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더 이야기 하자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노동운동 계기와 그동안 활동에 대해 = 2001년 건설노조 현장감시단 활동이 계기가 됐다. 현장감시단은 채용된다. 이전에는 오랫동안 학생운동 권에 있었다. 건설 쪽에서 활동하는 아는 선배가 추천해줬다. 이후 2003년 현장조직팀장 활동하면서 폭도 넓혀갔다. 건설현장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불법 사각지대로 형성돼 왔다. 현장 내 노동자들의 열망과 함께 노동조건과 임금 개선 등 성과도 거뒀다. 그해 ‘원청사용자성 인정’ 압박을 위해 전국적인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고 ‘공갈 갈취’라는 명목으로 구속됐다. 전국적 공안탄압으로 대전이 첫 케이스인 셈이었다. 당시 6명이 함께 구속됐다. 2004년 건설노조가 복원되고 충남과 대구에서 원청사용자성 판결이 나면서 건설노조의 활동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건설노조를 중심으로 활동해 오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대전본부 2기 임원선거 파행을 겪고 3년여 지도부 공백의 시간이 지나왔다. 당장 지도부 구성이 어려운 조건에서 공동비대위를 받아들이게 됐다.

△대전의 지역적 특성 및 지역본부 설립과정과 사업 활동에 대해 = 87년 6월 항쟁 당시 대전역은 가득 메워졌다. 97년 노개투 시기에도 전국에서 기세 있게 모범적으로 투쟁에 참여했다. 대전이 조직된 역량은 미흡한 편이지만 계기가 만들어졌을 때 폭발력은 장점이 있다. 지역본부도 3년 지도력 공백 이전만 하더라도 어려운 조건에서 연대 기풍은 못지않았다. 각 노조들이 어려움에 나서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던 중 지도부 3년 공백을 겪게 되면서 이러한 전통과 장점이 소멸돼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과거 우리 지역의 자산이라고 하는 ‘지역과 함께하는 연대’ 기풍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호텔리베라 투쟁은 지역에서 다들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600일이 넘는 투쟁의지, 지역에서 쌀모으기 운동, 지역차원 여론 환기 등 어려운 위장폐업분쇄투쟁을 결실로 맺었다. 내재돼 있는 지역의 자산 전통들이 지도부가 바로 선다면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는 증거다.
대전 본부는 후발 주자다. 2002년 충남과 분화되면서 탄생됐다. 공공연맹 사업장이 다수를 차지하는 특징이 있다. 2만 조합원 중 1만여 명 정도가 공공이다. 금속, 택시, 보건 등을 제외한 주동력이 과기노조나 공공단위이다. 공공중심의 노동운동은 지역 내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대전시협, 동부지구협 등의 활동을 통해 간부역량들도 많이 배출돼 온 측면도 있다.

△대전지역본부 당면사업과제 = 현재 민주노총이 요구한 사업들을 어렵게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별대표자들을 특위위원장, 상설위원장 등으로 세우고 본부를 끌어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11월 대전본부 2기 임원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도부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당면사업 중의 하나다. 2만 조합원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 본부가 무기력해 있는 모습들을 선거를 통해 빠르게 복원하는 일이 일차적이다. 특히 최근 장투사업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한이연, 금산축협, 콜텍지회 등이 그들이다. 어려운 조건이라 하더라도 지역역량에 집중해서 투쟁하고 승리하는 사업도 당면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랜드투쟁 관련 결정사항 등을 집행하는 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도부 구성 전이라도 이랜드투쟁을 승리하는 데 지역에서 역할 하는 것도 과제다. 지역 시청이나 유관단체 사업도 중단된 상태에 있다. 대전시경이 발족하면서 민주노총 집회가 불허되고 과도 대응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집행력을 바로 세워 시청, 대전지방경찰청, 유관단체 등에 힘을 발휘토록 하는 사업도 과제로 남고 있다.

△현장대장정에 대해 = 민주노총 산별 간부들이 어떤 지향적 관점을 갖고 사업을 조직해야 하는가 하는 데 있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성과는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나올 것이다. 간부들이 조합원 중심에 서자고 하는 취지와 시선들은 풍토로 확산돼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과 기층이 소통을 이루려면 일회적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 정례적으로 됐으면 한다. 소통이 원활하려면 지역이 중앙의 요구만큼 사업이 담보돼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은 그동안 민주노총 위원장과 상층간부들을 피상적 이미지의 실체로 느껴온 게 사실이다. 현장대장정은 건설노동자들에게 상급에 대한 실체적 상을 갖게 했다. 덤프트럭을 타고, 타워크레인을 오르는 민주노총 위원장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새벽부터 갖는 현장체험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산별시대 대전지역본부 강화방안 = 산별노조는 산업정책이나 전체노동자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반면 지역본부는 지역적 거점단위에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집행이 되고 있는지, 성과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산별요구를 집중해 지역유관단체나 지역사회에 실현해가는 노력은 본부의 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산별운동이 전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노력이 필요하다. 산별로 묶이더라도 중소영세, 미조직 비정규직의 조직화 속도를 높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어떤 정치적 역할을 발휘하느냐가 민주노총의 정치적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준이 낮아진 상태이기는 하나 산별노조가 하는 지역사업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노동과세계>에 바라는 점 = 조합원들에게 교육사업과 일상체계를 전달하는 기관지의 역할은 막중하다. 현재 민주노총 내 조합원들은 나이가 많아서 글을 잘 안보는 경향도 있다. 인터넷과 활자매체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투쟁현안이나 일상적 사업은 기관지에서, 민주노총 사업보고와 같은 것은 인터넷 매체면 충분할 것 같다. 투쟁 사안이나 사건 등에 있어서는 노동계급적 관점 제시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사업방향과 의제를 던져줘 토론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간부들 내에서라도 조직적으로 읽고 활동에 대해 일정정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읽기모임이라든가, 발표모임 같은 것이다. 재정과 인적자원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매체로서의 접촉면도 고민거리일 것이다.

△8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중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 = 짧은 비대위 활동을 하면서도 건설 쪽에서 많은 투쟁이 있었고 구속노동자들도 많이 나왔다. 자신의 몸을 던져서 무권리 체념상태로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참담한 생활을 요구당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 체제를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예봉이 민주노총에 집중되고 있는 때일수록 민주노총이 자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투쟁과 그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내야 하는 꿈과 희망을 더 이야기하고 포부로 밝히는 풍토를 잃지 않아야 한다. 민중들에게 희망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면 포부와 희망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자신있게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김율현 대전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장 약력>
2001년 대전충청 건설노조 현장감시단 활동
2003년 대전충청 건설노조 현장조직팀장
대전충청 건설노조 원청단협활동관련 구속
2004년 대전충청 건설노조 사무국장
2006년 대전충청 건설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공동비상대책위원장
2007년 건설노조 대전충청 건설지부장
건설노조 대전충청강원본부 수석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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