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또는 지역단위 초기업 노동조합은 2011년 이전부터 사업장단위에 복수노조를 설립(가입)하여 조합원수와 관계없이 법률과 투쟁으로 교섭권을 쟁취해 왔었다. 그런데 2011년 7월 1일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 금지가 없어진다고 하더니, 멀쩡하게 교섭을 해오던 사업장에서 소수노조이므로 교섭대표노조가 아니라며 교섭권을 박탈해갔다.

1년 내지 3년마다 사용자가 바뀌는 용역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교섭단위분리신청이 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되지 않음으로 새로 바뀌는 사용자의 여러 사업장 중에 한 개라도 교섭이 체결된 곳이 있으면, 노조에 가입해도 교섭을 할 수 없다. 교섭 없는 노조는 이빨 빠진 호랑이와 같다.

따라서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 사용자의 사업장이 어디에 있는지 노조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는 단순한 번거로움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만약 다른 노조가 있다면 교섭대표노조 결정시기는 2년 가까이 남아 있음으로 노조가입을 2년 정도 미루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에게는 특히 비정규직 용역 노동자들에게는 개 같은 세상이다.

국회의원 과반수가 동의를 하던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노동자 민중의 압력에 의해 개악된 노조법을 바꿔야 하는데, 상황은 만만치 않다. 민주당까지 합쳐봐야 과반수에 못 미친다. 내년 총선 이후를 봐야하는데 진보대통합이 잘 안된다느니 국민참여당이 함께 통합해야 한다느니 민주당과 선거연대 해야 한다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기대대로 과반수이상의 민주국회의원이 당선되어 노조법을 개정했다고 한들, 4년 후에 또다시 개헌선까지 보수진영에 국회의원을 내주어 다시 개악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통합이 되어 제도권 안에서 노동법을 바꾸어 낸다면 이는 분명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 바라보면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입 벌리고 있는 노릇도 우리의 역할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지 말자. 오직 우리의 힘과 역량으로 이 난국을 돌파해나가자. 96년 노동조합법 개악저지 투쟁 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었고, 민주당도 지금과 같지 않았는데도 승리한 사실을 기억하자. 초심으로 돌아가서 대한민국의 주류, 민주노총으로 거듭나자. 투쟁참여율을 높이고, 5%밖에 되지 않는 민주노총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20만 미조직 비정규 사업에 매진하자.

초심으로 돌아가 주위를 돌아보자, 나의 주변에 차별받는 노동자, 억압받는 민중이 있다. 차별과 억압이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러한 저항을 모아서 민주노조는 건설되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아직도 여전히 차별과 억압이 있는 곳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은 우리 민주노총을 기다리고 있다. 두 팔 두 다리 걷어 부치고 노동자 민중들이 기다리는 현장으로 거침없이 들어가자. 그 속에 답이 있고 길이 있다.

7만 명이나 되는 지자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12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성일/ 충북지역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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