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공간서 무자비한 폭력에 성폭행까지

이랜드 여성 조합원이 이랜드투쟁 도중 홈에버 매장 근처에서 폭행을 당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랜드일반노조 순천지회 O00 조합원은 지난 20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홈에버 순천점 옆 건물 화장실에서 낯선 남자로부터 폭력과 성폭행을 당해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이날 사건 전말은 다음과 같다.

이랜드일반노조 순천지회는 19일부터 홈에버 순천점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4조로 나누어 1개조씩 돌아가며 철야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19일은 2조 철야당번이었고 O 조합원은 2조 성원이었다. 철야농성 중이던 O 조합원은 20일 새벽 12시20분경, 화장실에 가려고 나섰다.

보통 때 다니던 홈에버 쪽 건물 입구가 그날따라 잠겨있었고 O 조합원은 찜질방이 있는 옆 건물 1층 화장실로 갔다. 동료 조합원들이 늘 왔다갔다하는 곳이라서 별 거리낌이 없었다. 볼일을 보고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 불이 꺼졌다.

이곳 화장실 전등 스위치는 밖에 있다. 당황하고 놀란 O 조합원이 무슨 일인가 싶어 비명을 지르는 동안 한 남자가 들어와 안에서 문을 잠갔다.

그 남자는 곧바로 O 조합원에게 다가와 안경을 벗기고 머리채를 잡아 무릎을 꿇린 후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대항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당한 일이었다. 위아래 입술이 터져 피가 튀었고 O 조합원은 말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범인은 O 조합원 머리채를 잡고 출입문 쪽으로 가서 문을 열고 불을 켜더니 다시 문을 잠갔다. 그리고 여전히 머리채를 잡아 O 조합원 얼굴이 아래를 향하도록 누른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다그쳐 묻기 시작했다.

“너, 어디서 왔어? 뭐하러 왔어? 누구하고 같이 왔어? 여기 왜 있는 거야?”

순간 O 조합원은 ‘이랜드투쟁 때문에 이러는 건가’ 싶어 “아는 사람과 술 마시다가 입안이 찝찝해서 양치하러 왔다”고 다급히 대답했다.

범인은 “누가 또 올 거냐?”고 물었고 O 조합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O 조합원 머리채를 잡은 채 강제로 바닥에 쓰러뜨려 눕혔다. 이 과정에서 O 조합원 머리가 바닥에 심하게 부딪쳤다.

범인은 O 조합원 웃옷을 걷어 올렸다. 몸을 만지거나 덮치지는 않았지만 O 조합원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낯선 남자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수치심까지 느끼는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때 밖에서 사람들 말소리와 함께 왔다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곧바로 O 조합원을 일으켜 세운 범인은 머리채를 잡은 상태로 문을 열고 남자 화장실로 갔다. 남자 화장실에서는 여성화장실이 잠겨 있는 줄 알고 두 여성조합원이 들어가 볼일을 보고 있었다.

화장실 내부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범인은 다시 O 조합원을 끌고 건물 뒤쪽 출입구로 향했다. O 조합원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는 태세였다. 만약 이 때 주변에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범인이 O 조합원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예측할 수 없다.

다행히 그곳에서 찜질방으로 들어가는 여성을 만났고 목격자와 마주치자마자 범인은 잡고 있던 O 조합원 머래채를 놓고 황급히 도주했다.

O 조합원은 당시 범인 폭행과정에서 오른쪽 뒷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쳐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 얼굴을 4~5대 심하게 가격당해 입술이 터져서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고 만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술이 많이 부어 말하거나 음식을 먹기 곤란한 상황이다.

이마에도 큰 혹이 났으며 턱과 콧대부분이 심하게 멍들어 있는 상태다. 또 범행이 이뤄진 5분여 동안 범인이 계속해서 머리채를 잡고 강압적으로 끌고 다니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많이 뽑혔다.

당시 목격자 진술에 의하면 범인은 흰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중간 체격에 키는 170cm 정도였다고 한다. 또 검은색 뿔테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나이는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는 것이 목격자 증언이다.

O 조합원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 바로 옆을 비슷한 인상착의 남자가 지나갔는데 바로 그 남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O 조합원 기억이 맞다면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나서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사건 직후 O 조합원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차를 타고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피해자 입술이 터져서 말도 못할 정도로 심하게 많이 부어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조사를 미룬 채 병원으로 후송한 것이다.

담당의사는 O 조합원 상처를 살펴본 후 3~4일 정도 입원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씨티촬영 결과 화장실 바닥에 부딪친 오른쪽 뒷머리 부분 안쪽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이 발견됐으며, 지금처럼 피가 고인 상태에서는 머리 내부에 어떤 이상이 생겼는지 알 수 없어 붓기가 빠진 후 다시 검사를 해야 정확한 피해증상을 알 수 있다는 것.

이 사건을 전해들은 조합원들은 “이랜드 사측이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르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랜드자본을 상대로 전국적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노동조합 성원들을 테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한편 경찰역시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은 ‘성추행 전담반’을 병원으로 보내 구체적 조서를 작성하겠다고 했으나 만 이틀이 다 돼가는 7월21일 오후 현재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은 “몸에 손을 대거나 실제 성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옷을 올리는 행위 자체로 ‘성폭행’이 성립된다”고 전제하고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눈에 보이는 외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안정시키고 정신과 진료를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정신적 후유장애를 비롯해 나중에라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피해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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