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도소 김창근 구속자 특별면회

김창근 공동본부장이 대전교도소에서 8개월째 수감 중이다. 작년 11월 22일 한미FTA 집회로 구속됐다. 28일 오후 3시 50분 이석행 위원장과 함께 면회실에 도착. 김 본부장의 수염이 유난히 길고 외롭게 보인다.

그는 8개월째 독거생활 중이다. “어제 구호와 샤우팅을 했더니 소내가 발칵 뒤집혔다”며 말문을 연다. 통상 운동시간을 1시간 주는데 30분밖에 안 준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처음에 교도소 측은 독거 방에 수감자들을 2명씩 수용시켰다. 수감자들이 많아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허리장애가 있는 그가 한 번은 싸움이 붙을 뻔했다. “일반 재소자들과 싸워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싸움이 중단됐다. 이후 보안과장의 조치에 의해 6개월 이상 혼자 지내게 됐다.

“1심에서 나가는 줄 알았는데 못 나가 답답하다”고 그는 말한다. 당시 비슷했던 광주사건이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다 재판관도 형평성을 언급하던 때였다. 모두들 풀려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경관폭행’에 대한 경관진술이 있고나서 재판관은 1년 6월 판결을 내려버렸다.

그에게는 황당한 조치였다. “누군가 횃불 던져서 불붙는 바람에 즉흥적 군중심리가 발동한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도청 앞 해방구 만든다’느니 ‘경찰서 파괴했다’느니 등 사건이 왜곡됐다”는 그의 항변이다.

“‘충남도청 불탔다’는 엄기영 앵커의 한 마디 때문에 대전본부가 주모자가 돼 버렸다”며 “비정규악법에 대응하기 위해 총파업 공동본부장을 맡은 것인데 연대책임을 물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창피하다’는 생각도 그를 짓누른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느닷없이 그렇게 된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최근 그는 교도소 내 문제들에 대해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다. 단식도 불사할 태세다. △1시간 운동 허용 △종교의 자유 인정 △접견시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기결수들은 종교집회가 있지만 미결수들은 없는 상태다.

특히 빨간 날인 휴일에 운동을 못하는 것이 수감자들에게는 가장 힘든 일이다. “추석, 설날 등 명절이 되면 수감자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3~4일씩 운동을 못하다 휴일이 끝나고 햇빛을 쬐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나마 최근 접견시간이 연장됐다. 현행 5분에서 10분을 요구했지만 2분추가 정도로 허용됐다. 결국 월요일부터 7분을 시행하고 있다. 일단 2주 동안 시행해본다는 것이다.

“만기 채울 각오하고 생활하라”는 이석행 위원장. 약간 편치 않은 모습을 지으며 “그래야지요” 하며 체념적인 인상을 지어 보인다. 이 위원장은 “독거 방에 2사람 넣으면 사고난다”며 연신 운을 띄운다. 수감 방에는 1, 3, 5명 등 홀수로 넣는 것이 일반 관례로 돼있다. 서로 감정이 상해 1대 1 싸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얘기해 봐야 ‘수감자가 많아서’ 라는 답변만 듣게 된다”고 김 본부장은 말한다. 교도관들도 미결수와 기결수가 함께 있어서 행정 보는 데도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교도관들도 함께 감옥살이 하는 셈”이라고 그는 말한다.

“교도소 내 수감자들은 옛날 왜정 때부터 사육관리가 돼 ‘인간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며 “서구 유럽의 교도소처럼 거실과 운동장 등 수감자들의 동선이 체계화 돼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교도소 내부 운영이 심각한 상태로 들린다.

실제로 대전교도소는 대전충남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수감자들이 많은 상태다. 미결수와 기결수들이 한데 있는 이유도 있다. 한 교도관은 독거 방에 2명을 수용하는 현실에 대해 “3사람 넣기에 작고, 1사람 넣기에는 크다”며 “나름대로 죄명을 분리해서 수용하는 것이니 크게 염려할 것 없다”고 언급했다. 20년 이상 된 대전교도소가 옮긴다는 얘기만 무성하지 언제 어디로 옮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김 본부장은 지적한다.

“감옥살이를 하다보면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갖는 걸 보니 시인이 되는 것이 이해가 된다”는 김 본부장. 곁에서 본 비둘기 두 마리 얘기를 들려준다. 비둘기들이 서로 벌레를 잡아주는 모습을 보고 깨달음이 왔다는 것이다. “하찮은 미물들도 서로를 위해준다”며 “동료들끼리 서로를 탓하지 말고 감싸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방문자를 위로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