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도 이랜드 사측이 의도적으로 교섭 회피한다고 지적

이랜드 노사교섭이 파행을 겪고 있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은 하루속히 이랜드 사태가 해결돼 직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가처분과 급여지급 중단으로 인한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양노조 지도부는 이랜드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넘게 이뤄진 이랜드 노사교섭은 실질적 진전 없이 번번이 ‘파행’을 거듭해 왔다. 이랜드 노사교섭이 줄줄이 파행되고 있는 원인은 뭘까?

<b>이랜드사측 본질적 논의 회피…지엽적 문제로 '딴지 걸어'</b>

이랜드 사측은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본질적 논의를 회피하면서 지엽적 문제에 대해서만 ‘딴지’를 걸고 ‘트집’을 잡아 계속적으로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7월6일부터 8월6일까지 한 달 동안 총 여덟 차례 진행된 교섭 진행과정을 살펴본다.

파업 이후 첫 교섭이 이뤄진 7월6일 사측은 임금인상문제 외에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음날인 7일 역시 사측은 전날과 동일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노동부 주선 하에 사측 대표이사가 참석한 첫 번째 공동교섭으로 이뤄진 10일 교섭에서 사측은 뉴코아 계약해지자 53명에 대해서만 임시채용하는 것을 전제로 농성 해제 후 한 달간 평화기간을 갖고 집중교섭할 것을 일방 주장해 교섭을 결렬로 몰아갔다.

이어진 4차 교섭은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정회를 반복하며 진행됐으나 사측은 여전히 미온적 태도로 노조측 교섭위원들에게 일방적 양보를 강요했다.

사측은 홈에버에 대해 기존 단협사항에 지나지 않는 ▲18개월 이상 고용보장 ▲24개월 이상 선별해 직무급제 정규직화(직무급제 연봉 1100만원 정도)를 제시하며 ▲무조건적 농성 해제를 주장했다.

노조측은 마지막날 3개월 이상 고용보장 요구를 철회하고, 대신 사측이 2,000여명에 달하는 3~18개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는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무조건적 농성해제만을 요구해 교섭이 종료됐다. 사측은 “농성해제 없으면 교섭없다”며 “교섭종료”를 선언했다.

뉴코아노조 교섭대표단에 대해서도 사측은 “점거농성을 몇 시간 안에 해제하라”며 “노조가 고통분담을 한다면 전향적 안으로 도급철회 검토가 가능하며 비정규직 계약해지자들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모호한 입장과 함께 ‘도급철회 1년 유예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노조는 “용역철회 유예기간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사측 요구대로 ‘일괄타결’을 기조로 한 ‘요구안’을 제출했다.

사측 교섭위원들은 ‘교섭종료’를 선언하고 교섭장을 박차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일괄타결 최종안’이라며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용역전환 10개월 유예’ ‘정규직 전환배치는 면담 후 최대한 고려’ ‘고소고발은 단순가담자는 최대 선처’ 등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외소하기 짝이 없는 안이었다.

7월26일 노사 교섭위원단 양측은 교섭 장소를 놓고 의견차이를 보이다 결국 교섭을 열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통보한 사측에 대해 노조는 “교섭위원들 신변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장소로 갈 수 없으니 민주노총에서 교섭하자”는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이랜드 사측은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임원들만 참석하는 교섭을 강요했다. 노조는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는 교섭은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대표이사가 교섭장에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사측 대표이사가 참석해 민주노총에서 7월31일 5차 교섭이 재개됐지만 바로 이날 또다시 9개월 된 홈에버 계약직 조합원 2명을 해고한 것에 대해 노조는 강력히 항의하며 ‘3개월 이상 계약직 고용보장’ 요구를 원상회복하기에 이르렀다. 또 중노위 판정까지 내려진 과장급 조합원 교섭위원 인정문제로 난항을 겪다가 결국 이번 교섭에 한해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하고 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소위 “획기적 안”이라며 “6~18개월 근무자를 재계약하지 않을시 유급전직기간 한 달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즉 “6~18개월 미만 근무자에 대해 여전히 계약을 해지할 것”이며 “1개월 분 전직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알량하기 그지없는 발상이었다.

