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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지회, 곽정소회장 국정감사 증인채택촉구 단식국회 환노위 한나라당 의원들 증인채택 거부

▲ KEC 곽정소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촉구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KEC지회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옆 단식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명익기자
파업투쟁을 시작한 지 103일 째 되는 27일 오전 8시 여의도 국회 주변 산업은행 앞에 도착한 구미 KEC 노동자들. 주위는 옷깃을 여미며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는 여의도 사무직 노동자들 발걸음이 바쁘다.

서울, 그것도 여의도가 낯설기만 한 구미지역 노동자들은 자리를 펴기도 전에 맨 먼저 현수막을 꺼내 눈에 잘 띄는 곳에 내걸었다. "KEC 곽정소 회장은 기획된 노조파괴 공작 중단하고 사태해결을 위한 교섭에 나서라!"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서울 날씨에 몸을 움츠리며 비닐 한 장을 나무에 얼기설기 엮어 지붕을 만들었다. 바닥에는 얇은 스티로폼을 깔아 냉기를 막아 본다. 여름 무더위가 씻기자마자 스산해진 서울 날씨는 남쪽지방 노동자들에게 여간 심상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경북 구미공단 KEC에서 일하다 회사가 노조파괴공작에 나서자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수출1번지 구미공단 KEC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한국 사회를 향해 외치는 것은 오로지 단 한 가지, 민주노조를 사수하겠다는 일념에서다.

금속노조 KEC지회가 국정감사에 곽정소 KEC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KEC지회 조합원들은 27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수 십 년간 기업 이윤을 위해 일한 노동자를 한순간에 적으로 내몰며 잔인하게 자행된 KEC 노조파괴 공작이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고 "KEC 곽정소 회장과 이신희 교섭대표, 사측 배후세력인 노조파괴 전문가를 국정감사장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획된 노조파괴공작으로 고통받고 있는 KEC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야 하며, 2010년 최장기파업사업장 KEC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하고 "노조를 무력화해 구조조정을 달성하려는 더러운 욕망으로 노조파괴전문가를 고용한 KEC 반사회적 노조탄압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KEC 노동자들 파업투쟁이 100일을 넘기고 있지만 회사는 교섭 문을 닫은 채 노동조합의 대화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KEC는 지난 1988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래 노사 간 평화적 관계를 지켜왔다. 노동자들은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보람도 느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생존의 버팀목이었다. 그들을 자신의 일터를 자랑으로 여겼다. 때로는 자본의 탐욕이 구조조정 광풍도 몰아왔지만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고용을 지켜냈다.

▲ KEC 곽정소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촉구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KEC지회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옆 농성장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명익기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3년 째가 되는 2010년 해마다 이뤄지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예년과 달리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이것이 철저히 기획된 노조파괴 공작 신호였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노조는 최선을 다해 노사교섭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짧은 교섭기간 진전은 없었다. 정당한 단체행동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용역을 투입했다. 이어 공격적 직장폐쇄가 단행됐다.

연이어 집단징계와 고소고발, 손배가압류와 용역의 폭력, 조합원에 대한 회유협박은 예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쉬지 않고 작동했다. 일체의 교섭 요구는 번번이 거부당했다.

올해 6월30일 새벽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90여 일을 공장 밖에서 먹고 자면서 교섭을 통한 사태해결을 바라고 있다. 수차례 용역깡패들에 의한 집단적 폭력과 무력시위를 당했다. 소화기 난사와 욕설, 모욕도 헤아릴 수 없이 당했다.

조합원들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KEC지회의 분노가 응어리져 피멍으로 맺혔지만 경찰도, 노동부도, 국회의원도 눈을 감았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오는 10월4일부터 진행되는 대한민국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KEC 사태가 해결되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KEC 노동자들은 단식에 돌입하며 발레오만도에 이어 KEC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탄압 유형이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자정책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확산 중에 있음을 우려한다. KEC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그들은 절박한 목소리로 외친다.

KEC지회는 오늘 노숙단식농성에 돌입, 국회 앞 1인시위와 출근, 중식선전전을 펼치며 오는 29일에는 조합원 다수가 상경해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는다. 국회 환노위 위원과 지역구 의원들을 방문해 면담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준일 지부장과 KEC지회 한소정 부지회장은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KEC지회 간부와 조합원 11명이 오늘 단식을 함께 시작해 1주일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며, 조합원들이 1주일씩 릴레이 상경단식투쟁이 계속된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오늘(27일) 열린 회의에서 KEC 곽정소 회장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거부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KEC 노조말살 행태를 일일이 설명하며 곽 회장 증인채택이 성사되기를 호소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국회 소식을 전해들은 KEC 노동자들 눈빛에 실망감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그 분노를 딛으려 눈 한 번 질끈 감는다. KEC지회 조합원들 무기한 단식농성은 오늘 시작됐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다.

▲ 국회 앞 산업은행 옆에서 단식농성장을 차린 KEC 조합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 27일 오후 KEC지회 조합원들의 단식농성장을 찾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익기자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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