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
오랜 기간 ‘무노조경영’ 악명을 떨쳐온 삼성에 노동조합 깃발이 올랐다. 삼성노조는 7월12일 설립총회를 거쳐 18일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서 삼성노조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조장희 부위원장 해고의 아픔이 있었고 이후 더 큰 시련과 탄압이 예상되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소감은?=7월18일 노동조합 설립 필증 교부 1시간 전 에버랜드 인사위원회가 조장희 부위원장 해고를 통보했다. 이어 무리한 감사가 이뤄지던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도 26일 징계위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필증을 교부받은 기쁨도 잠시, 3년 여를 준비하면서 하루도 빼지 않고 해고를 걱정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
노동법 등 현실 문제는 제쳐 두고라도 삼성그룹 역사에서 수십 년 간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할 때마다 반복돼 온,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되는 탄압, 또 동지들과 우리 삼성노조를 겨냥하는 회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 연대를 약속했던 정당, 시민단체, 노동계의 무책임도 답답하다. 민주노총 삼성대책위에서도 별 지원이 없다. 설립 전과 후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삼성과 포스코 등에 노조 깃발을 꽂겠다는 노동계 외침은 공염불이 될 게다.
3년 전 노조설립을 결의하고 준비를 시작할 때 정말 막막했다. 조합원 4명 뿐인 초미니 노조지만 오랜 기간 힘들게 준비했다. 4명의 인생을 걸고 노조를 설립했다.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우리 삼성노동조합은 한 치 흔들림 없이 처음 생각했던 올바른 방향으로 정진할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삼성노조는 꿋꿋이 투쟁할 것이다.
 
△삼성노조가 생각하는 현시기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는?=삼성노조가 초기업 단위를 표방한 이유는 삼성 내 노조설립과 조직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원하는 삼성노동자들은 수많은 탄압과 여러 어려움을 예상하고 극복해야 한다.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점차 조합원 수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 수를 늘리려면 사원들과 직접 대면하고 홍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회사에서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사원들과 소통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과제다.
삼성노조 설립총회 이후 약 2주 정도 시간이 흘렀다. 삼성노조 4인방에게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총회, 설립신고, 징계, 언론·방송보도, 해고, 감사 등 2주 간 처음 경험하는 많은 일들을 접했다.
회사는 우리 결속을 흔들려고 하겠지만 그럴수록 삼성노조는 더 결속력이 강화될 것이다. 계획한 것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반드시 실천할 것이다. 사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삼성노조 조직력은 튼튼해 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삼성노조는 노동자의 역사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사회적 역사적 책무는 무엇일까?=삼성노동조합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초미니노조로 시작하지만 삼성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은 정당한 권리이며, 노사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길임을 입증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에버랜드노조에 대해=삼성에버랜드노조는 회사노조, 어용노조, 알박기노조 등으로 불린다. 정상적 노조라면 이런 별명이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노조를 만들었으면 당연히 설립 사실을 가입대상에게 공지하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활동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노조위원장은 인사팀에서 노사협의회 관리업무만 10년 이상 한 사람이다. 회사 측은 회사에 충정을 가진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삼성노조 설립은 에버랜드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복수노조 허용시점이 다가오자 회사는 은밀히 노조를 만들었고 단체교섭까지 끝냈다. 노동법의 맹점이 현실에서 이런 식으로 악용된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다.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결의와 각오를 밝혀달라=IMF 사태 때도 그렇고 백혈병 피해 문제도 그렇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삼성에서 노동조합은 군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반도에 휴전상태가 5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군대는 유지되고 있다. 삼성에서도 평상적인 상황에서는 노조 필요성이 덜 할지 모른다. 하지만 노조가 없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어떤 위기가 왔을 때 전혀 안전장치가 없다는 의미다. 삼성노동자들도 지금은 시끄럽고 부담스러운 노동조합이 필요 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좀 더 입체적으로 오랜 후를 생각한다면 노동조합은 당연한 것이다. 소외된 삼성 노동자들, 노조를 원하는 삼성노동자들과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소통하고 그 의견이 삼성노조에 반영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에게=지금까지 많은 민주노총 선배들에게 지도와 격려를 받았다. 앞으로 삼성 그룹이 갖는 특수한 정서와 상황 속에서 삼성노조가 조금도 물러섬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진심어린 충고와 지원을 바란다. 지금 삼성노조는 설립 초기 관심과 격려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확실한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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