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는 서럽다. 해고된 부산대 경비·미화 노동자들은 총장실 앞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것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파공작원 출신들의 농성장 침탈에 대비해 바짝 긴장한 채 1월1, 2일 이틀을 보내야 했다.
부산대 경비·미화노동자 157명 가운데 92명은 지난 12월31일자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동안 부산대에서 일을 해왔다.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를 잃은 92명 가운데 60명은 시설관리노조 부산대지회 조합원들이다. 시설관리노조 부산대지회 조합원은 61명, 이들 중 단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누가 봐도 노조를 없애기 위한 작태다.
부산대는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1년 단위로 경비·청소 용역업체를 정했으나, 올해부터는 한국경비청소용역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한국경비청소용역협동조합은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다. 북파공작원 출신들은 지난 31일 총장을 면담하려는 노동자들을 힘으로 막았다. 이 와중에서 다치는 노동자들도 생겼다. 1월1, 2일에는 휴일을 틈타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농성하는 노동자와 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침탈할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부산대 경비·청소 용역업체는 해마다 바뀌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바뀌지 않고 계속 고용을 유지하며 일을 해왔다. 노조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며 대학쪽과 투쟁을 벌였고, 대학쪽은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일자리는 보장된다.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면 용역계약을 해지하겠다. 믿어달라"며 일자리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는 안면을 싹 바꿨다. 부산대는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에 "용역업체에서 모든 업무를 일괄 관리하므로 고용승계는 대학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 아니다"고 발뺌했다. 뻔뻔하다.
국립대학인 부산대가 뻔뻔하다 못해 악랄하다. 한마디로 악덕사업주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는 5일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시설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보장', '학교당국의 책임성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첫날부터 많은 학생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명을 했다. 학생들은 부산대학교 자유게시판에도 학교쪽을 규탄하는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부산대학교가 끝까지 악덕기업주로 남을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박진현 부산통신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