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김제동 등 색깔있는 연예인 발붙이기 힘든 MB 정부의 공영방송

방송인 김미화씨가 MBC에서 8년 동안 진행해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교체됐다. 김씨 본인의 자진하차에 이은 새 진행자 발탁이라는 형식을 띄었지만 사실상 MBC 지도부에 의한 진행자 교체의 성격이 짙다. 김씨의 하차는 이명박 정부 들어 진행돼온 이른바 색깔있는 연예인(방송인) 퇴출작업의 종결편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MBC는 지난달 25일 <세계는…>의 진행자에 최명길 보도제작국 부국장을 기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미화씨는 이날 MBC의 후임 진행자 발표가 있기 직전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진하차의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늘 부로 MBC시사진행을 접으려 합니다. 이젠 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 판단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서둘러 드리게 될지는 저도 몰랐습니다”라고 썼다. 특히 그는 지난달 25일 새벽에 올린 트위터에서 “아직..담당피디로부터 (교체와 관련한)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못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라디오에 가보면 정확한 이야기를 듣겠지요”라고 불안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리고 같은날 오후 스스로 하차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 사이에 분명한 입장을 통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MBC는 <세계는…>의 진행자 김미화를 왜 이토록 집요하게 끌어내리려 했을까. MBC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PD수첩 뿐 아니라 <후플러스> 등 간판 고발․감시프로그램의 폐지해왔고, 프로그램의 탈색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3월 초 PD수첩 주력 PD들을 무더기 전보조치하면서 MBC 내부에서는 ‘그 다음은 김미화, 손석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미화가 타깃이 된 것이다. 그 이후 4월 25일 김미화의 하차가 결정될 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씨의 교체이유에 대해 김도인 MBC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은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KBS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남편인 윤승호씨는 지난달 26일 블로그에 MBC 임원들이 KBS 블랙리스트에 관한 모든 법적 절차가 종료된 이 시점에서 또 다시 꼬리를 물고 시사진행 자리 ‘몰아내기’를 감행했다며 “명분없는 하차요구가 미안하긴 했는지 낮에 음악틀고 깔깔대는 무슨 쑈를 맡아달라 요청했고 감사하긴 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MBC의 김씨 하차는 자연스러운 진행자 교체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는…>은 8년 전 신설된 이래 지금까지 높은 청취율과 광고수익을 안겨준 효자프로그램이었다. 이 때문에 김씨의 교체는 MB 정부 들어 그동안 끊임없이 시도해온 색깔있는 연예인 제거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KBS의 경우 정연주 전 사장이 교체된 이후 2008년 가수 윤도현씨가 하차했고, 2009년엔 김제동씨와 김C의 하차가 이어졌다. 지난해엔 김미화씨가 ‘KBS에 블랙리스트 문건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KBS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교체된 연예인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색깔있는 행보를 나타낸 이들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윤도현씨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노제 사회를 본 김제동씨 등. 제거의 칼날이 끝내 MBC의 김미화에게까지 온 것이다. 연예인의 최소한의 사회 참여와 의사표현도 현 정부의 공영방송 하에서는 발도 붙이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한 번 확인해줬다. 튀는 연예인을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취재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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