8월6일 이뤄진 8차 교섭은 이랜드일반노조 과장급 교섭위원을 트집잡고 나선 사측에 의해 또다시 무산됐다. 사측은 노측 교섭위원 중 박승권 지부장 회사 직책이 과장이라는 이유로 교섭을 결렬시켰다. 그동안 이랜드자본은 과장은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주장으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아왔으며 이에 대해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한 바 있고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바 있다.

뉴코아의 경우 사측은 집회문제를 시비삼아 “안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가처분, 손배 때문에 힘들지 않냐”면서 법적인 문제를 따지고 드는가 하면 “실질적인 교섭을 하자”는 노조측 요구에 아랑곳없이 노조와 조합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거론하며 교섭위원들을 자극했다.

심지어 사측은 당일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조합원 간담회와 교육에 대해 “무슨 의도로 순천조합원까지 모였냐?”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생트집을 잡았다. 또 모 단체 선전물을 들이대며 노동조합 입장을 확인해 달라는 둥 교섭과 무관한 문제를 가지고 시간을 끌며 구체적 협상안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b>노동부 '사측이 일부러 교섭 회피' 지적</b>

교섭을 지켜본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조차 그동안 사측 입장에 서서 노조측 교섭위원들을 압박해온 것과는 달리 “사측이 교섭의지를 보이지 않고 일부러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사측의 계속되는 교섭해태를 보다못해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8차 교섭 결렬 직후 성명을 발표해 사측의 고의적 교섭파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양노조는 이 성명에서 “오늘 이랜드교섭에서 사측은 노조 교섭위원 중 박승권 지부장 회사 직책이 과장이라는 이유로 교섭을 해태하고, 뉴코아교섭에서는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기 위해 자율적 노조활동과 노조와는 무관한 단체의 선전물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양노조는 “우리는 파국을 원하지 않으며 성실교섭을 통해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원한다”고 말하고 “자본이 끝내 비정규직의 피눈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원한다면 우리는 전체 노동자는 물론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코아노조는 ▲계산업무 용역전환 철회 ▲직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전환배치 철회 ▲투쟁과정 모든 민형사상 법적 책임 묻지 않기 ▲앞 4가지 조건 수용시 2007년 임금인상 교섭은 현실적 수준에서 노사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용역전환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2년이상 정규직화-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 3개월 이상 고용안정) ▲전환배치 철회 ▲강압적 인사이동 중단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가처분, 징계 철회 ▲임금인상(정규직, 2년 미만 비정규직 단계적 차별시정, (주)이랜드 포함) ▲이랜드지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교섭 이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요구를 해오고 있으나 사측은 여전히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회피한 채 사태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랜드 사측의 교섭 해태에 편승해 정부도 노조측 교섭위원들을 줄줄이 구속하고 교섭시 신변보장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앞으로도 조합원들 이해와 요구를 담은 ‘안’을 가지고 성실교섭에 임하겠다”며 “이랜드 사측은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진전된 안을 가지고 노조측과의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이랜드 교섭일지></b>

<b>7월6일</b>/지도부 14명 체포영장 발부, 1차 교섭(관악지청). 사측, “임금인상문제만 논의한다, 임금은 동결이다”라는 입장 고수
<b>7월7일</b>/2차 교섭. 전날과 동일한 주장만 반복
<b>7월10일</b>/노동부 주선 대표이사 처음 참석(3차 교섭). 사측, “농성해제 후 한 달 평화기간 교섭하자” 주장→결렬됨
<b>7월16~18일</b>/노동부 주선 대표이사 참석 두 번째 교섭(4차 교섭, 3일간 진행). 사측, “무조건적 농성해제”만을 주장하며 ‘교섭종료’ 선언→결렬됨
<b>7월26일</b>/교섭장소가 민주노총이라는 이유로 사측 대표이사 불참해 교섭 무산
<b>7월31일</b>/민주노총에서 하는 5차 교섭에 대표이사 참석. 사측, 교섭위원자격 문제삼고 재고할 가치 없는 안 내놓음.
<b>8월1일</b>/6차 교섭 이어졌으나 진전 없음
<b>8월3일</b>/7차 교섭에서 사측안 냈으나 진전 없음
<b>8월6일</b>/8차 교섭. 사측은 이랜드일반노조 과장급 교섭위원은 지난 7차교섭시 한시적으로 인정한 것이었다며 교섭 해태함. 뉴코아노조에 대해서도 성의없는 태도로 본교섭과 무관한 문제만 거론해 교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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