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법대로”↔노조 “무급 감수하고 싸우겠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오늘(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기아차지부는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시행을 7일 앞두고 회사 측과 갈등을 빚어오다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투표는 오늘(24일) 오후 8시30분부터 25일 오후 1시30분까지 소하리, 화성, 광주 등 3개 생산 공장과 판매, 정비사업장 등 전국 5개 지회에서 전체 조합원 30,200여 명을 대상으로 일제히 진행된다. 부재자 투표도 함께 이뤄진다.

개표 결과는 5개 지회별 개표작업에 이어 소하리 공장 노조 사무실로 취합되는 25일 오후 4~5시 경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아차지부는 3개 생산공장, 5개 지회에서 일하던 전임간부 218명을 18명으로 줄이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계속 해오고 있다. 기존 노조 전임자 규모의 1/10도 안 되는 숫자로 줄이라는 것. 노조는 현행 전임자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불법을 강요하는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측은 최근 가정통신문 내용증명서 발송과 전단지 배포를 통해 “7월1일부터 타임오프가 시행됨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업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조합 활동은 무급 적용한다”면서 노조 교육위원과 상집간부 218명 무급휴직을 엄포하고 나섰다.

“조합원 교육, 대의원대회, 총회, 위원회, 근무시간 중 각종 대의원 활동에 대해 무급으로 처리한다”고 하는가 하면 단체협약에 의해 제공해오던 업무용 차량과 컴퓨터 등 각종 집기까지 반납하라는 것이 회사 측 행태다.

또 회사는 최근 “모든 전임자들은 7월1일부로 업무에 복귀하라”는 지시를 담은 편지를 각 가정으로 보냈다. 원직복직에 불응하면 징계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강압하고 있다.

현재 기아차 소하리공장 본관 4층에는 노동부 직원이 ‘특별근로감독관실’이란 간판을 내걸고 상주하고 있다. 사측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이다.

기아차지부는 “노동부 직원이 하는 역할은 교섭 불성사에 대한 조정과 근로감독이 아니라 노조 죽이기를 회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부는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하는 동시에 노동부 안양지청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노조는 항의서한을 통해 노동부에게 △타임오프 적용 매뉴얼 즉각 폐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법한 근로감독관 기업 직접 파견 즉각 중단 △사용자 교섭의무 이행촉구 강제 △양재동 현대차 경영진에 대한 노동부 직접 행정지도 요청과 처벌 등을 촉구했다.

기아차노조는 그동안 총 8차례 임단협 교섭을 벌였다. 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교섭을 거부하고 이후 교섭에도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국을 막기 위한 노조 노력은 사측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했다. 노동조합은 이제 “교섭에 얽매이지 않고 노조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지부는 조합원 찬반투표에 앞서 지난 14일 오후 2시 소하리공장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대의원대회에서 김성락 지부장은 “노조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을 조직하자”고 독려했다.

민주노조를 갈망하던 기아차 노동자들은 지난 1991년 6월28일 당시 기아 자본에 맞서 자발적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으로 사측은 고소고발과 해고 등 탄압을 일삼았지만 기아차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민주노조로 성장시켜 억압받던 현장을 고쳐나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정권과 자본의 또다른 탄압에 맞서 기아차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선다. 1991년 628이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투쟁이었다면, 2010년 투쟁은 이명박과 정몽구식으로 밀어붙이는 노조말살에 맞서 노동조합을 지켜내야 하는 투쟁인 셈이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오는 28일 정오를 기해 소하리공장에서 '628정신계승 및 2010년 임단투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해 투쟁을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지부 쟁의행위 준비소식에 보수언론들은 벌써부터 “올해 파업을 벌이면 기아차 20년 연속 파업 기록을 세운다”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6월 내수시장 1위 등극을 노렸던 기아자동차가 정상문턱에서 “노사갈등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고도 한다.

기업이윤이 민주노조보다 우선이라는 자본맹신주의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절박한 싸움을 덧칠하며 올가미를 씌우는 형국이다.

기아차지부 전임간부들은 무급을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투쟁해서 자본이 획책하는 노조말살 수순을 박살내겠다는 각오다.

금속노조는 24일 성명을 통해 노사가 힘을 합쳐 노조법 재개정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재벌 대기업들이 혼란과 갈등만 야기하는 노조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에 동참하지 않고 이를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봐 일방 적용하려 할 경우 큰 파국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7월 투쟁을 엄중 경고했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올해 1월1일 새벽 개악노조법을 날치기한데 이어 노동절 새벽 또다시 타임오프 관련 근심위 개악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노동부는 지난 6월3일 소위 ‘타임오프 매뉴얼’이란 것을 발표, 자본이 노동을 억제하고 탄압해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법을 알려주는 한편 현장에까지 기어들어가 관리감독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사 간 싸움은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타임오프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더 격화되고 있다.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나쁜 논리를 만들어 덤벼드는 자본의 공격을 뛰어넘는 노동자들의 대반격이 이제 시작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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