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을 향하는 새로운 도전들

패랭이기자의 더듬이수첩
민주노총을 향하는 새로운 도전들

지난 16일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는 묘한 풍경이 벌어졌다. 오전부터 비는 내리고 오후1시경 우의를 입은 사람들이 버스6대로부터 일제히 내리기 시작했다. 곧 이어 익숙한 집회구호들이 들렸다. 하지만 내용은 사뭇 달랐다. ‘생존권 보장’은 같았지만 대상은 민주노총이었다. 500여 명이나 되는 뉴코아, 홈에버 점주들이 전국에서 모여든 것이다.
격세지감이 드는 대목이다. 그동안 최근 민주노총의 파업에는 반대여론이 심심찮게 있어왔다. 울산 현대자동차의 파업에 대해 지역 중소납품업자들이 반대여론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일부 보수종교단체들이 ‘자유이념’이라는 기치아래 민주노총을 성토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인원들이 조직적으로 그것도 총연맹 사무실을 침입하고 몸싸움 등 항의농성을 벌이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이번 홈에버, 뉴코아 비정규직 사태는 몇 가지 점에서 새로운 시사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사회적 시스템이다. 점포주들이 “영세사업자가 무슨 죄가 있느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며 민주노총을 향해 생존권을 호소하는 모습이 그렇다.
노사관계의 대립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여파는 일부 불특정인들의 피해를 직, 간접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향후 폭을 점점 더 넓혀져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관계는 점점 복잡화되고 다양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통매장의 갈등사례도 대형할인유통체인의 급속한 증가와 관련이 깊다. 굳이 노사문제의 대립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시장 잠식 등으로 인한 중소영세상인들의 피해호소는 제기돼 오기도 했다.
또한 시민들이 노조를 대하는 관점과 대응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을 위한 노조의 명분과 실리가 점점 더 시민들의 생계문제와 연결되면서 관점과 기준이 명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단순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비정규법’에 대한 제도적 접근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사회적 관계의 역동적인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주노총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은 법적, 제도적 투쟁을 많이 해왔다. 정치파업도 여러 차례 했고, 대정부 투쟁도 어느 단체 못지않게 해 왔다. 성과도 있었고 패배도 있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어쩌면 사회 속에서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아닐까 모르겠다.
“여러분들이 힘으로 하면 힘으로, 법으로 하면 법으로 한다. 우리들이 왜 당신들하고 대화를 해야 하느냐”는 점주들의 외침이 안타깝기만 하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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