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다리 현판식·40주기추도식...시민사회원로·야5당대표들 참석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전태일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사른 지 40주년을 맞는 13일 오전 열사 분신현장과 마석모란공원 민주묘역에서 전태일다리 현판식과 4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전태일다리에서 오전 9시 열린 현판식에서 전태일열사의 친구 이승철선생은 전태일열사가 평화시장 노동자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다 고뇌 끝에 분신한 경위를 설명하고 “노동자와 지식인들이 그 뜻을 살리기 위해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 노력했고, 이 자리에 전태일 흉상을 세우고 다리이름을 전태일다리로 만든 것이 기쁘고도 가슴이 저리다”고 밝혔다.
그는 “40년이 지나면서 노동자들 권리가 나아지는 듯도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통은 극심하다”면서 “전태일이 지금 살아있다면 자본가도 권력자도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가 돼 ‘우리 권리를 찾자’고 외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전태일다리’라고 적힌 다리 입구 쪽으로 가서 제막식을 가졌다. 또 전태일열사가 항거분신 후 쓰러진 자리에 조성된 동판도 만져보며 40년 전 오늘 전태일열사가 자신의 온몸을 불태우며 외친 그 정신을 되새겼다.
동판에는 전태일 흉상을 향해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이곳에서 산화하다”라고 새겨져 있다.
전태일40주기행사위원회는 오늘(13일) 현판식과 추도식을 마지막 사업으로 진행한다. 이어 전태일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전태일 이야기를 교과서에 실어 자라나는 후세대에게 이 땅 노동운동의 역사와 노동자의 저항정신을 알리고 이어받게 만드는 사업을 계속 수행해야 할 과제가 노동자들에게 부여됐다.
현판식을 마친 추모객들은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오전 11시 전태일열사 40주기 추도식을 거행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열사의 유언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은 창립 15년을 맞지만 구미에서 노동자가 자신 몸에 불을 당겨야 하는 현실, 비정규직 노동자가 900만에 이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다시 모여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하니, 전태일동지가 민주노총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라”고 말했다.
또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반노동 반민주 반통일 이명박 정권에 맞설 것을 결의하며, 노동법전면재개정범국본을 건설해, 제2의 민주노조운동, 제2의 진보정치통합운동, 제2의 87년 대투쟁을 만들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이 결심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새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분초를 쪼개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이어 함세웅 신부는 “제2의 전태일이 된다는 것, 전태일40주기를 기념한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비정규직, 여성, 이주노동자와 함께 한다는 것이고, 말로만이 아니라 급여나누기운동 등 가진 것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40주기를 맞는 전태일동지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가장 실천적인 선물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태일열사의 친구 임현재 선생은 “40년 전 전태일이 우리 가슴에 던진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면서 전태일열사가 평화시장에서 고통스러운 노동을 이어가던 노동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전태일이 다시 이 땅에 온다면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와 함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고 “40주기를 맞아 많은 노동자민중이 전태일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것에 기쁨을 표하며, 전태일을 가슴에 새기며 운동하기를 염원한다”고 전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서울의료업노조 대표도 추도사를 통해 이 시대 전태일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겼다.
각 정당 대표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전태일열사가 산화한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노조무력화, 노동자 탄압이 계속되고 있으며 노동자들 분신사태가 이어진다”면서 “이에 대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전태일열사 영전에서 비정규직을 해소하고 노동자 권리를 수호하고, 이 땅을 정의가 숨 쉬는 곳으로 만들 것을 다짐한다”고 역설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전태일열사는 민주노조 깃발을 쥐고 노동3권을 외치는 현대사를 이끌었다”고 전하고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과 정당들의 힘을 모을 것이며 노동이 존중받는 새 세상을 만들어 온 몸을 불태워 시작한 전태일열사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영전에 바치겠다”고 결의했다.
심상성 진보신당 전 대표도 추도사를 통해 “전태일열사가 자신 몸을 불살라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들 인간다운 삶을 외쳤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이란 단어가 불편하고 지난 과정에서 노동은 철저히 유배당했다”고 토로했다.
심 전 의원은 “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으로 이제 비정규직은 일부가 아닌 절대다수의 이름이 됐고 우리 아들딸의 이름이 됐으며 국민 모두가 불행하다”고 말하고 “전태일열사를 중심으로 야권연대를 튼튼히 해야 하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면서 “정치인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쥐고 국민에게 다가가 비정규직 없는,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달려나가자”고 성토했다.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정규직을 웃도는 현실을 토로하고 민중권력을 쟁취해 노동자서민의 인간다운 삶을 이루고 전태일열사 영전에 바칠 것을 다짐했다.
이소선 어머니는 인사말에서 “40주기를 함께 해준 어르신들, 정치인, 학생에게 모두 고맙다”고 참석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고 “여기 오신 분들만 하나가 돼도 뭐든지 할 수 있다, 우리 하나가 돼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격려했다.
추도사 중간에 김성만 동지의 ‘타는 목마름으로’, ‘어머니’ 노래공연이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일제히 함께 부르는 가운데 추도식을 마쳤고, 참가자들의 분향과 헌화, 묵념이 이어졌다.
전태일열사 40주기를 맞아 마련된 전태일다리 현판식과 추도식에는 백기완 선생, 조헌정 전탱일재단 이사장, 유가협, 민가협, 범민련, 추모연대 어른들,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상임고문과 이강실 상임대표, 남상헌·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전직 위원장들, 전태일열사의 친구들, 김영훈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대표단, 민변 권영국 노동위원장, 야당 대표와 의원 등이 참석했다.
■ 전태일열사가 남긴 성찰의 글 [자기훈련]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1970년 8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