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반입도 안돼 대화도 싫어..."공권력 투입시 전면전"
파업 1백33일, 직장폐쇄 1백20일. 그리고 KEC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투쟁 7일째. 그러나 회사는 노조의 식량반입 요청도 거부하고 대화통로마저 끊어버렸다. 이에 회사가 시간끌기와 농성자 ‘말려죽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며 인권탄압 우려 목소리가 높다.
▲ 회사는 경찰병력을 사내로 불러들여 외부의 식량반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KEC 회사 안 경찰병력 모습. 강지현 |
끼니도 문제다. 점거농성자들이 갖고 들어간 식량은 고작 8일치였다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농성자들은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루에 한 두끼를 굶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는 경찰병력을 사내로 불러들여 외부의 식량반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점거농성자들이 있는 공장안 잠입취재를 시도하던 언론사 기자들조차 들어갈 통로를 못찾고 포기할 정도다.
▲ 27일 금속노조 1천 2백 여 명이 집회 뒤 식량반입을 시도했지만 경찰병력의 제재로 무산됐다.강지현 |
▲ 27일 금속노조 1천 2백 여 명이 집회 뒤 식량반입 시도 때 경찰이 소화기를 뿌려대며 막아서고 있다. 강지현 |
▲ 유영한 KEC지회 쟁의부장이 27일 금속노조 집회 뒤 행진 때 구미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호소하고 있다. 강지현 |
회사는 경찰을 앞세운 노조탈퇴공작마저 서슴치 않고 있다. 점거농성 뒤 아프거나 집안사정 때문에 공장 밖을 나온 일부 조합원에게 경찰이 위법 부당한 행위를 벌이다 발각된 것. 26일 농성장에서 나온 한 여성조합원은 경찰이 ‘업무복귀확약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27일에는 연행되어 조사받는 조합원의 친척을 경찰이 불러 배석하게 하고 업무복귀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경찰관계자는 27일 “3명한테 확약서를 받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민주노총 구미지부의 배태선 사무국장은 “공장안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핸드폰인데 회사는 조합원 가족을 회유해 가족이 농성자들에게 전화하게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다. 경찰병력의 협박도 점거농성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언론보도를 통해 “KEC 공장 진압작전 준비완료”라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흘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여론은 사용자측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만난 구미의 한 택시기사는 “사용자가 중국공장 재미없으니 한국공장 인력 구조조정하려고 사전에 노조 힘 빼놓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다. 그는 이어 “몇 해 전 싸움이 있었던 코오롱도 지금은 윗 사람들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죄다 하청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미 경제를 뒷받침하던 KEC와 코오롱 등 대기업 사장들이 해도 너무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병력의 진압도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이날 집회 때 공장 안의 김준일 구미지부장은 전화연결을 통해 “이곳에는 수많은 가스와 약품 및 푹발물이 가득하므로 공권력 투입시 끔찍한 참사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사설에 “구미 KEC사태가 제2 용산참가가 우려되므로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라”고 썼다.
▲ 금속노조가 27일 낮 3시 고용노동부 구미지청 앞에서 '공권력 투입 반대! KEC 투쟁 승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노조 소속 조합원 1천 2백여명이 모여 집회 뒤 KEC 공장까지 40여 분간 행진을 했다. 강지현 |
▲ KEC지회의 한 여성조합원이 '공권력 투입 반대' 및 '민주노조사수'가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강지현 |
현재 구미지부 김 지부장(KEC출신)과 현정호 KEC지회장 등 8명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징계 해고당했다. 또한 조합원 80여명도 사직권고라는 엄청난 중징계를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했다. 반면 김경수 KEC부지회장은 “회사는 노조를 깨려고 용역깡패를 고용해 먹여주고 재워주는 등 지금까지 2백억 원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KEC지회 조합원들은 현재 징계와 고소고발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다수가 해고되고 철창에 갇히는 순간 KEC에는 노동조합의 뿌리가 없어져버릴 것이라는 절박감이 있다. 김 부지회장은 “우리의 소원은 이 짐승같은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라고 호소한다. 4개월 째 임금 한 푼 못 받고 노조사수 하나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외침을 회사가 언제까지 버티기로 일관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