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조건 3천만원"...노조와 상관없는 조폭이 왜?

포스코 사내에 존재하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향한 노조탈퇴 공작을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일 밤 11시 25분 전남 광양의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 모 조합원이 광양지역 조직폭력배 ‘ㅂ파’ 조직원 세 명에게 납치되어 2시간 동안 감금당한 채 노조탈퇴 협박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 조합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사내하청사인 (주)DSC(덕산)에 근무 중인 노동자다.

   
▲ 전남 광양지역 조직폭력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허형길 분회장
지회에 따르면 당시 이 조합원은 귀갓길에 조직폭력배 세 명에 의해 가방과 핸드폰을 빼앗긴 채 광양시내 한 노래방으로 끌려갔다. 이곳에서 조직폭력배들이 “덕산 사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노조를 탈퇴하면 3천 만 원을 주겠고 포스코 쪽 아는 사람과 연결시켜 주겠다”고 종용했다. 이에 이 조합원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일주일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뒤 그들과 헤어졌다. 그 뒤 이 조합원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허형길 DSC(덕산) 분회장을 만나러 가자 폭력배 세 명은 허 분회장이 있는 곳까지 따라갔다.

이 자리에서 폭력배들은 지회 임원과 가족, 함께 있던 지인에게까지 시비를 걸고 집단폭행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배 한 명이 술병을 들어 함께 있던 지인의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고, 의자를 들고 찍기까지 했다. 특히 폭력배 한 명은 “다 죽여 버리겠다”며 칼을 찾으러 주방으로 향했고 허 분회장 처에게까지 폭력을 가했다. 이들의 난동은 3일 새벽 2시 30분 경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끝났으며 폭력배들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이와 관련해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장영열)는 지난 9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포스코 자본의 노조 탈퇴 협박과 집단폭행 사건을 엄정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때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조합원에 대한 회유, 협박, 폭력테러 등에 지역 조직폭력배까지 개입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지회는 당시 가해자와 배후자에 대한 엄정수사와 함께 조직폭력배를 사주한 포스코 사내하청 DSC(주) 사장을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지회는 “상식적으로 그들(조직폭력배)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노조 탈퇴와 관련해 제시한 엄청난 재원의 출처가 어디인지 짐작간다”며 “수십 수백 억 원이 들어도 포스코 내의 금속노조를 없애버리겠다는 공공연한 소문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장영열)는 지난 9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포스코 자본의 노조 탈퇴 협박과 집단폭행 사건을 엄정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세 곳 사내하청사 노동자들로 구성된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그동안 조합원 징계, 고소고발,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하청노동자 임금차별 등의 탄압에 시달려왔다. 세 곳 전체 조합원 59명 중 지회 임원과 집행부 9명이 이미 사측의 징계로 해고된 상태다. 해고 사유는 회사의 일방적인 단협해지를 이유로 한 노조 교섭위원 무단결근이다.

아울러 (주)DSC(덕산)는 조합원 14명에게 1억 5천 만 원을, 삼화산업은 조합원 9명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2008년에 조합원 2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지난 해 12월부터는 조합원 한 명이 추가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포스코 제철소 내에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곳은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다.

금속노동자 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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