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감시, 재산보호나 기물보호 등 교묘히 가장

장투사업장⑬ 끝없는 노동자 ‘감시’
CCTV 감시, 재산보호나 기물보호 등 교묘히 가장

‘감시’만큼 견디기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도 ‘감시’에 대한 저항이 한 원인이다. 특별히 고용된 자들이 직원들의 행위를 감시하기 때문이다. 한번 걸리면 4시간 교육에 들어간다. 3번 걸리면 퇴사조치 당한다. 노동자들은 ‘감시’의 망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렇게 곪아 터진 것이다.
‘감시’가 노조탄압에 악용되는 경우는 더욱 큰 문제다. 건설엔지니어링 도우지부에서 CCTV 설치로 조합원을 감시해 물의를 일으켰다. 기륭전자의 경우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얼마 있지 않아 감시카메라 30여대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것도 모자라 용역깡패를 고용해 일상적으로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해 왔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감시와 통제로 조합원들이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을 정도로 유명해진 사업장이다. CCTV를 통한 비인권적 노동통제와 감시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하이텍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김혜진 지회장은 “하이텍 본사가 오창으로 이전한 후 지난 6월 28일 금속노조 본사 앞 집회에서 경찰이 먼저 소환장을 날려 보낼 정도”라며 “그 증거자료로 CCTV 화면자료가 대부분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본사에 구로공장 못지않게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감시’의 오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본사옥상에 안테나처럼 높이 솟은 것부터 해서 정문 입구 들어가는 쪽 양쪽으로 1개씩이 비치돼 있다. 후문과 주차장 쪽, 도로 쪽, 현관 입구 등 허허벌판인데도 본사에만 10여개가 작동 중이다. 집회가 있을 때에는 집회 쪽으로, 평소에는 노조 농성천막에 집중 조명된다는 것이다.
하이텍노조 조합원들은 감시카메라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정신질환을 앓는 등 산재문제까지 걸려있다. 회사는 한때 직장폐쇄 철회 후 현장복귀 조합원들을 6개에서 1개로 왕따 라인으로 몰아 그 양 끝으로 CCTV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집회상황을 알기 위해 운동장에, 출입자 확인하기 위해 노조사무실 옆에, 출퇴근 감시를 위해 출퇴근카드기 근처에, 심지어 해고자들이 식당에서 밥 먹는 것까지도 감시를 위해 식당입구에 CCTV를 설치했다.
당시 감시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자 회사측은 몰래 생산라인에 있는 카메라를 철거했다. 하지만 현장은 더 큰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는 감시카메라를 회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은 어딜 가도 CCTV 찾는 습관이 붙게 되었을 정도다. 심지어 화장실에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화장실에도 제대로 못 간다는 것이다.
처음에 CCTV를 발견한 것도 ‘우연히’였다. 흰색 페인트 공장 안에서 검은 색 전선이 있어 이를 따라가 보니 카메라가 있어 조합원이 찾아냈다는 것이다. 감시카메라는 360도 회전을 하게 돼 있고 새끼손톱만한 것도 있다고 한다.
결국 작년 5월 회사 측의 전 대표이사(박홍서)가 CCTV를 설치해 노조를 감시해왔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100만원 벌금이라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 지회장은 “100만원 벌금이라는 형량에는 다소 의문이지만,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방범용으로 강도 돌변사고나 취객들 노상방뇨 등 방지차원에서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하는 회사측의 변명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권두섭 민주노총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CCTV가 음성으로 녹음될 때는 불법이지만 영상만으로 화장실, 숙직실, 탈의실 등이 아닌 일반 장소 촬영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량이 100~200만 원정도로 볼 때 부당노동행위 인정한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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