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 “근거 법률로 악용되는 정보통신망법 조항 폐지돼야”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이랜드투쟁 관련 게시물 수십 건이 ‘임시조치’(삭제)됐다가 이용자가 해당 포털에 항의하자 1주일 뒤 복구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이랜드 관련 게시물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이랜드월드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게시물들을 임시조치한데 따른 것. 임시조치는 정보통신망이용및촉진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2(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근거해 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임시조치된 글은 대개가 개인 블로그나 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것으로서 “이랜드사태의 원인과 책임”, “전국으로 퍼지는 민주노동당의 이랜드 불매운동”, “‘스머프들’을 짓밟지 마십시오”, “민주노총·노동당, 이랜드 전 매장 매출제로 투쟁에 나서다” 등 신문기사나 다른 곳에서 옮긴 글이 대부분이었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와 ‘정보통신 감시·검열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준)’는 28일 ‘이랜드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이 명예훼손일 수 없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포털의 이랜드 관련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삭제)에 대해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포털사이트들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의무조항이 아닌데도 광범위하게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는 노동자 서민에게 너무나 가혹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고 이에 대한 제한은 명확한 법률 규정에 따라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임시조치’ 제도에서는 이러한 합리성은 찾을 수 없고 일방적 삭제와 사후 통보만 있을 뿐”이라고 토로하고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자본에 의한 ‘검열’”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터넷에서 건강한 비판과 소통의 문화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와 연석회의는 “이랜드 사건에 대해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토론에 붙이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이 어찌 명예훼손이 될 수 있냐”고 반문하고 “이번 사건은 이랜드자본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비열한 짓을 하고 있는지 전 국민에게 다시한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이랜드자본이 자신의 잘못을 전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랜드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교섭에 성실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 포털사이트는 월권행위인 임시조치 제도를 폐지하고 해당 이용자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며, 근거 법률로 악용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관련 조항은 물론 신속하게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04년 대통령선거 당시 온라인을 통해 네티즌들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소통이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에 올해 말 예정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중들의 자율성에 입각한 논의구조에 대해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황혁 민주노총 정보통신부 성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을 통해 민중들 의견이 소통되고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지금 사회에서 임시조치 제도는 정권과 자본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하고 “물론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게시물은 제한돼야 하지만 그 판단이 자의적일 경우 이번 경우와 같이 정당한 투쟁을 방해하고 자율적인 토론과 논쟁까지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보통신 감시·검열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준)’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40여개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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