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버스사업장 1,000여명 조합원들, 민주노조 사수투쟁

▲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이 민주노조 사수와 생존권 쟁취를 위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준)
전북지역 7개 회사 버스노동자들이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 노동착취를 없애기 위한 총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운수노조 민주버스소속 전북지역 제일여객, 호남고속, 전일여객, 시민여객, 전북고속, 신성여객, 부안스마일교통 등 7개지회 1,000여 조합원들이  지난 8일 새벽 4시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투쟁에 돌입했다.

버스 노동자들은 소속 7개 버스회사와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진출입로를 버스로 봉쇄한 채 고강도 투쟁을 벌이고 있다. 8일 오전 9시를 기해 각 지회별 파업출정식에 이어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노조 인정과 주 40시간 노동, 최저임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조탄압 중단, 민주노조 인정, 최저임금 지급, 미지급한 통상임금 지급, 과도한 노동시간을 근기법에 맞게 주 40시간으로 축소, 부당배차 중단, 공정배차 실시, 무리한 운행으로 인한 사고발생비용 노동자 전가 중단, 식사시간·안전운행시간 보장 등 요구와 함께 단체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16시간 이상의 살인적 노동과 월 120~160만원 저임금에 오랜 기간 시달려왔다. 사측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차별, 비인간적 대접까지 받았다. 사정이 이러니 버스 노동자들은 가족 생계와 자녀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버스 사고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아 시민 안전마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과도한 노동을 하고도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버스 회사들은 사고비용까지 고스란히 전가했다. 휴식·식사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위장병을 달고 살고 화장실도 제때 갈 수 없어 방광염에 걸린 노동자가 대다수였다.

사실 전북지역 버스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노조가 있었지만 한국노총소속 어용노조는 자본과 결탁해 노동자 위에 군림하며 노조 이익을 챙기기 바빴다.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이 일시에 들고일어나게 한 것은 지난 8월2일 전주와 전북지역 19개 주요 사업장 노사가 체결한 임단협 내용이었다.

전북지역 버스사업장 사측과 어용노조 결탁해 조합원 3년 치 통상임금분 1천여만원을 포기하는 대신에 조합원 1인당 100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어용노조 대표들은 월 70만원씩 임금을 인상키로 야합한 사실이 알려지자 조합원들 분노가 폭발했다.

이에 지난 6~8월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어용 자노련을 탈퇴하고 자주적 민주적 노동조합을 건설, 민주노총 운수노조에 가입했다. 그 후 노조가 사측에 대해 무려 17차례나 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온갖 구실을 붙여 조합원들을 해고하는 등 대량징계를 남발했다. 결국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파업뿐이었다.

▲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살인적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려오다 사측과 결탁한 어용노조의 비리와 횡포에 분노해 일어섰다. 사진=공공운수노조(준)
총파업투쟁에 나선 전북지역 버스노동자 투쟁본부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노예의 사슬을 끊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고자 일어섰다”고 선언하고 “시민의 발인 버스교통을 정지시켜 시민과 도민 여러분 생활에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면서 “우리들 기본 요구를 속히 이뤄 여러분의 발이 되어 온전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전북 버스노동자들 파업은 쟁의조정절차를 거친 합법적 파업”이라고 전하고 “법원의 단체교섭응락가처분 판결에도 응하지 않으며 버스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사측이야말로 불법이며 이번 파업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 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대해 공권력은 폭력과 연행으로 대응했다. 전면파업 첫날인 8일 오전 농성과정에서 무려 76명 조합원이 경찰 폭력에 맞서다 연행됐다. 또 7명 노동자들이 다리와 허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수년 전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받은 한 조합원도 경찰 폭력에 무릎부분을 다쳤다.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파손 여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만약 파손됐다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무차별적 노동자 연행에 분노한 조합원들은 8일 오후 2시 전주시청 앞에서 ‘전북버스노동자 총파업투쟁승리 결의대회’를 갖고 연행자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연행된 노동자들 대부분은 조사를 받은 후 순차적으로 석방됐지만 그 중 1명은 48시간을 훌쩍 넘긴 10일 오후까지도 풀려나지 않고 있다. 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전북지역 검찰이 아닌 서울 대검이 이번 상황을 직접 지휘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 버스노동자들 파업 2일차인 9일 시내버스는 30%대 시외는 50% 정도의 운행률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버스 조합원들은 여전히 강고한 파업대오를 유지했다. 비조합원들도 “지금이라도 한국노총 탈퇴하고 파업에 함께 하겠다”며 동참해오기도 했다.

9일 전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터미널 안으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출입구를 봉쇄해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4시 전북노동청 앞에 또다시 버스 노동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합법적인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전주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전달한 노동청을 규탄했다. 운수노조 버스본부 박사훈 본부장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 각 지회 대표자들은 노동청장 면담을 통해 “노동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하고 노동부는 그럴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에 대해 철저히 근로감독을 하고 노동부가 사태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노사 간을 중재하라”고 요구했다.

버스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인 10일 5개 버스사업장들이 부분직장폐쇄조치를 단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전라북도 버스운송사업조합은 “불법 파업으로 시민과 다른 기사들에게까지 피해가 크다”면서 오전 9시를 기해 부분직장폐쇄 신고를 했다.

▲ 전북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조 깃발을 잡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준)
10일 부로 부분직장폐쇄가 신고된 버스사업장은 호남고속, 제일여객, 전일여객, 신성여객, 시민여객 등이다. 호남고속과 전일여객은 당일 오전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부분직장폐쇄 사실을 통보했다. 사측은 회사 내 용역을 배치해 조합원들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는 “직장폐쇄는 법적으로 노동자들 파업에 대해 사업 운영이 불가능 할 때 사용주의 방어권으로 인정되는 것이지, 이번 경우처럼 조합원들에 대한 공격적 부분직장폐쇄는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전 사업장에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물이 부분직장폐쇄 신고와 동시에 부착됐다. 전북본부는 “사측이 노동자들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더니 부분직장폐쇄를 신청해 합법파업을 인정했다가 또다시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본부는 이어 “정당한 버스 파업에 대한 전면적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원회는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에 돌입한 8일 성명을 발표해 경찰과 사측에 대해 “버스노동자를 석방하고 교섭에 나서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노조준비위는 경찰이 노골적으로 사측을 편들기 위해 파업노동자들을 연행한 사태를 지적하고 “파업이란 일을 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버스 노동자들 실력행사는 지극히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탄압은 사태를 일단락시키기 는 커녕 오히려 노동자들 분노만 더 키울 뿐”이라고 성토하고 “사용자 사주를 받은 어용노조는 자숙하라”며 노동자들의 어렵고 힘든 처지를 외면하다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뭉친 이들을 탄압하려 나서는 집단을 비판했다.

민주노조 깃발을 지키고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총파업투쟁에 돌입한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각 지회별 거점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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