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45명의 직업병 암 피해 사례 확보 증언대회

8MIL_8875.jpg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반올림이 13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직업병 암 피해자 5명의 집단산재신청을 근로복지공단에 접수했다.

삼성 직업병 암 피해 상담과 제보를 받아온 이종란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노무사는 “지난 3월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박지연 씨의 죽음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에서 일한 20~30대 노동자들의 백혈병, 유방암, 난소암 등 암 피해 사례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11일에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박아무개(25)씨가 쓰러져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5월 13일 현재,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 암 피해를 당한 사람은 모두 45명. 고 박지연 씨 죽음 이후 한달 동안 나타난 피해 제보자만 해도 18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LCD 천안공장, 구미공장, 삼성전기 조치원공장 등에서 일한 20대의 젊은 여성들로 7명이 이미 사망했고, 9명이 치료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뒤늦게 피해 제보에 나선 것은 “그동안 삼성의 압력과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은 재직중인 피해자에게만 치료비를 지급하고, 알려지지 않은 경우 아예 “나 몰라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피해자 가족을 돈으로 회유하고, 이를 조건으로 산재신청을 하지 말 것, 다른 피해자와 접촉을 금할 것, 일체 시민사회단체와 만나지 말라는 조건을 달고 각서까지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피해 노동자들의 '억울하고 분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한결같이 “발암물질 노출 위험이 상존해 있는 데도 삼성은 보호구 등 안전장치도 없고, 안전교육도 한번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했다”며, “피해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대자본 삼성과 이를 방치한 정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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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가족 삼성' 반올림이 13일 서울 영등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이명익 기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 판정을 받고 9년째 투병중인 유명화 씨의 여동생 유명순 씨는 “언니의 9년 투병, 그 꽃다운 인생을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식물인간인 언니라도 평생 (같이) 살고 싶다. 삼성이 가족이라고 하던 20-30대 소녀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 삼성은 (오래지 않아) 모든 가족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유관기관인 정부와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삼성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거짓말하고, 유관기관은 “산업재해가 아니다”는 발뺌만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에게 “무조건 증거를 대라”고 강요하는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반올림의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죽음과 골병의 행렬이 언제 멈출 지 모르겠다”며 이번 피해자 증언대회를 통해 삼성전자 직업병의 심각성, 피해 노동자와 가족들이 하루속히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할 필요성, 그리고 다시는 이런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삼성전자와 정부의 막중한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증언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삼성 직업병 암 피해자 5명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재신청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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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 쓰고 절망이라 읽는다'  13일 근로복지공단에 집단산재신청을 하러간 故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손에 절망이라 쓴 종이가 들려있다. 이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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