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주가 벌금 700만원 안내려고 정규직화 시키겠는가?”

▲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GM대우차 닉 라일리 판결 규탄 및 불법파견 사업주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 부위원장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공농성이 23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GM대우차가 불법파견을 사용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처벌내용은 벌금 700만원뿐이다.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23일 오전 9시40분 GM대우자동차가 2003년 말부터 2005년 1월까지 협력업체 6곳과 계약을 맺고 자그마치 847명 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아 일을 시킨 혐의 관련해 닉 라일리 전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 협력업체 사장 6명 중 4명에게 벌금 400만원, 2명에게는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 판결이 나자마자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자를 착취해 수백 수천억 이익을 챙긴 자본가에게는 겨우 몇 백만원 벌금만 내게 하고, 정규직전환을 요구한 노동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해고를 통보하고 심지어 구속까지 일삼고 있기 때문.

GM대우차 닉 라일리 판결을 규탄하고 불법파견 사업주 엄정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3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회견은 직접고용쟁취! 파견제철폐 및 간접고용 확산저지를 위한 대책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노동단체들과 진보정당에서 참가해 이번 판결내용을 강력히 규탄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많은 동지들이 전국 곳곳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투쟁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투쟁이 충분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직접적 책임은 불법파견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법제도, 노동부 등 책임있는 주무부처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온 사회가 자본가들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도 불법적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규탄하고 “부평공장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며 불법파견 투쟁 승리를 위해 더욱더 지혜를 모으고 힘을 결집하자”고 역설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불법을 저지른 사용주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고 그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들을 엄청나게 탄압하고 있는 현실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분개하고 “사법부나 기득권층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우리 노동자들 힘으로 잘못된 것을 뜯어고쳐 노동자가 올바른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GM대우차 닉 라일리 판결 규탄 및 불법파견 사업주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도 자본의 공공연한 불법파견과 그들의 불법을 눈감아주며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을 방치하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지회 이영수 조합원은 “오늘 지회장 단식 4일차, 정문 위 고공농성 23일차를 맞는다”고 전하고 “농성조합원들 오줌통이 언 채로 내려오는가 하면, 신발에 땀이 차면 밤에 얼어서 신발을 신을 수조차 없고, 저체온증과 동상까지 걸려 고공농성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극한 투쟁의 상황에서 GM대우 사장은 사태 해결을 내핑개친 채 미국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다”면서 “GM대우는 ‘우리는 현대차와 다르다, 불법파견 사용하지 않았다, 합법도급이다’라고 말하는데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2003년부터 8년 이상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 온 우리 모두가 불법임을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GM대우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나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도 있다’며 협박했는데 이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못살겠다고 푸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불법파견을 사용하는 공장을 없애고 비정규직을 이 땅에서 없애기 위해 앞장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호정 서울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지금 GM대우 인천 부평공장에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돼 23일째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고 말하고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지키고자 엄동설한 날씨에도 굽힘없이 투쟁하고 있으며, 이들 역시 법원 솜방망이 처벌에 희생된 불법파견 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36만명 사내하도급 노동자 대부분이 불법파견으로 자신의 노동기본권을 빼앗긴 채 임금과 고용조건에서 엄청난 차별에 노출돼 있다”면서 “GM대우차는 더 이상 몽니 부리지 말고 즉각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우리는 만인 앞에 평등한 법집행과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이 원직복직 될 때까지 힘차게 투쟁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GM대우 비정규지회 이영수 조합원이 GM사측의 불법파견 사례에 대한 증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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