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공무원, 교사에 대한 정당가입 금지같은 조치를 나이지리아 등 일부 독재정권 하에서 취한 바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적어도 1945년 이후에 그 사례를 거의 접해본 적이 없다”

1920명의 공무원·교사들이 진보정당에 1만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죄인으로 몰려 재판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박노자(38) 교수는 <공무원U신문>에 이같이 밝혀왔다.

박노자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노동운동 와해 흉계를 물리치기 위해 공무원 노동자들은 여타의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같이 투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음은 박노자 교수의 서면인터뷰 요지이다.

- 현재 검찰의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정치자금법 수사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 공공성이 있는 수사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정치적인 탄압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진보 정당 가입 및 재정적 지원 혐의만 문제로 삼지 예컨대 보수정당에 가입하거나 후원한 공무원, 교사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공공성을 위한 수사행위로 보기 어렵고 어디까지나 진보정당 및 진보적 교사, 공무원에 대한 편협한 탄압일 뿐입니다.

- MB정부의 공무원 교사에 탄압이 정당하다고 보십니까. 탄압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당한 탄압”은 있을 수 없습니다. 탄압이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룰들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현재의 교사, 공무원 탄압 같은 경우에는 MB정권 하의 ‘퇴행’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MB는 자유민주주의의 표피를 보존하지만 그 내용을 파괴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공동화, 형해화시키려고 합니다. 한 범주의 노동자, 즉 공무원 노동자들의 정당가입권을 박탈함으로써 그 참정권을 제한시킨다면 이는 이미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라고 보기 힘듭니다.

- 공무원 교사의 정치참여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들어 한국의 상황은 어떤 상황입니까

= 저는 적어도 유럽이나 북미,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가 나름대로 착근된 사회들에서는 공무원 및 교사의 정치 참여의 제한 등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공무원 노동자들은 파업권은 없고 그 일부(경찰, 해경, 교도소 직원 등)는 아예 조합가입권까지 없는 등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강한 편이지만, 참정권 제한은 거기에도 없습니다. 정당가입 금지 같은 조치를 나이지리아 등 일부 독재 정권 하에서 취한 바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적어도 1945년 이후에 그 사례를 거의 접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글을 통해 “공무원교사에 대한 정치활동 금지는 공무원을 무력화 시켜 기득권층의 수족으로 만들려고 한다”라고 표현하셨는데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 금지로 인한 기득권층의 노림수는 무엇일까요.

= 세계적으로 봤을 때 직접적 이윤추구와 무관하고 어디까지 이상적으로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민영부문 노동자들보다 더 급진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단적인 예로서는 1990년대 이전까지 상당히 급진적인 노선으로 나갔던 일본의 일교조 (교사 노동조합)를 들 수 있는데, 바로 일교조 교사들은 최근 다시 도입된 기미가요, 히노마루에 대한 반대투쟁에 앞장 서고 상당한 시련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정권은 한국 공무원, 교사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급진화, 진보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 하는 셈입니다. 특히 전교조 같은 경우에는 진보의 여러 조직 중에서는 가장 풀뿌리조직 잘 돼 있고 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으로 영향력이 가장 강한데,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통해 교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키고 전교조를 조금씩 무력화시킴으로써 한국 진보 운동의 뿌리를 말리려고 하는 듯합니다.

-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시키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 말할 수 있습니까

= 한 범주에 속하는 노동자들이 정당가입권 등 기본적인 정치권리들을 박탈당하는 이상, 당연히 제대로 된 민주주의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1987년에 피나는 투쟁으로 쟁취된 제도적 민주주의마저도 한국 지배자들이 되도록이면 제한시키고 형해화(形骸化)하는 것입니다.

- 공무원 교사의 자유로운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선행할 것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일단 공무원노조를 인정해야 합니다. 어느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봐도 다수의 공무원들에게 조합가입권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사회는 없습니다. 전례 없는 탄압입니다.

- 이명박정부 들어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이 극심합니다. 집권 4년차가 지나도록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설립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수사도 이같은 노조탄압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노조가 국민의 공무원으로 나아갈 방향은?

= 크게 봐서는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은 전체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적 태도의 일부분입니다. 이번 정권 들어서 쌍용자동차 투쟁이나 유성기업 노동자 투쟁에 대한 물리적, 폭력적 탄압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사측의 탄압에 대한 국가적 방조 등 노동운동 전체를 무력화시키려는 노력들은 계속 이어져갑니다. 결국 이 정권이 원하는 것은 노조가 설 자리 없는 ‘기업국가’의 공고화, 즉 총노동에 대한 총자본의 완승입니다. 이와 같은 노동운동 와해 흉계를 물리치기 위해서 공무원 노동자들은 여타의노동자들과 연대해서, 같이 투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직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금지를 해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합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정치참여는 국민 기본권이고, 국민 기본권 행사는 “시기상조”일 수는 없습니다.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가 없는 것이죠. 공무원들의 정치참여권 제한이 가능하다면 다음에는 아예 투표권까지도 제한시키는 것입니까?

- 끝으로 공무원, 교사의 정치자유 투쟁에 대해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민중의 의지가 강력하고 조직적 투쟁의 길로 같이 나아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전교조는 10여년 동안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싸운 결과, 결국 합법화를 쟁취하고, 나아가서는 오늘날 체벌 금지 등 교육부문의 일정한 진보를 가져다주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공무원 노조도 결국 이처럼 투쟁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시대착오적 정치참여제한은 결국 구시대의 잔재일 뿐이며, 이를 연대와 투쟁의 힘으로 우리가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박노자=△197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극동사학과(조선사전공) 졸업 △모스크바대 박사 △경희대 전임강사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동방언어 및 문화연구학과 교수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하얀 가면의 제국>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거꾸로 보는 고대사> 등 저서 다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