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생을 즐겁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족쇄가 된다. 사랑하는 순간부터 사랑을 소유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속박을 거부하고 나비처럼 자유롭게 사랑한 대표적인 인물이 스페인의 전설적인 돈 주안이다. 호세 돈 주안은 14세기 경 부와 권력을 가지고 많은 여자들을 유혹해 당대에 악명을 떨쳤다.

돈 후안의 삶을 다룬 오페라가 모차르트의 <돈 조바니>다. 돈 조반니는 돈 후앙의 이탈리아 식 이름으로 모차르트는 도덕관념이 없이 술과 여자를 인생의 최대의 즐거움으로 여겼던 향락주의자 돈 조바니의 삶을 희극적으로 표현했다.

17세기 중엽 스페인의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돈 조바니>는 지옥에 떨어지기 전 돈 조바니는 삶의 목표인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거짓말과 속임수 그리고 술책을 쓰지만 단 한명도 성공하지 못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꾼이 나타나 망신만 당하지만 돈 조바니는 끝까지 자신의 삶을 회개하지는 않고 죽음을 맞이한다.

오페라에서 돈 조반니의 여성편력을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 하인 레퍼렐로의 아리아 <카달로그의 노래>다. 레퍼렐로는 돈 조반니를 사랑하고 있는 엘비라에게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231명, 프랑스에서 100명, 터키 여자 91명, 스페인에서 1000명, 온갖 신분 별별 여자가 다 있죠. 여자의 숫자를 늘리는 재미로 살고 있는 주인이지만 주인이 가장 좋아했던 여자는 경험이 없는 숫처녀지요’라며 주인이 그동안 만난 여자들을 나라별, 출신별, 외모별로 나누어 정리해서 알려준다.

실제 돈 주안은 유럽을 여행하며 수천 명의 여자를 유혹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안나, 엘비라 그리고 체를리나 3명의 여성만 등장시키고 있다. 귀족 출신의 안나는 명예를 최우선시하고 있고 있는 여성이며, 당시 신흥 계급 부르주아 출신의 엘비라는 연애를 인생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여성을, 하류층 출신의 체를리나는 농부의 딸로 욕망의 충실하면서 현실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여성을 상징하고 있다.

모차르트가 오페라에서 3명의 여성을 성이나 가치관이 각각 다르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신분으로 돈 조바니의 여성 편력을 압축하고 있어서다. 또한 인물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3명의 여성은 각각 다른 소프라노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 <돈 조반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레퍼렐로의 아리아가 돈 조반니의 다양한 여성 편력을 드러내고 있다면 돈 조반니가 부르는 일명 ‘샴페인의 노래’라고 알려진 ‘와인이 익었으니’ 아리아는 여자를 유혹한 후 거침없이 버리는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와 환상적인 선율이 어우러진 <돈 조반니>는 1787년 초연 당시에도 걸작으로 찬양을 받았으며 20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모차르트 오페라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