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국제민주연대 등 노동시민사회, 노조인정·해고자복직 등 촉구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노동자 탄압, 노조말살 행태가 잇따라 이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과 국제민주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5일 정오 서울 삼성동 소재 (주)KB물산 서울사무소 앞에서 KB물산 필리핀 자회사인 Phils Jeon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오늘 집회에 이어 오는 4월19일 필스전 노조 관계자 3명을 한국에 초청, 회사에 면담을 요청하고 집회를 개최하는 등 항의행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등은 Phils Jeon 모기업인 (주)KB물산(당시 일경)을 2007년 9월3일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위반혐의로 제소하고 한국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필스전 노조 문제는 한국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사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한국연락사무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늘 개최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 한편 필리핀 현지에서도 6일 같은 요구를 담은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2003년 필스전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키로 하고 노조 등록선거를 준비했다. 회사는 노조가 선거에서 이길 경우 회사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하며 노조혐오증을 드러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고 필리핀 노동부도 노조를 인정했다. 필리핀 대법원 역시 2006년 11월 노조가 합법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노동조합은 1년 간 9차례에 걸쳐 단체협상 요구서한을 보냈지만 회사는 단체협상을 비롯한 모든 대화를 거부했다. 회사는 2006년 8월29일과 31일 조합원 63명을 사전통보도 없이 강제휴직시켰다. 노조가 9월25일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가 동원한 용역경비업체와 경제구역청 경찰은 집회 해산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 조합원 25명이 머리와 몸에 상처를 입었다. 그 후 농성장에 음식반입이 봉쇄됐고, 공장 앞 농성장은 고립됐다.

2007년 8월6일 새벽 0시경 회사 앞 농성장에서 자고 있던 여성노동자 2명이 마스크를 쓴 괴한들에 의해 납치돼 공단 근처에 버려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동자들이 버려진 곳은 회사 측 변호사가 운영하는 경비업체로부터 불과 100m 떨어진 곳. 회사가 한 짓이 분명했다.

필스전노조 집행위원장 Merly 씨와 노동자 지원센터 Cecil 씨가 2007년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한국NCP에 필스전을 OECD 가이드라인 위반 혐의로 제소하고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본사 담당 임원 임주환 상무와 대화를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그 해 말 국제민주연대가 필리핀을 방문해 최양선 대표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 역시 회사 측 완강한 태도로 인해 입장차만 확인했다. 필리핀 노동자 지원센터 이사장 존 신부와 활동가 Cecil 씨가 2008년 3월 또다시 한국을 방문해 한국NCP에 대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본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필리핀 현지에 떠넘겨버렸다. 2008년 4월, 필스전은 노조에 대해 회사에 사과하고 관련 소송을 철회하고 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퇴직금 일부를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기만적 제안을 했다.

민주노총은 2007년부터 필스전노조와 조직적으로 연대할 것을 결정하고 회사 앞 집회 공동집회는 물론 보석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민주노총 가맹 노조와 시민사회가 필스전 사태에 대해 연대했다.

당초 파업 후 한국NCP 결정을 통해 회사를 압박, 해고자 복직과 노조인정 등 성과를 얻으려던 계획은 한국NCP의 의도적 처리지연과 회사측의 완강한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생계로 인해 투쟁을 포기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든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국제민주연대 등은 필스전 노조 투쟁이 단순한 한 사업장 문제가 아니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과 효과에 대한 한국정부와 한국기업들 태도와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인 동시에 다국적기업 사업장 철수 협박을 통한 노동권탄압이란 문제에 직면한 한국 노동자들 모두의 공통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연대투쟁을 잇고 있다.

오늘 집회에서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합법적 노조 결성과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문제 관련해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한국NCP 직원들이 4년 간이나 제소사실조차 잠재워둔 것에 대해 우리는 분노하며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기수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5년 전 필리핀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살해위협까지 겪으면서도 노조 끈을 놓지 않고 투쟁하던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지속적으로 연대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필스전과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모든 기업들이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세계 각국 어디로든 달려가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데 우린 국적을 불문하고 단결하고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섭 이주노조 사무처장은 “20년 전 해외 각국 다국적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를 착취할 때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투쟁했는데, 이젠 한국기업들이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다니며 노동자를 탄압하고 나쁜 노무관리를 한다”고 전하고 “한국국민으로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동탄압을 감시하고 항의하며, 모든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전유리 국제민주연대 인턴은 투쟁결의문 낭독을 통해 필스존의 현지 노동자탄압과 노조말살을 규탄하고 “우리는 결코 이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회사는 노조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늘 한국 서울사무소 앞 집회를 시작으로 필스전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 민주노총과 국제민주연대 등은 “필스전노조 투쟁은 단순히 KB물산과 필스전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국적기업 횡포에 맞서 아시아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대해 싸울 것인지를 가늠하는 투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와 회사가 지금처럼 비열한 시간끌기와 무시로 일관한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주)KB물산에 대해 노동자들을 즉각 복직시키고 노동조합을 인정할 것, 노동조합과의 성실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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