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여, 함께 싸울 준비는 돼 있는가"

전순옥 씨는 ‘노동자 전태일’의 동생이다. 그는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란 책을 통해 ‘여성해방과 노동운동의 민주화에 헌신한 70년대 젊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해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무관심하다’고 짚는다.

우리는 다를까. ‘노동자대투쟁’하면 누구나 87년 현대엔진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타올랐던 중공업, 대공장, 남성 중심의 투쟁을 쉽게 떠올린다. 반면 70년대 선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안타깝게도 잘 모르거나 알아도 스쳐간다. 심지어 ‘조합주의’ ‘경제주의’였다고 깎아내린다.
 
이 당시 1천명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한 여성은 5~60%였는데, 섬유, 전자, 신발류 등 3분야에서 73%나 됐다. 그러나 처우는 매우 비참한데다 차별까지 받았다. 면방업에 대한 섬유노조의 임금 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의 약 90%는 10만원 이상 월급을 받았고 15만원 이상도 20%가 넘는 반면, 여성의 57%는 5~6만원, 4~5만원도 18%나 차지했다. 여성 임금은 남성의 절반이었다.
 
인간적인 대우도 포기해야 했다. 토끼장 같은 공장 감옥 안에서 잠 안 오는 약을 먹어가며 하루 13~16시간 장시간 노동을 매일 버텨야 했다. 심지어 2천명이 일하는 공장에 화장실이 달랑 세 곳인 곳도 있었다. 관리자한테 성폭력, 폭언도 넘쳐났다. 이마저도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배고파서 못 살겠다’ ‘8시간만 일하자’ ‘결혼해도 일하고 싶다’ '노조를 인정하라‘를 외쳤다.
 
콘트롤데이타에서는 상여금을 사무직, 생산직 차별 없이 똑같이 받아냈다. 여성이 결혼하면 ‘당연히’ 회사를 떠나야 했던 관행에 맞서, 77년에 한 대의원의 결혼을 계기를 싸운 결과 ‘결혼퇴직제’도 없앴다. 삼성제약에선 생리휴가, 산전후휴가 쟁취와 남성 관리자의 권위적이고 성차별적인 폭력, 폭언을 개선시켰다. 동일방직, YH무역, 반도상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인상’ ‘8시간 노동’ ‘노조 민주화’ ‘모성보호’ ‘성차별 개선’ 등을 위해 일어섰다.
 
“나만 잘 살기보다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생각하며 싸웠다고 자부한다. 목숨 걸고 싸웠고 그 덕분에 민주노총도 탄생했다” 당시 청계피복에서 일했던 신순애 씨의 증언이다.
 
다가오는 3월8일은 세계사회주의자들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노동자의 참혹한 환경과 여성 차별엔 국경이 따로 없다. 1900년대 미국 여성노동자들도 저임금에 하루 12~14시간씩 일했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거권조차 갖지 못했다. 그러다 1908년 3월8일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 여성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10시간 노동’ ‘노조 결성의 자유’ ‘여성 선거권 보장’ 등을 걸고 무장군인, 경찰에 맞서 싸웠다. 이로부터 3.8 여성의 날이 탄생했는데 주요 시위는 전쟁 중에 일어났다. 러시아에서는 여성들의 시위가 러시아 혁명을 촉발하기도 했다.
 
노동자 투쟁에도 국경이 없다. 그런데 여성과 남성 노동자 사이에도 국경이 없는가.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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