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명 조합원들 85호 크레인 사수하며 극렬 저항 중

▲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결국 한진중공업 사측이 '행정대집행'을 이유로 200여명의 용역을 투입 85호 크레인 아래에 있는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 27일 오후 한진중공업 사측이 '행정대집행'을 이유로 200여명의 용역을 투입 85호 크레인 아래에 있는 조합원들을 끌어낸 후 크레인 위에 있는 조합원들도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살인적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던 한진중공업 현장에 행정대집행이라는 미명의 폭력진압이 자행됐다. 지난해 12월20일 한진중공업지회가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한지 188일 만에 벌어진 폭거다.

경찰은 27일 오후 1시 경부터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중무장한 경찰병력 1600여 명을 투입해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한진중공업 사측도 수백 명의 용역을 동원, 경찰과 함께 조선소를 습격했다.

공권력 투입에 앞서 한진중공업지회 집행부가 이날 오전 일방적으로 현장복귀를 선언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어 오후 1시 경 채길용 지회장과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이재용 대표가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후 촬영한 연합뉴스 기사가 보도되자 경악한 국민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규탄 목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행정대집행이 예고됐던 오후 1시가 가까워오면서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한 경찰간부가 기동타격대들에게 “체포해!”, “마음 약해지면 안돼, 알겠냐? 이건 정당방위라고” 말한 내용이 전해졌다. 이어 대형크레인 3대와 메트리스가 조선소 내로 반입됐고, 진압용 곤봉과 방패, 소화기를 든 수천 명의 기동타격대 진압조가 현장으로 들어갔다. 한진중공업 정문 앞에서는 노동자들 투쟁을 엄호하려는 기자회견마저 봉쇄됐다.

한진중공업지회 100여 명 조합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 사수에 나섰다. 30~40명이 크레인에 올라 밧줄을 몸에 밧줄을 묶었다. 크레인에 오르는 계단에도 자신의 몸을 단단히 묶은 노동자들이 칸칸이 앉아 크레인에 오르는 길을 차단했다. 크레인 밑에도 30~40명 조합원들이 연좌해 구호를 정리해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 27일 오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한 가족대책위 소속 회원이 공권력투입을 막아 줄 것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명익기자
▲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27일 오후 행정대집행이 시작되기 전 85호 크레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경찰이 오후 3시2분 경부터 크레인 밑에서 연좌하던 노동자들을 한 명씩 뜯어내 연행하기 시작했다. 연좌대오 진압이 끝나자 이어 경찰은 크레인에 오르는 계단에서 몸을 묶은 채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키려 온몸으로 저항하는 조합원들에게 접근해 밧줄을 잡아당겨 풀고 한 사람씩 땅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크레인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김진숙 지도위원이 법원집행관들을 향해 울먹이며 “여러분 우리 살려주십시오. 우리 살고 싶습니다”라고 외쳤지만 크레인을 지키는 조합원들은 계속 끌려나갔다. 계단에 몸을 묶은 노동자 서너 명을 끌어내려 연행한 경찰과 용역들은 위험한 상황임을 알았는지 다시 계단을 내려가 3시50분 경부터 오후 6시20분 현재까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집행관을 대동한 경찰과 용역에 의해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끌려나갔고, 지금 이 시각 30여 명이 크레인 중턱에 올라 저항 중이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세워 그곳 현지법인에서 배를 만들어 팔면서 지난 3년 간 영도에는 일부러 수주를 안했다. 회사가 어려운 양 온갖 엄살을 떨면서 생산직 노동자 400명을 자르고도 주주들은 174억 배당금을 나눠가진 회사가 한진중공업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대변한다는 노조 집행부는 오늘 사측과 소위 ‘노사합의서’를 체결하고 언론에 공표했다.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 지회장이 오늘 오후 1시 경 영도조선소 식당에서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와 체결한 노사합의서 내용은 △해고자중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처우 기준 적용 △형사 고소고발 취하 △손해배상청구 최소화 △김진숙 지도위원 퇴거는 노조가 책임진다는 것. 일부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저항했지만 지회 집행부는 노사합의를 강행했다.

채길용 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집행부가 사측과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물론 그 내용까지도 조합원들은 전혀 몰랐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역시 뒤통수를 맞았다. 집행부는 지난 이틀 간 사측과 교섭하면서도 조합원들에게 교섭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트위터를 통해 교섭내용을 알게 된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에 가서 항의하자 채 지회장은 “조직적 퇴각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총파업 철회와 현장복귀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들이 “지회의 퇴각입장은 85호 크레인과 해고자들을 버리는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조장과 대의원들, 비해고자들이 비상대책위를 꾸렸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은 지회가 백기를 드는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27일 새벽 2시30분 막판 교섭 결렬 후 지회장이 사무실로 오자 노조 사무실 앞 계단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오늘 강제적 행정대집행은 오는 29일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에 대한 국회 환노위 청문회가 결정된 상황이고, 또 오는 7월9일 2차 희망의버스가 예정된 가운데 강행된 것이어서 더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국외공장을 운영해도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겠다고 했던 한진중공업 사측은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고, 정리해고에 저항하는 한진 노동자들과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겠다며 희망의버스를 탔던 연대단위 성원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야당 국회의원들과 부산시민들이 영도조선소 앞으로 달려갔지만 경찰의 이른바 ‘행정대집행’은 거침없이 계속됐다.

▲ 27일 정오 한진중공업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등 노동 및 정치,시민사회 단체들이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행정대집행이 시작되기 전 85호 크레인 계단 위에서 밧줄로 서로의 몸을 서로 묶고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지회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행정대집행이 시작되기 전 85호 크레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27일 오후 행정대집행이 시작되기 전 경찰들이 85호 크레인이 보이는 담을 지나가고 있다.이명익기자
▲ 27일 오후 행정대집행이 실시된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전경.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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