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아고라에 올린 이랜드 어느퇴직자의 성토의글입니다,,

이랜드 본사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다가 최근 사직한 김xx씨

입사하자마자 성경교육 … 근무외 시간 통제

지난 27일 저녁, 이랜드 본사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다가 최근 사직한 김승욱씨(가명)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기자를 만나러 온 김씨는 <그리스도인의 성품>, <이랜드인이 생각하는 직업의 의미>라는 두 권의 책을 들고 왔다. 이랜드가 신입직원을 교육할 때 쓰는 교재들이다. 직원 1명당 연간 600시간의 교육을 받게 한다는 이랜드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을 교육한다. 이랜드인의 바이블로 통하는 ‘이랜드 스피릿’ 18과목과 경영학원론, 생산관리, 재무관리 등 경영학 과목이다. 이랜드는 특히 ‘하나님 중심, 믿음 중심, 말씀 중심’으로 시작되는 ‘이랜드 스피릿’을 전 직원에게 외우도록 하고, 별도의 시험도 치른다. 물론 시험 결과는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신촌과 가산동 본사에서 치러지는 승진시험에는 ‘이랜드 스피릿’을 암기해 쓰라는 문제가 나옵니다. ‘이랜드 스피릿’을 읽다 보면 간혹 맞춤법 틀린 문장도 있는데 틀린 맞춤법을 그대로 적어야 만점, 제대로 고쳐 쓰면 감점….”

그렇다면 이랜드는 연간 600시간에 달하는 직원교육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행하는 있을까? 근무시간 중 일부를 교육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근무시간엔 근무를 하죠. 그외의 시간에 교육을 받습니다. 새벽6시에 출근해서 아침9시까지 교육받고, 정상근무 한 후, 밤11시까지 또 교육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직원들의 근무외 시간까지 통제하는 셈이죠.”

이랜드 직원들은 회사에서 정해준 각 조에 포함돼 기도모임, 성경공부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 조는 3개월에 한번씩 전환된다.

김씨는 교육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직원교육을 기업 홍보수단으로 곧잘 활용하지만, 정작 실용교육 부분은 굉장히 취약합니다. 이랜드가 주력하는 부분은 당연히 성경교육인데요, 성경구절을 인용하거나 해석할 때 박성수 회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성경 구절을 박 회장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직원들에게 주입한다고 할까요?”

이랜드는 종종 사내게시판에 ‘올해의 기도 제목’ 등을 게시하곤 한다. 기도 제목은 대게 ‘매출증대’를 비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뉴코아와 홈에버(옛 까르푸)에도 유사한 기도 제목이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게시물이 등장할 때마다 각 계열사 노조들은 “기독교를 착취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반발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기도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기도소모임, 직원 성향 파악 도구로 활용 … 노조가입 사전차단

이랜드 직원들은 회사에서 정해준 각 조에 포함돼 기도모임, 성경공부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 조는 앞서 말했듯이 3개월에 한번씩 전환된다.

“성경공부 모임마다 조장이 따로 있습니다. 조장은 기도모임에 나오지 않았거나 지각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회사에 보고하죠. 일종의 점조직이랄까요? 그런데 이 조장들이 직원들의 성향까지 파악해서 보고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도모임으로 대변되는 감시문화가 이랜드노조의 조직 확대를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봅니다.”

한편 이랜드의 기독교문화는 ‘감시문화’ 외에 ‘집단문화’, ‘순종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이랜드는 특히 운동회, 페스티벌, MT, 성경퀴즈대회 등을 자주 개최하는데, 이 중 단연 압권은 매년 12월 열리는 찬송가 경연대회인 ‘송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 날짜가 공지되면 이랜드 직원들은 근무외 시간에 팀별로 모여 춤과 율동을 연습한다. 공연날짜가 되면 직원들은 TV 어린이 예능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펭귄, 벌, 물고기 등의 동물 복장을 입고 나와 공연을 벌인다. 공연이 끝나면 팀별 시상이 이어지는데, 이때 박성수 회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상금을 지급한다.

“이랜드 직원들이 젊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밤늦게 퇴근하며 학예회 같은 페스티벌 공연을 연습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그걸 평가받는 것은 더욱 굴욕적이죠.”

이런 예도 있다. 이랜드의 체육대회는 일반적인 회사 체육대회와 사뭇 다른데, 대회 당일 박성수 회장이 일부 종목을 즉흥적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한번은 박 회장이 이어달리기를 하자고 지정했다. 그런데 달리기 방식이 독특하다.

“1번 주자가 한바퀴를 돌고 2번 주자의 손을 잡고 다시 돌고, 그리고 다시 1,2번 주자가 3번 주자의 손을 잡고 셋이서 돌고, 이렇게 해서 10번 주자까지 돌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1번 주자는 열 바퀴, 2번 주자는 아홉 바퀴를 돌게 되니, 마지막 바퀴 땐 질질 끌려오게 되죠. 이때 게임을 제안한 박 회장은 VIP석에서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더군요.”

‘집단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랜드의 경영방침은 가끔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여름 뉴코아 직원들의 원성을 산 ‘꼭짓점 댄스 경연대회’다. 당시 뉴코아 직원들 역시 휴무일까지 출근해 꼭짓점 댄스를 연습해야 했다. 결국 노조의 강한 반발로 경연대회 일정은 취소됐으나, 이랜드의 기업문화가 계열사로 어떻게 전이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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