고 있다는 것. 구 분회장은 "직급제, 성과연봉제, 총액임금제 등 임금형태도 복잡해 노동부도 이상한 회사라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랜드는 특히 업무에서도 차별을 둬 불씨를 만들고 있다. '노사합의 없는 부서이동' 사건이 이미 지노위에서 부당함이 판명됐고, 현재는 중노위에 계류 중이다. 회사쪽은 그러나 예전업무를 고집하며 차별을 지속하려는 조짐이다. 구 분회장은 이와 관련해 "정규직 전환 합의 당시 고용안정말고는 그에 따르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치 못했는데, 사측은 비정규직 입사 당시의 물류전문직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비정규직 근속기간과 경력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랜드의 경우 계약일 기준으로 퇴직금 형태로 소급 지급되고 있고, 금호타이어도 이와 비슷하다.

반면 경북대병원의 경우 형편이 나은 편이다. 경력의 경우 최초 전환시에는 80%만 적용되다가 1999년 이후부터는 100% 인정을 받고 있다. 이 병원 강효묵(33) 씨(방사선과)는 "1997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연월차수당, 호봉, 군경력 등에서 재직기간의 80%만 인정되다가 이후부터는 정규직과 같아졌다"고 술회했다. 강 씨는 이어 "계약직 때는 초봉 70만원에 상여금 200%였지만, 정규직으로 바뀐 뒤에는 연봉 3천만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위치만 바뀌었을 뿐 하는 일도 똑같고, 정규직과 별다른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강 씨는 "다만 정규직 전환투쟁과 관련해 그 뒤 쟁의상의 불이익은 감수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규직 전환투쟁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많다는 지적이 높다. 경북대병원 강효묵 씨는 이와 관련해 "요즘 비정규직들은 주로 20~30대, 미혼자인데, 세대차이 때문인지 힘든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 이벤트 등 노조의 사업방식을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며 세태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랜드 구재수 분회장은 "전환투쟁 때 임금과 계약체결 등과 관련한 실질적 내용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다른 정규직화 사례를 정확히 검토해 실질적인 기준을 정해 처음부터 깔끔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노조 오윤영 기획실장은 "협상과정에서 전환 관련 조건분류가 자본에 휘말리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며 "또 다른 단협을 맺는 게 아니라 기존 단협을 일괄 적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상철 prdeer@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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