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던 간병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계약만료일이 다가오자 용역업체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비조합원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해고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한 마디 거들었다. 그 비조합원도 해고되었다. 지금까지 5명의 간병노동자가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었다.

청주시는 노인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 1백57억원을 들여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설립했다. 효성병원을 운영하는 정산재단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간병노동자들은 병원의 하청업체인 하영테크에 속해있다. 하영테크는 배 째라며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조합원들을 한 명, 두 명 해고했지만 원청인 효성병원과 청주시는 ‘나 몰라라’다. 하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간병노동자들은 대부분 50~60대 고령의 여성들이다. 많은 수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은 ‘반찬값 벌이’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녀들의 임금은 저임금일 수밖에 없다.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저임금에 한 몫 한다. 간병일은 환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신경 써야할 것도 많고 육체적으로도 고되다. 하지만 가정에서 가족을 돌보는 여성들은 누구나 쉽게 간병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중하고 귀중한 노동인 돌봄노동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의 일자리가 된다.

청주시노인병원의 해고 사태는 노조에 가입할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비정규직 고용불안,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있다. 여성이라서, 고령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도, 부당하게 해고돼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녀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머리채를 잡히고, 맞아가면서도 노인 환자분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똥, 오줌 받아가며 열심히 환자를 돌봐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존중받지 못합니까?”

사태를 외면하고 있는 청주시와 원하청 업체 사람들도 언젠가는 늙어서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그 도움은 결코 싼 값에, 마구 부려먹을 수 있는 노동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간병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존중받아야 하고, 노동권이 보장받아야 함을 알고 있다. 매일 아침 청주시청 앞에 피켓을 들고 서서 마이크를 잡는다. 간병노동자가, 여성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한 작은 한 걸음이다.

 

송민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총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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