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해고자인 그는 6년 간 복직투쟁을 벌인 끝에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 류승택 공공운수노조(준) 조직국장.
류승택 공공운수노조(준) 조직국장(42세). 그는 대한항공 해고자다. 6년 간 복직투쟁을 벌인 끝에 그는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류 국장은 1989년 3월 대한항공 부산 김해공장에 입사해 17년 간 항공기 부품제작·조립업무를 담당했다.

“대한항공엔 심각한 문제가 정말 많아요. 최근 3개월 간 4명의 직원들이 자살했어요. 직원이 직원을 감시케 하며 비이성적 무한경쟁을 부추겨 심적 압박을 가하는 ‘X-man제도’, ‘씨플레이어’ 등 직장 내 폐쇄적 조직문화가 팽배합니다.”

대한항공노조는 46년 역사를 갖고 있으며 조합원은 1만명, 조합비는 한 해 18억이다. 체육관선거로 사측이 정해준 사람을 위원장으로 뽑고 사업계획과 예결산 등을 5분 만에 일괄 통과시킨다. 말하자면 이름뿐인 노동조합인 셈이다.

노조는 직원들 노동조건이 아무리 부당해도 신경쓰지 않았다. 류승택 국장은 노동조건을 개선해 보려고 시위, 삭발, 집회를 벌이다 정직조치 당했고 이어 대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다 보니 노조의 잘못을 알게 됐다. 비민주적 제도와 어용성, 회사 눈치를 보며 조합원을 보호하지 않는 노조를 보며 류 국장은 노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노조에게 눈엣가시가 된 그가 해고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류승택 국장은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을 퇴출시키는 ‘씨플레이어’ 문제점을 비판했고, 회사는 대외비 인사규정 기밀을 누설했다며 그를 해고했다.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을 보통 모르는 사람들은 명품항공사라고 압니다. 일하는 노동자들도 명품 대우를 받을 줄 알겠지요. 실제 항공사 노동자들 현장은 그렇지 않아요. 노조가 있지만 개선책을 마련하거나 조합원들 입장을 대변하지 않아요.”

회사 측의 부당해고 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해고 이후 발생했다. 어용노조는 자신들의 온갖 비리를 밝혀낸 그가 해고되자 제명해 버렸다. 조합원을 보호해야 할 노조가 오히려 조합원을 사지로 떠민 것에 대해 류승택 국장이 느낀 충격은 말할 수 없었다.

이어 2007년 7월 부산김해공장에서 류 국장과 함께 일하던 한 동료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모두가 투신자살이라며 사건을 덮기 급급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자살이 아니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조합원들이 생존권을 뺏기는 해고를 당하고 죽었는데 노조는 어떤 입장도 없이 오히려 회사를 옹호했어요. 노조를 바꾸지 않으면 저 같은 억울한 해고자와 제 동료처럼 죽는 사람이 계속 나올 겁니다.”

노조가 자신을 제명하고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외면하는 것을 보면서 류승택 국장은 노동조합을 혁신해야 할 의지를 더 다지게 됐다. 2005년 9월 중순 해고되자마자 보름 후 서울로 올라온 그는 대한항공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조직을 결성하는 등 6년 간 복직투쟁을 벌여왔다.

“제가 일하던 현장에 빨리 돌아가 땀 흘리는 노동자로 살고 싶어요. 복직투쟁 과정에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좋은 기억도 많아요. 현장에 돌아가면 악랄한 자본 때문에 고통받는 노동자들들에게 친구 같은 동지가 될 겁니다. 그 다음엔 대한항공 일터를 바꾸고 노조를 민주화하는 이뤄야죠.”

대한항공 현장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기 위해 류승택 조직국장은 오늘도 밝게 웃는 얼굴로 공항 현장을 누비며 진짜노동자로서의 참된 삶을 살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