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들어 국가보조금 유용 지적...운영자, 시설폐쇄 신고

▲ 충북희망원 노동자들이 사측의 시설폐쇄 결정에 맞서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충북지역 한 아동양육시설이 돈벌이에만 혈안인 운영진에 의해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사회복지법인 충북희망원’은 미혼모와 가족해체로 인해 생겨난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로 현재 아이들 66명이 생활하고 있다. 가장 어린아이는 두 살, 가장 큰 아이가 열 살이다. 만 18세까지 시설에서 생활한다. 충북희망원은 1월6월 시설폐쇄 예정이다. 만약 시설이 폐쇄될 경우 한데 모여 생활하던 66명의 아이들은 충북도 내 정원 미달인 다른 시설들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희망원은 1948년 당시 허마리아라는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현 김인련 원장의 선친이 운영하던 것을 아들이 물려받았다. 김인련 원장(54세, 현 충북아동협회장)이 대표이사, 그 부인이 사무국장, 아들이 과장을 맡고 있다. 한 가족이 요직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19명이며, 간호사와 영양사, 조리원 등 총 23명이 일한다. 이곳은 현재 운영자에 의해 시설폐쇄 신청이 돼 있는 상태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6월28일 공공노조 충북지역본부 평등지부 충북희망원분회를 결성했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배경은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가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것을 고쳐보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공공서비스노조 충북희망원 분회 안병희 분회장은 “보조금은 아이들 의복, 신발, 음식, 교육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 돈으로는 옷 한 벌도 사주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인색했어요. 정부보조금이 있는데도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옷이나 신발 등을 부탁했고, 아이들 외출도 못하게 해요. 희망원 아이들에게 자유가 없어요. 식대비로는 과일도 사지 않고 대부분을 후원으로 해결했어요. 우유도 하루에 한 컵 이상 못 먹게 했어요.”

희망원이 아이들의 가장 기초적 ‘의식주’ 욕구조차 충족해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원장의 부인이기도 한 희망원 사무국장은 직원들 인격을 무시하는 말과 행동도 많이 했다.

▲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지난 10월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희망원이 국가보조금을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유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이들은 노조를 만들기 직전 보건복지부에 내부 고발 민원을 접수했다. 충북희망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 결과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음이 들통나 회수조치를 받았다. 국고보조금 부당 사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히다. 자기네 가족의 차량과 네비게이션을 구입하고 유류비로 탕진했던 것. 보건복지부는 4,100만원을 회수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도 사기업에도 일하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희망원 노동자들은 곧바로 노조를 결성했다. 충북희망원분회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복지와 인권을 요구했다. 또 노동자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 권리를 찾기 위해 교섭을 요구, 진행했다.

오래 참고 기다리며 교섭을 벌인 끝에 140여 개 조항 중 30여 개 쟁점을 제외한 110개 단체협약 내용을 타결했다. 이어 쟁점이 된 나머지 단협을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자 충북희망원은 외부기관 민원제기, 체불임금 고소, 언론 보도,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며 시설폐지를 결정한 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희망원 측은 10월7일 충북희망원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11월 중순 노동부에서 시설폐쇄 철회, 인사권 존중하는 등 조정안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은 이를 수용했지만 희망원측은 거부했다. 이어 사측은 12월6일 조합원 23명 전원에 대해 정리해고 예고를 통보했다.

분회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도 중요했지만 그 이전에 충북희망원 시설이 폐지될 경우 70여 명 아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 안병희 분회장에 의하면 충북희망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이미 눈치를 채고 불안해하고 있다.

“작은 애들은 저희들을 ‘엄마’라고 부르고, 큰애(8살부터)들은 ‘이모’, ‘삼촌’이라고 불러요. 작은 아이들은 저희가 자리를 비우면 불안해하면서 붙잡고 따라다니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찾고, 찾다가 없으면 막 울어요. 자다가도 저희가 보이지 않으면 울곤 해요.”

큰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의 생활터전을 없애려고 하는 것을 알아챘다. 요즘들어 부쩍 전에는 안하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큰애들은 다 알아요. 많이 불안해 합니다. 자기들 방에 별도의 잠금장치를 만들 어놨어요. 큰아빠와 큰엄마(원장과 사무국장)가 다른 시설로 보내려고 하면 문을 잠글거라고 했어요.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겠죠. 요즘들어 아이들이 저희들 전화번호와 주소를 자꾸 묻고, 집에 있을 때 간간히 연락이 오기도 해요. 아이들 전화를 받고 나면 마음이 짠하고 코끝이 찡해요. 전화 통화하고 나면 코끗이 찡해요. 아이들 생각해서 노동조합이 많이 양보하고, 또 양보했지만 충북희망원은 벽창호네요.”

▲ 충북희망원분회 조합원들이 10월14일 청주시청 앞 기자회견에 이어 "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외쳤다. 청주시청은 문을 걸어잠궜다.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노조는 지난 10월21일 한범덕 청주시장 면담자리에서 시설 폐쇄조치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고만 말했을 뿐 어떤 책임있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해당 주무관청인 청주시 관계자는 시설 폐쇄 사유조차 말해주지 않은 채 언론에 대해 “노동조합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마치 시설폐쇄가 노조 책임인 것처럼 떠넘기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또 “청주시는 이 문제에 있어 제3자이며, 절차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당사자 간에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66명 아이들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희망원 폐쇄문제를 단순한 노사 문제로 보고 외면하고 있는 것.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 등을 찾아다니며 66명 아이들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노동부와도 수 차례 면담을 진행하며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지역사회 내에서 충북희망원 시설폐쇄를 막기 위한 다각도의 중재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희망원 시설폐쇄가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시설폐쇄를 신고하면 3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게 돼 있다. 2011년 1월6일이 3개월 되는 날이다.

공공노조 충북지역본부 충북희망원분회는 매일 청주시청 앞에서 충북희망원 시설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시청 앞에서는 결의대회가 이어진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12월29일과 시설폐쇄 예정일을 하루 앞둔 내년 1월5일 청주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