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 부산전역 선전전, BIFF광장 난장...경찰, 59명 폭력연행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85호 크레인에서 276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일 오후 부산 영도조선소를 찾은 사람들을 향해 힘껏 양 손을 펼치며 환호해 주고 있다.이명익기자
▲ 9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5차 희망의 버스'마무리 집회에 참가한 희망버스 탑승객들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277일째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상징하는 'CT 85'대열로 앉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이명익기자
김진숙 지도위원이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지 276일 째인 8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를 염원하는 전국 지역 국민들이 5차 희망버스의 이름으로 부산으로 달려갔다.

경찰은 5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영도로 향하는 대오를 덮쳐 총 59명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평화적으로 행진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을 향해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고 바로 앞에서 스프레이를 발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 바늘을 꿰매는 등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 이어 7일 국회 국정감사에도 불려나가 한나라당 의원에게까지 집중질타를 받았다. 그는 1년 후 해고자들을 재고용하고 1년 간 생활비 2천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5차 희망버스 참가자 일부는 1년 후 재고용, 생활비 지급 등 한진 사측이 제시한 안 관련해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진정투위는 논의를 거쳐 10일까지 금속노조에 의견을 내고 이후 상급단체와 협의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건 5차 희망버스가 8~9일 부산에서 4,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졌다.

경찰은 중무장한 병력과 살수차 등을 부산 시내와 인근에 대거 배치해 5차희망버스가 부산 톨게이트에 접근하는 것부터 봉쇄했다. 버스 짐칸을 열라고 강압하고, 방송장비가 부착된 차량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 8일 저녁 부산 중구 영도 남포동역 로타리에서 '5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한 후 참가자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8일 저녁 부산 중구 영도 남포동역 로타리에서 연행되고 있는 '5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을 칼라TV 김일안 기자(빨간 원)가 촬영하고 있다. 잠시 후 김 기자는 촬영도중 경찰에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되었고 이에 항의하던 칼라 TV 김태영 기자도 함께 연행되었다.이명익기자
전국에서 집결한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은 부산역 앞에서 희망버스 행사를 가지려 했으나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이미 부산역에 집회신고를 내고 장소를 점거한 채 내주지 않는 바람에 8일 오후 6시40분 경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영도로 향하는 대오를 막아섰다.

이에 시민들은 뒷골목을 통해 남포동 BIFF광장까지 행진해 그곳에서 행사를 가졌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국정조사 실시하라!”, “조남호를 처벌하라!”, “한진중공업 승리한다!”, “한진투쟁 함께해요!”, “함께해요 희망버스”를 8박자 구호로 외치며 한진중공업 투쟁을 응원했다. BIFF광장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때로는 도로를 점거한 채 전력질주하며 “김진숙을 살려내자!”고 외치기도 했다.

부산극장 앞에 집결한 대오를 향해 마이크를 잡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명박이 귀가 찢어질 만큼 외치자”면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는 단순한 복직이 아니며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쫓아낸 것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쌍용차를 봐도 1년 뒤에 복직시키니 어쩌니 하는 것 다 믿을 수 없고, 생산의 주역이고 역사의 주체인 노동자가 거지가 아닌데 생활비 2천만원으로 무마하려 하는 것 용서 못한다”고 말하고 “당장 김진숙이 내려올 수 있게 정리해고 철회하라”고 역설했다.

백 소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버스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크레인 농성 중인 한진 조합원들의 건강을 염원한다며 시민들과 함께 ‘섬집아기’를 부르기도 했다.

전북 스머프 참가단이 ‘정준하송’을 불러 환호를 받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문화공연에도 참가자들의 큰 관심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영자 민속보존회장은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부산에 이제야 왔다”면서 “구럼비 바위가 다 깨져나가도 우린 언젠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으니 한진 조합원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마시라”고 격려했다.

▲ 8일 저녁 부산 중구 영도 남포동역 로타리에서 '5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한 후 참가자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8일 저녁 부산 남포동 BIFF 광장에서 경찰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던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이명익기자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 강정마을은 한진중공업 조합원과 김진숙 지도위원을 언제까지나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며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제주민요와 굿소리 공연을 선보였다.

연세대 김진영 학생, 일본 오사카 다카마유니온 위원장과 조합원들, 담양의 대안학교 학생들도 5차희망버스 참가 소감을 밝히며 한진 노동자들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영 연세대 학생은 학교 측과 용역업체가 짜고 민주노조 파괴에 나선 공공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투쟁상황을 전하며 “김진숙 지도위원 투쟁으로 만명이 나섰듯이 그 만명이 다시 잘 싸우면 1억명 투쟁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회, 반값등록금 모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일본 오사카 다카마유니온 위원장은 “일본에서 우리는 모든 원전 철폐, 미군기지 철폐, 비정규직 철폐 등 세 가지 과제를 갖고 싸운다”고 전하고 “일본과 한국의 자본이 결탁해 우리 노동자를 탄압하니 한국과 일본 노동자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희망버스를 일본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도 여러분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으로 돌아가자!”, “평화집회 보장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가능하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가능하다!”는 노동자시민들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BIFF광장 부산극장 앞에서 행사를 마친 대오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다시 영도로 행진을 시도했다. 시민들이 광장을 벗어나 밤 10시40분 경 영도다리를 앞두고 롯데백화점이 있는 중앙대로에 진입하자 사방에 지켜섰던 경찰병력이 쏟아져나와 최루액을 난사했다.

