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결성 반대 "경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묶어 두겠다는 것"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빌딩이 테러를 당한 지 10주년 되던 지난 9월 11일 전현직경찰과 시민들로 이뤄진 4개 시민단체가 전국경찰노조추진위를 출범시켰다. 수십 년 전부터 경찰노조가 정착된 영국, 프랑스, 독일등 유럽의 40여개 국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도 경찰노조가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찰노조 추진을 공언한 이상, 적지 않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경찰수뇌부는 형사처벌 운운하며, 정보과 형사들을 총동원하여 경찰노조를 추진하는 시민단체에 대해서까지 철저하게 불법 민간인사찰까지 일삼고, 현직경찰에 대해서는 경찰노조 추진을 하지 않으면 처우개선해주겠다며 구슬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수뇌부가 내세우는 처우개선이란 결국, 현장경찰을 과로사로 내모는 파출소와 3부제 환원이며, 경감근속거부로 귀결되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유례없이 현직경찰 입학을 금지하며 위헌적 특혜특채덩어리인 경찰대학 고수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 경찰은 해방직후부터 활동하는 철도노조나 항만노조처럼, 공무원이면서도 교대근무제도로 혹독한 3D “현업직종”에 속한다. 이른바 생명수당이니 각종 특별수당을 준다고는 해도 경찰퇴직자의 평균수명은 국민평균수명보다 16살이나 적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찰노조는 생겨도 진즉 만들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친일경찰이라는 오명에다가 생존하기 위해 빨치산과 싸워야 했던 역사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현장경찰 자신들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최소한의 결사의 자유나 단결권마저 금지당하는 걸 감내해야 했다.

경찰수뇌부가 이른바 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설립을 반대한다고 하나, 악법은 개정하면 된다는 점에서 도대체 아무런 설득력도 없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포함하여 모든 노조가 처음엔 모두 불법이었다. 남아프리카 노조 측이 우리나라방문단에게 “OECD 회원국이면서도 교사 공무원 노조를 탄압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것은, OECD보다 더 추려진 나라들로 이뤄진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후진적이며 비민주적인 경찰제도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찰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가 당연히 허용하는 단결권과 직장협의회을 금지함은 물론이고, 단순한 정치적 의사표시나, 탄압하는데 전가의 보도로 악용하는 이른바 ‘집단행동’까지 전면금지 당하는 말 그대로 ‘파시즘’국가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조승수의원이 경찰노조 허용을 주문한데 대해, 조현오청장이 남북분단 상황을 들먹이며 반대하다가 실소만 자아낸 것 역시, 자신이 당치도 않는 잘못된 실적주의를 내세우며 과로사와 고문수사를 강요해온 경찰독재자의 상황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경찰수뇌부가 경찰노조를 극구 반대하는 것은 경찰을 단지 ‘정권의 하수인’으로 묶어두겠다는 의도이다. 남북분단을 핑계로 노조설립을 반대하던 과거 이승만 민간독재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와 마찬가지로, 이명박정권이 경찰노조를 반대하는 것 역시 “민간파시즘 독재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과 연대하며, 각국의 경찰노조의 협력과 지지를 모색하고, 무엇보다도 용산참사처럼 정권과 자본 편에 서는 독재경찰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과 인권 편에 서는 경찰로 거듭나 공정하며 돈 받지 않는 깨끗하며 당당한 경찰이 되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은 희생과 짧은 기간 내에 정식출범할 수 있다고 본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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