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국정감사 맞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절규, 졸속매각 반대

▲ 19일 오전 국회 정무위의 한국산업은행 국정조사를 앞두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 조합원들이'쌍용차 회계조작 책임자 처벌 및 산업은행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쌍용차 회계조작 책임자 처벌 및 산업은행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 조합원들이 국정감사 방청을 요구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이명익기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맞춰 회계조작과 기획파산으로 노동자들 살인해고를 초래한 박영태 관리인을 규탄하며, 산업은행에 대해 졸속매각 방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19일 국정감사를 2시간 앞두고 산업은행 정문 앞에 일찍부터 집결해 쌍용차의 잘못으로 인해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절규를 토해냈다.

조합원들은 “회계조작 책임자 박영태를 구속하라!”, “먹튀자본 비호하는 산업은행 규탄한다!”고 외치며 산업은행장 면담과 국정감사 방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경찰을 동원해 문을 틀어막고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해고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한 죄_정리해고자’, ‘의리를 지킨 죄_징계해고자’, ‘정규직이 아닌 죄_비정규직 해고자’, ‘약속을 믿은 죄_(미복귀)무급해고자’라고 씌어진 커다란 칼을 목에 쓰고 앉아 쌍용차가 아무런 잘못 없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죽이고, 구속하고, 차디찬 거리로 내몬 것을 규탄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19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정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산업은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황인석 쌍용자동차지부장은 “먹튀자본의 기술유출 행각과 노동자 압살에 맞서 우리는 지난해 77일 간 공장점거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3,000여 명 노동자들을 거리로 쫓겨났다”고 전하고 “우리는 계속 불거지고 있는 회사의 회계조작 등 불법비리들을 알려내고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국책은행은 한 나라의 산업육성과 뒷바라지를 잘하는 것이 임무인데 지금 산업은행이 하는 짓은 대부업체와 다를게 없다”면서 “상하이차 기술유출과 불법비리에 눈감은 산업은행이 이제 아무런 대책없이 마힌드라 졸속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쌍용차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산업은행에 대해 상하이차 먹튀행각을 방조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과 채권단 이익만 챙기는 졸속 헐값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매각과정서 인수자-산업은행-쌍용차지부 3자협상을 보장하고, 매각조건에 8.6노사합의 이행, 정리해고자 원상회복 등 고용보장, 먹튀 및 기술유출 방지대책, 쌍용자동차 직접투자계획과 독립경영원칙을 명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황인석 지부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무위의 한국산업은행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19일 오전 국회 정무위의 한국산업은행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영태 쌍용자동차 관리인이 창조한국당 유원일의원의 회계조작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지부는 “쌍용차 노동자는 여전히 탄압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그 모든 책임은 상하이와 쌍용차 경영진 그리고 산업은행에 있다”면서 “산업은행은 인도 마힌드라가 기술후발기업으로 오직 자사 이익을 위해 쌍용차 기술과 브랜드를 이용하는, 제2의 상하이차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쌍용차지부는 “상하이차 먹튀행각 문제를 제기하고, 파업까지 벌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를 매각협상 당사자로 인정해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졸속매각 재판을 막는 확실한 길임을 산업은행 민유성 은행장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 도중 한 쌍용차 노동자가 국정감사 방청과 산업은행장 면담을 촉구하며 은행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경찰들에게 밀려났다. 경찰은 쌍용차 조합원들을 향해 방패 날을 세우고 이해당사자로서 국정감사장을 지켜보겠다는 해고노동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타박상 등 부상을 입었다.

국정감사 시각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피감기관으로서 산업은행을 방문했다.

유 의원은 “이 정부가 사회적 궤도를 이탈했음을 저는 쌍용차 사태를 보면서 느꼈다”고 말하고 “5천억원 재산을 부풀려 3,000여 명 노동자를 쫓아낸 문제를 비롯해 새로운 정보를 토대로 사회적 입장에서 5개 질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원일 의원은 쌍용차 조합원들을 방패로 둘러싸고 은행 출입을 봉쇄한 경찰들을 향해 “이들은 공권력이 아니라 ‘사무종사자’로 불려야 한다”면서 즉각 병력을 풀고 물러가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한편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넘어간 후 지난 수년 간 진행된 온갖 편법불법 비리들이 계속해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쌍용차 법정관리 승인과 정리해고의 바탕인 회계자료를 공인회계사에게 검토케 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건물과 구축물, 즉 부동산을 ‘손상차 손계상’했고, 그 규모는 5천억원이 넘었다.

2008년 12월 쌍용차가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만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당시 각각 23억원, 8,000만원에 불과했던 손상차손 누계액은 2008년 한 해 동안 약 100배, 400배씩 증가했다. 회계장부 상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한 해 동안 건물이 약 50%, 구축물이 약 65% 하락한 것으로 돼 있다.

건물과 구축물 가격이 1년 만에 반토막이 된다는 것은 일반인도 이해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쌍용차의 회계조작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얼마 뒤 삼일회계법인은 실사조정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1조197억원으로 만들었다. 불과 5개월 만에 5,252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 가격이 2배가 된 것이다.

상하이 먹튀자본이 기술을 다 빼가고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 3,000여 명을 공장 밖으로 쫓아내는 것을 방조한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오늘(19일) 진행된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쌍용차 사태 관련해 산업은행 국정감사를 실시하며, 내년에도 국감장으로 불러내 계속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찰이 국회 정무위의 산업은행 국정감사가 열리는 국정감사장 주위를 경찰 병력으로 에워싼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19일 오전 국회 정무위의 한국산업은행 국정조사를 앞두고 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출근하는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인시위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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