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신임위원장 인터뷰

교수노조 신임위원장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신임위원장(41세_경북대 사회학과)이 한국 사회 7만여 비정규교수노동자들을 대표해 시간강사 착취로 유지하는 대학자본에 맞서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임 위원장은 10여 년 간 대학강사로 일했으며, 2003년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사무국장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 후 경북대분회장, 본조 정책국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을 거쳐 지난 2월26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17대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대학은 기업이나 개인의 자산이 아니죠. 그런데 대학이 자본화 기업화되고 있어요. 대학 자본은 비정규노동을 확대하고, 학부모와 예비노동자인 학생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해 덩치를 키우며 자신들 축적기반을 만들었죠. 우리는 그들에 대한 총체적 저항의 진지를 구축하려 합니다.”
 
대학에서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를 제외한 대다수가 비전임교원이다. 이들은 법적 교원지위를 얻지 못해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다. 신분이 불안정하며 임금도 열악하다. 국공립대보다 사립대, 전문대는 더하다.
 
과거 155개 대학에서 일하는 5만명 교원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강의평가, 자본의 논리인 생산성 면에서 전임교원과 시간강사는 같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임금은 시간강사들이 1/4~1/8 정도를 받았다.
“2004년 영남대에서 예결산자료를 공개했는데 전임교원 명절휴가비가 10억이더군요. 시간강사들 전체 연봉을 합쳐 40억이구요. 전임교원 떡 4개 값으로 시간강사들은 1년을 연명하는 겁니다. 양극화도 이런 양극화는 없어요.”
 
임순광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대학 비정규교수 노동자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양산을 말하지만 대학에서는 60년대부터 비정규직이 수십 배 늘었어요. 시간강사 문제가 불거지자 변형된 시간강사제를 도입해 임금을 조금 더 주겠다고 하지만 문제해결은 요원합니다.”
 
2003년 5월 서울대 백모 비정규교수가 학교 뒷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2008년 초엔 건국대 한모 비정규교수가 목숨을 끊었다. 2010년 5월엔 조선대 서정민 비정규교수가 대학강사의 생활고, 교수직을 사고파는 추악한 현실, 정규교수에 의한 억압과 수탈의 참상을 고발하며 자결했다.
 
임 위원장은 “이들 외에 알려지지 않은 희생자도 많을 것”이라면서 대학 시간강사제도를 일컬어 “비정규직 확산의 암세포이자 악의 축”이라고 일갈했다. “대학 시간강사제도는 우리나라 공공성을 훼손하는 암세포에요. 그게 확산되고 전이돼서 사람 생명까지 가져가고 있어요. 시간강사제도가 공공부문 특히 교육부문에서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를 양산하는 근거자료가 돼 초중등학교에 기간제교사제도가 생겼죠. 시간강사제도를 베낀 겁니다.”
 
그는 이미 시간제 교원규모가 2만을 넘어섰다며, 최근 공공기관선진화, 국가고용전략2020란 이름으로 공무원 10% 이상을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만들려 하는 것도 비판했다.
 
임순광 위원장은 이 문제가 “비정규교수 노동자들의 원죄”라고 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몇 십년간 자본주의 최대 폐해에 대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해 생긴 문제에요.”
 
그는 “민주노총이 여공들을 위해 헌신한 전태일 열사를 계승한다는 초심을 견지하며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복지와 교육부문에서 노동자가 뺏기는 재정을 국민의 것으로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도 스스로 모범이 돼서 늘 가장 어려운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임순광 위원장은 비정규교수노조를 “바위를 뚫고 피어난 풀꽃”이라고 표현했다. “매 학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노조를 만들어 파업까지 단행하며 버티면서 조직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미약하고 부족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봐요. 정말 어려운 속에서도 향기와 의미를 간직하고 아름다운 저항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조직화에 온 힘을 다할 겁니다. 죽은 자를 추모하며 산 자를 위해 저항하겠습니다.”
 
홍미리기자/ 노동과세계 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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