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장 인터뷰

금속노조 충남지부 동희오토지회가 제18회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했다. 동희오토지회 이백윤 지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태일노동상 기념패로 수여받은 ‘곧은목지’를 두 손 높이 치켜들며 “이 상을 현대차 자본을 상대로 한 싸움의 칼날로 다듬겠다”고 외쳤다.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는 자본가에겐 ‘꿈의공장’, 노동자들에겐 ‘절망의공장’으로 불린다. 100% 비정규직 노동으로 차를 생산한다. 17개 사내하청업체 소속 900여 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현장에서 일한다.
 
노조를 만들려던 110여 명 노동자들이 업체폐업, 계약해지, 징계해고 등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해고당했다. 현대기아차 원청이 직접 나서 해결하라며 투쟁했고, 결국 지난 3일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동희오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해고자들 원직복직이라는 성과를 내왔습니다. 그동안 해고백화점 동희오토에서는 나서면 찍히고, 찍히면 잘리고, 잘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됐어요.”
 
그것은 최저임금과 열악한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단결하지 못하는 저해요인이었다. 그런데 해고된 노동자들이 밖에서 2년 간 싸워 전원이 다시 복직되는 선례를 만들어낸 것.
현장노동자들은 이번 복직합의에 대해 의아하면서도 신기해한다고 이백윤 지회장은 전했다. 그 힘든 공장에 복직하겠다고 투쟁하는 것이 의아했고, 불가능할 줄 알았던 복직이 실현되자 신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해고자 몇 명이 현장에 복귀했다고 해서 상황이 급반전되거나 노조활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달성한 것은 아니므로 이후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장을 조직해 노조를 재건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 인간적 융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백윤 지회장은 지난 양재동 농성투쟁을 통해 느끼고 확인한 것이 많다. 농성장 앞 하나로마트 직원들, 길 가던 시민들 모두가 응원했다. 심지어 지나던 시민이 슬그머니 호주머니에 돈 몇 만원을 찔러 넣어주기도 했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 차를 세운 버스기사는 “힘내라”며 손을 흔들어 줬다. 농성소식을 트위터에 올릴 때마다 수많은 이들의 응원댓글이 터져나왔다.
 
이백윤 지회장은 “사측은 법적으로 관련 없는 외주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생떼시위를 한다는 둥, 글로벌 현대차 이미지에 손상을 줘 바이어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둥 매도했어요. 또 국감 때 한나라당 의원은 ‘비정규직 동희오토란 외피를 쓴 불순분자들이 체제전복을 위해 암약한다’고도 했구요.”
 
이런 왜곡된 공격들은 국민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비정규직 간접고용제도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보수적이라는 주요 일간지조차 저들의 주장을 비중 있게 다루지 못했다.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화하면 기업을 어떻게 경영하느냐’는 자본 측의 억지와 강변 역시 이제는 언론을 움직이지 못한다. 비정규직 고용이 잘못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백윤 지회장은 운동사회 안의 변화도 지적한다. “비정규직 투쟁이 있을 때 투쟁주체를 옆에서 돕고 거드는 차원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투쟁을 함께 만들기 위해 주체적으로 고민합니다.”
 
“진짜사장이 고용하라”며 시작된 양재동 농성에 30여 개 단체가 모여 힘있게 농성을 유지했다. 심지어 60여 명이 동시에 한뎃잠을 자기도 했다. 그런 연대투쟁이 사측에 엄청난 압박이 됐고, 투쟁 승리를 가져온 요인이었다고 이 지회장은 말한다.
 
“아직도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 객관적으로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끝까지 싸워 승리하세요!”

노동과세계 490호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