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남아공 기적의 운명 뒤바꾼 ‘럭비 월드컵경기’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선수들이 국민에게 전해준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스포츠가 짜릿한 승부가 있기도 하지만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있기에 모두가 열광한다. 2002년 월드컵 4강도 그랬다. 1995년 남아공의 역사를 바꾼 럭비월드컵 결승전 이야기 ‘인빅터스’ 영화가 또 다른 감동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1990년 27년 복역 끝에 독방에서 나온 만델라는 흑인들의 지지 속에 1991년 대통령에 오른다. 하지만 당시 남아공은 50여 년간 이어져온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로 인해 위험스레 분열되어 있었다.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발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남아공 모두가 통합할 수 있는 대의를 찾아내는 데 골몰한다. 어느 날 만델라는 1명 외에 모두가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결국 그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하고,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하는데….

사실 우리는 스포츠가 국가에 의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1982년 프로야구 도입도 그러했다. 스포츠가 국가에 의해 국민들의 시선을 사회이슈로부터 눈감게 하는 장치들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인빅터스는 단순히 이 지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만델라가 피나르에게 제안한 ‘월드컵 우승’이 당시에는 무모한 도전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흑인이 스포츠 하나로 백인을 지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벽이 있었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감동은 선수들의 도전보다 어쩌면 만델라의 확고한 ‘용서’의 가치에서 온다. 30년을 독방에 살게 한 백인을 오히려 용서를 통해 시대를 통찰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스포츠가 정치적 목적보다 오랜 시련과 성찰을 통한 심오한 철학적 문제로 더 다가서게 하는 이유다.

만델라에 비유할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DJ 정도가 떠오른다. 사형과 고문 등 정치적 시련을 겪었던 그였기 때문. 하지만 만델라에 비교한다면 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흑인과 백인에 단순히 비교할 수 없지만 영남과 호남 간의 정서적 차이 또한 남겨진 문제다. 만델라가 흑백 인종간 정서와 대립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내고 ‘럭비’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서로 화해시킨다는 내용은 그래서 차별적이다.

인종과 스포츠와 정치를 절묘하게 버무려낸 영화 ‘인빅터스’가 재조명한 (만델라)리더십이 한국을 관통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MB의 통치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국민들의 가슴은 여전히 ‘총 맞은 것처럼’ 허하다 못해 뻥 뚫려있기 때문이다.

강상철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