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98개 건물 166명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 윤명순 공공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및 이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청소용역업체들이 실제 쉬지도 못하는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책정해 노동자들 임금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투쟁에서 확인했듯이 실제 휴식을 취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용역업체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상으로 휴게시간을 길게 명시하고 그 만큼의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 이같은 사실은 따뜻한 밥 한 끼의 캠페인단이 최근 진행한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하 ‘따밥’)이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전하고 이후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서는 150여 명 조사원이 4월4일부터 5월11일까지 서울지역(경기·인천지역 일부 포함) 98개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166명의 노동조건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류남미 공공운수노조(준) 정책기획국장은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조사결과 분석한 이후 도착한 한 관공서 청소노동자의 조사서 내용을 전했다. 그는 하루 11시간을 일하는데 휴게시간이 3시간30분으로 책정돼 85만원(세금 공제 전)을 받았다. 이 금액은 하루 노동시간 7시간30분 기준 최저임금이다. 류 국장은 용역업체들이 휴게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며 노동자들 임금을 갖고 장난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 고용형태는 용역직이 93.2%로 대다수가 용역직이었다. 평균 계약기간은 13.4개월, 정년은 평균 63.2세. 응답자 중 32.8%가 사업장 내에서 본인이나 동료의 해고를 경험했다. 해고 사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한 해고이며, 별다른 사유 없는 관리자 일방통보에 의한 해고가 그 다음으로 높았다. 청소노동자들은 용역회사 눈 밖에 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된다. 관리자 말 한 마디로 해고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소노동자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7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을 넘는다. 하루 총 휴게시간은 1시간 48분으로 근기법에서 규정한 하루 8시간 노동기준 휴게시간 1시간보다 길다. 이는 용역업체가 임금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각 30.9%, 51.5%만 휴무하고 있으며, 노동절 유급휴일 경우 응답자의 56.1%가 유급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연월차도 52.1%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 치현 조사원(학생행진)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및 이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간 실태조사 경과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청소노동자 임금은 평균 1,060,795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한다. 각종 법정수당을 비롯해 일부는 연월차 휴가수당, 월할 계산된 퇴직금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약 36만원 정도 낮고, 용역직 평균임금은 1,009,138원으로 전체 임금평균보다 5만원 정도 낮다. 노조가입 응답자의 평균 임금이 전체 청소노동자 평균임금보다 23만원 이상 높았다.

청소노동자 21.2%가 산재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산재발생 사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미끄러운 바닥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도구 지급현황에서는 작업화 지급비율이 절반 정도에 그쳤다. 산재처리도 54.5%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모든 질병과 사고를 본인이 자비로 처리한다는 비율도 높았다.

청소노동자의 94.2%가 일하다가 점심식사를 하며, 출근시간이 새벽이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하는 이들도 41.9%나 됐다. 60% 정도가 취사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44.5%는 식사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식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휴게실이 있다고 답했지만, 휴게실 위치는 지하실이 50.8%로 가장 많고, 사무실 등 안정적 공간에 휴게실이 설치된 경우는 35.5%뿐이었다. 업무 특성상 먼지나 오염물질 노출이 많지만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시설이 있는 곳은 36.2%에 불과했다.

청소노동자의 59.4%가 멸시와 조롱, 정해진 청소업무 이외 업무지시 등 부당한 경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2.9%는 만남을 강요당하거나 성적인 농담 등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주요 가해자는 용역회사 관리자들이었다.

사업장 내 청소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21.7%였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응답자는 20.6%였다. 노조 필요성에 대해서는 65.4%가 매우 혹은 조금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태조사에 참가한 조사원들은 조사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그리고 고용불안 등이 상존해 자신의 노동환경을 입밖에 내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명순 공공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고대 청소노동자)는 홍대와 이대, 고대, 연대, 고대의료원 청소노동자들 투쟁을 통해 거둔 성과, 그리고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상황을 전하고 “노동자가 일하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느냐? 왜 노동자가 소중한 것을 모르느냐?”고 꼬집었다.

윤 부지부장은 “사회가 너무 잘못 돌아간다”면서 “부자들 배불리고, 외제차 타고, 양주 먹고, 백화점 쇼핑한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웃으며 즐겁게 일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면접조사는 마무리됐으나 따밥은 노동시간, 임금, 식대와 휴게실 등 노동조건을 묻는 네티즌 조사가 5월 말까지 진행해 청소노동자들 요구를 폭넓게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요구안을 각계 전문가와 현장 청소노동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마련한다. 제도개선 요구안은 6월4일 개최될 2회 청손노동자 행진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따밥은 오는 6월4일 오후 2시 보신각에서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제2회 청소노동자 행진 ‘밥과 장미의 행진’을 펼친다. 이어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 토론회와 제도개선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및 이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가한 공공노조 청소노동자가 회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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