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우리 현실과 국제기준에 맞는지 봐야”...노사자율교섭 의한 문제해결 강조

▲ 3일 오전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한 박재완 노동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명익기자

김영훈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방문한 박재완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현시기 노사관계가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하고 노사관계는 노사자율이 원칙임을 강조했다. 또 노동부가 1500만 노동자를 대변하고 전체 국민을 위해 이로운 정책을 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10시30분 박 장관이 취임 인사 차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현안인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공정한 사회는 요원하다”면서 고용노동부와 신임장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또 오는 11월 예정된 G20 정상회담 관련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노총 지도자들을 만나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관계는 자율교섭이 원칙이며 그 기조 하에 서로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고 “대통령 집권 하반기 주요 지표로 제시한 것이 공정한 사회이며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동안 민주노총과 정부는 가장 불공정하고 불통의 관계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이에 박 장관은 “노사자율 원칙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해야 하고, 법치와 자치가 수레 양 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더더욱 낮은 자세로, 열린 마음으로 많은 의견을 귀담아 듣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구조적으로 안 풀리는 문제는 절충안을 내면서 최대한 노사자율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법치를 강조한 박 장관을 향해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법을 지키지 않으려고 달려드는 조직이 아니”라면서 “특히 타임오프 등 노사관계 법제도가 우리 현실과 국제기준에 맞는지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박재완 장관은 “타임오프제도 미비점은 보완해야 하겠지만 법이 시행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만큼 일단 연착륙시킨 후 추이를 보며 여러 의견을 들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공정한 사회는 요원하다”고 말한데 이어 불법파견 문제 관련해 노동부와 공동실태조사를 제안했다.

장관은 “사내하청 판결이 확정 판결은 아니나 판결 취지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다음주부터 정부가 실태조사를 시작하는데 대상업체 선정은 양대 노총과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 3일 오전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한 박재완 노동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익기자

다가오는 G20정상회담 관련해서도 김영훈 위원장은 정부에 민주노총 입장과 요구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을 국격 상승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볼 때 그 뜻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고 전하고 “의장국으로서 (대통령이) 국제노총 지도자들을 만나 노조 지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이 한국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장관은 “국제노총 관계자 면담은 G8회의 때 관례적으로 했고 G20으로 체제가 바뀐 상황에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면서 “고용노동부장관으로서 면담이 성사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피츠버그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이 고용 없는 성장 없다는 것과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조건이 후퇴돼선 안 된다는데 합의했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국격’을 높이려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등 한국 노동조건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히 했다.

회동에 함께 한 민주노총 강승철 사무총장은 타임오프가 노동현장 적용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낳고 있음을 지적하고, 회사가 교섭을 거부해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구미 KEC  문제 등에 정부가 나서서 노사교섭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이제 친재벌정책이 아닌 친서민정책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동안 감세 등 친재벌 정책을 너무 많이 했으니 말로만 친서민이 아닌 실질적 친서민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 위원장은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만큼 친서민의 핵심은 노동정책”이라며 반노동정책의 전환을 요구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사회양극화문제, 비정규직문제 해결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책임있는 감독을 주문했다. 또 고용보험제도를 개선해 청년실업자, 중소영세업자, 실직자들에 대한 생존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전반적 거시경제와 맞물린 문제이며,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도 어렵고, 어려워서 못주는 영세사업주도 어렵다”면서 “정부가 열심히 해도 100% 지켜질지 모르겠으나 최대한 모니터링해서 시정명령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재완 장관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함께 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은 노사정위 출발과정에서부터 지난 과정을 상기시키고, 노사정위원회를 둘러싼 역사를 볼 때 민주노총이 복귀해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을 방문한 박재완 장관을 향해 김영훈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 답방하겠다면서 “민주노총 80만 조합원뿐만 아니라 1500만 노동자와 전체 국민을 위해 이로운 정책을 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과 수행원들에게 민주노총 주요 현안 요구를 담은 자료를 전달하고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총연맹은 이 자료를 통해 민주노총 탄압을 위한 표적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복수노조 관련 노동부 행정지도 및 시정명령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노동부의 부당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노사자치 훼손을 중단할 것, 원청회사의 하청업체 노사관계 부당개입을 조사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 적용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할 것, 노동위원회법 개악시도를 중단할 것, 고용노동부 소관 관리감독 기능 지방이양을 철회할 것, 건설-교사-공무원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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