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투쟁

패랭이기자의 더듬이수첩
주부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투쟁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사태가 초유의 시기를 맞고 있다. 투쟁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1천명의 선봉대를 조직해 투쟁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18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21일 대의원대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일 안건으로 채택해 개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1천명 선봉대를 구성한 것과 이랜드, 홈에버 사태 문제해결을 대의원대회 단일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는 사건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이랜드 투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1천명의 선봉대는 무장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군대조직을 방불케 한다. 암호화 작전이 수행되고 쇼핑투쟁, 기동타격, 매장봉쇄 등 전술용어가 수시로 나오고 있다. 결국 문제해결에 대한 대결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교섭이다. 교섭이 특별히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는 상황이 투쟁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사측은 한술 더 뜬다. 아예 민주노총이 망할 때까지 대항할 조짐이다. ‘계약 입주한 수수료 점주들을 책동해 폭력을 유도하고 민노총 시위대와 맞대응 하라는 지침’이 포함된 사측의 대외비 문건이 발견된 것도 이를 말해준다. 그 내부문건은 지난 8일 이랜드그룹 홈에버 사측에서 작성돼 전국 지점장들에게 이메일로 비밀리에 전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랜드측은 겉으로는 협상, 속으로는 충돌을 꽤해 사태를 돌파하고자 하는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 셈이다.
이랜드 사측이 이처럼 협상과는 상관없이 민주노총과 맞불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사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민주노총 입장에서 관련 모 단체가 집회 연설에서 주장한 것처럼 “민주노총 가맹조직들이 총파업을 해야 하는 것”으로 돌리는 것도 당장 올바른 해결책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주체도 아닌데 ‘파업해라 마라’ 할 수 있느냐”는 해당조직들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그 단초는 이제 대의원대회라는 조직적 관점과 대응으로 공이 넘겨질 듯하다. 이미 확대돼 버린 상황 속에서 어느 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사건의 비중이 크게 매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랜드 투쟁은 사실 민주노총이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만큼 우려도 예견된다. 비정규법 시행시기와 맞물려 있어 향후 법 재개정투쟁에 대한 영향력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이랜드 투쟁은 무엇보다 주부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투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만큼 전술적으로 이해의 폭이 깊은 상태에서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명분이나 목표에 의한 것보다는 주부여성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는 민주노총 한 임원의 얘기가 사뭇 가슴에 와 닿는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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