경찰은 살수차를 3대 배치해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향해 최루액을 난사하고 그 속에서 무차별적 폭력연행을 일삼았다. 연행자 중에는 기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오 주변에서 사찰을 일삼다가 희망버스 참가자들 속으로 뛰쳐 들어와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 폭력연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연행자들을 부산지역 5개 경찰서에 분산배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8일 저녁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영도 조선소를 찾은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오른쪽)와 정지영 감독 등 영화인들이 김진숙 지도위원과 통화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이명익기자
▲ 8일 저녁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영도 조선소로 향하던 '영화인 희망버스'의 영화인들의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조선소로 향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리게 되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이명익기자
5차 희망버스 참자자들은 다시 부산극장 앞에 집결해 경찰의 폭력과 무차별적 연행 행태를 강력히 비난하고 밤샘 난장을 벌였다.

아프리카TV 촬영활동가, 다함께 소속 청년학생, 부산시민, 김용두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크레인 농성 중인 박영제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의 부인, 신안 지역 전교조 교사를 비롯해 많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앞에 나와 자유발언이나 공연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9일 오전 다시 영도로 가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보려 했지만 경찰은 사방팔방으로 병력을 배치해 진입을 통제했다. 걸어서 가는 사람들은 영도대교 앞에서부터 경찰에 차단당했고, 크레인 앞으로 가는 버스를 타자 한진중공업 앞 정류장에 정거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택시나 자가용 역시 경찰에 막혔지만 그래도 몇몇 참가자들은 기어이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앞까지 가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났다.

한편 5차 희망버스에 앞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당일 오후 3시 부산진역에 집결해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 주최로 열린 ‘한진중공업 문제해결!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 MB정권 심판! 민중대회’에 참가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재벌과 이명박정권은 부자감세, 고환율로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곳에 쌓은 채 일자리를 노동자와 청년에게 제공하기는커녕 노동자들 고혈을 짜 번 돈으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용역깡패를 고용해 노동자를 때려잡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지만 삼성전자 백혈병 노동자 단 한 사람도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고, 현대차는 비정규직 단 한 명도 정규직화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재벌만 잘사는 정상이 아닌 이 사회를 끝장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희망버스 때문에 방해받는다고 저들은 말하지만 그 어떤 영화제보다 그 어떤 영화보다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투쟁은 바로 276일째 계속되고 있는 크레인 농성이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투쟁이야말로 부산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 8일 저녁 부산 남포동 BIFF 광장에서 열린 '5차 희망의 버스' 희망난장 행사에 참가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8일 저녁 부산 남포동 BIFF 광장을 가득 메운 '5차 희망의 버스'참가자들이 문화공연을 지켜보고 있다.이명익기자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는 언제나 노동자가 아닌 적이 없었고, 20년을 피터지게 싸워 이제 겨우 노동자 소리를 듣게 됐다”고 말하고 “우리가 서로 소통해야 다시 희망을 만들고 세상을 바꿀 힘이 된다”면서 “위원장이 되니 여기저기 다니며 연설할 일이 많은데 저는 말 잘 하는 위원장이 아니라 금속노조 내 33개 투쟁사업장 아파하는 동지들과 싸워 승리하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진정투위 김인수 부대표는 “정리해고 후 2명 노동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고, 3000명이었던 한진노동자가 이미 1400명으로 줄었고, 임금은 30%가 줄었는데, 한진중공업 임원들 임금은 수천만원이, 또 수주를 한 건도 못한 조남호 아들 조원국은 연봉이 1억 인상됐다”고 전하고 “노동자에게 죽음을 강요하며 자본가들은 돈잔치를 벌였다”며 분개했다.

김 부대표는 “김진숙을 살리자며 희망버스가 출발했고,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해 한진자본을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세워 잘못된 정리해고였음에 온 세상에 알려졌다”면서 “김 지도를 안전하게 내리고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야 한다”고 말하고 “한진중공업 투쟁은 정치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희망을 만드는 투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중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곧바로 부산 전역에 흩어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그에 맞선 김진숙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투쟁을 알리는 선전전을 펼쳤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선전물 10만장을 부산 시민과 영화제 때문에 부산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올바른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영화인들 역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행동에 나섰다. 영화제 개막식에서는 레드카핏을 밟은 세명의 영화인들이 한진중공업과 강정마을 투쟁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5차희망버스에도 함께 했다.

희망버스 첫날인 8일 오후 해운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출발한 영화인 30여 명은 영도조선소로 향하는 과정에서 경찰 원천봉쇄에 부딪쳤으나 끝까지 싸워 결국 85호 크레인이 바라다보이는 조선소 앞까지 갔다. 그들은 김진숙 지도위원, 그리고 크레인에서 함께 농성하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을 만나 마음을 나눴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277일(10월9일 현재),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의 끈질긴 투쟁, 총 다섯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부당성을 온 국민과 전 세계에 알려냈다. 조남호 회장이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장에 섰다.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8일 저녁 부산 남포동 BIFF 광장에서 열린 '5차 희망의 버스' 희망난장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8일 오후 '5차 희망의 버스'공식집회에 앞서 부산진역에서 열린 사전대회에 참가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9일 오전 부산시 영도구 봉래 제2동에서 '5차 희망의 버스' 탑승객과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영도조선소로 향하던 도중 경찰의 불신 검문에 막혀 조선소 방향으로 이동이 제지되자 항의를 하며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이명익기자
▲ 9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5차 희망의 버스'마무리 집회에 참가한 희망버스 탑승객들이 한진중공업 조합원들과 가족대책위 회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부산역을 떠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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