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계기와 활동에 대해=1991년 현대자동차서비스 자동차판매직으로 입사하자마자 노조에 가입해 제주지역 관리자 전횡과 비리에 맞서 퇴진투쟁을 벌였고 관리자로부터 사과각서를 받아내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관리자 전횡을 막고 직장 민주화와 노조 현장권력을 쟁취하는데 주력했다. IMF시절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으로 조합원이 50%로 주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가 현대자동차로 통합되면서 4만 조합원과 전국에 사업장이 분포되면서 현대자동차노조가 지역 민주노조운동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지역 특성, 지역본부 설립과정과 사업에 대해=제주는 산업구조 특성상 10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이 많다. 노동운동 불모지라고 할 만큼 제주는 노동운동 역사도 일천하다. 다른 지역본부가 지노협 활동을 통한 지역연대 활동 축적 성과로서 상향식 조직건설 과정을 거쳤다면 제주본부는 물적 토대 없는 상태에서 하향식으로 만들어졌고, 지역연대와 조직화 고민도 본부 건설 이후 시작됐다. 지리적 특성상 현안문제가 발생시 산별연맹이나 본조보다 본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기 지역본부 상근자가 한명밖에 없어 현장 투쟁에 적극 개입하고 지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제주본부는 2002년 지역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내걸고 300일간 진행한 한라병원지부 투쟁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

△제주지역본부 당면사업과제에 대해=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확산법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량 해고와 고용불안은 IMF 때보다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비정규직 확산법 시행에 따라 자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와 고용불안 책동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굳건한 연대를 통해 제주에서 최대현안으로 떠오르는 군사기지 건설계획을 반드시 철회시키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켜내겠다. 이 투쟁에 총연맹 차원 관심과 투쟁지원을 기대한다.

△현장대장정에 대한 견해와 문제점, 극복방안에 대해=이석행 위원장께서 현장대장정에 들어가면서 내건 ‘민주노총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하지만 위원장이 현장대장정 한번 했다고 해서 이미 객체화돼버린 조합원을 민주노총 실질적 주인으로 세워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있다. 현장대장정은 일상적으로 지역본부와 연맹가 할 사업이다. 그런데도 총연맹 위원장이 현장대장정에 나선 것은 지역본부와 연맹에서 현장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조직하는 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당장 지역본부와 연맹이 역할을 못한다고 해서 총연맹이 지역본부와 연맹 역할까지 떠맡으려고 해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시기 총연맹 역할은 현장과 소통하지 못하는 지역본부와 연맹이 쌍방향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지역본부와 연맹을 총괄·지도하고 독려해야 한다. 또 우려되는 것은 현장대장정이 애초 취지와 달리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조합원들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간담회대장정’, ‘악수대장정’이라는 혹평도 한다. 지금까지 현장대장정은 대동소이하게 현장순회와 조합원 간담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장대장정을 통해 풀리지 않는 투쟁을 돌파해보려던 조합원들은 허탈감에 사로잡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짧은 일정 동안 너무 많은 현장을 찾다보니 내용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담회 위주, 무차별적 현장방문 위주 대장정 일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장방문 횟수를 줄이더라도 꼭 필요한 현장을 전략적으로 찾아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산별시대 제주지역본부 강화방안은=제주본부는 총연맹 지역조직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다. 이것은 산별시대가 열려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또 다른 위상과 역할도 추가로 갖고 있다. 그것은 연맹과 산별노조 지역조직으로서 위상과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열악한 조건(상근인력과 재정)에서 제주본부가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본부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화 사업 영역을산별노조 지역조직에 넘기고 제주본부는 지역 연대와 정치사업 위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주지역 특성상(소규모 조합원 수, 지리적 접근성 어려움 등) 연맹과 산별노조 지역조직 건설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연맹과 산별노조 중앙차원에서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산별노조별 별도 지역조직 건설과 조직화를 책임질 활동가를 배치할 역량이 안된다면 몇 개 산별노조가 공동 추진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노동과 세계>에 바라는 점은=예전에는 <노동과세계>를 열심히 봤는데 요즘은 매체가 많아 솔직히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 <노동과세계>가 이런 상황인데 각 산별노조와 연맹에서 발행하는 신문·기관지는 오죽하겠나? 비슷한 디자인에 차별화되지 않는 내용들, 그리고 주간단위 발행에 따른 속보(소식지) 기능성 저하까지 겹치면서 조합원 손에 쥐어져야 할 노조 신문들이 사무실 한 귀퉁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웬만한 노동관련 정보는 인터넷 언론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어 종이신문 중요성이 더 떨어지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민주노총과 연맹, 산별노조 통합신문 발행논의는 반가운 소식이다. 통합신문을 통해 재정 효율화를 꾀하고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문 질을 높여나간다면 민주노총 신문은 예전처럼 조합원들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문통합을 계기로 주간지 <노동과세계> 일간지 전환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

△8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중에게=‘단결투쟁가’에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지난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를 건설하면서 자본에 야금야금 빼앗겨온 권리를 한꺼번에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단결투쟁가’를 쉼없이 불렀고 ‘단결투쟁가’는 노동자 계급 희망을 담은 노래였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단결투쟁가’가 노동자 계급 희망을 담은 노래인가? 오히려 자본 희망을 담은 노래가 돼버린 것은 아닌가? 97년 IMF 이후 자본 신자유주의 총공세에 밀려 민주노총은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그 결과 10명 노동자 중 6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자본은 그동안 노동자에게 ‘조금씩 갉아먹혀온’ 자신들 권리(?)를 ‘한꺼번에 되찾겠다’고 ‘단결’해서 ‘총력투쟁’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총력투쟁’은 고사하고 ‘단결’도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더 이상 노동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그동안 노동자 계급 ‘단결’을 가로막아온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자. 현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차이, 지역과 업종 차이를 뛰어넘는 계급적 단결로 수세적 국면을 반전시키자. 그것만이 노동자계급 살길이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고대언 제주지역본부장 약력>
1991년5월 현대자동차써비스 입사(자동차판매)/1991년~1999년 현대자동차써비스노조 제주지부 교육선전부장·기획부장·사무국장·부지부장·본조대의원·문화국장·총무국장·판매본부 쟁의국장/1997년4월 민주노총제주본부 대외협력국장/2000년1월~2005년12월 현대자동차노동조합 판매본부제주지부장/2004년1월~2005년12월 민주노총제주본부 사무처장/2006년1월~현재 민주노총제주본부장, 한미FTA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제주도군사기지반대도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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