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서만 17번째 죽음...노조 “사회적 타살, 반드시 책임 물을 것”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 의하면 해고자인 김OO 조합원(36세)이 10일 자택인 평택시 비전동 진우자란APT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당일 새벽 5시 그는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한 후 아침밥을 챙겨주고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홀로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이날 오후 3시 경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고인을 발견했다. 김OO 조합원은 아직 미혼이며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3팀 샤시과에서 일했던 김OO 조합원은 지난 2009년 77일 공장점거파업에 함께 했고, 7월 중순 경찰의 무력진압이 있기 전날 회유와 협박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공장을 나왔다. 그 후 희망퇴직을 했다.

퇴직금과 자동차를 판 돈으로 생활했다. 퇴직 후 취업은 쉽지 않았고, 카드부채가 쌓아갔다. 홀어머니가 카드빚을 갚아야 했다. 극심한 생활고가 오랜 기간 계속됐다. 목숨을 끊기 며칠 전 김OO 조합원은 지인을 만나 취업하기 힘들고 여러가지 문제를 토로하며 괴로운 심경을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OO 조합원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이맘때도 유서를 써놓고 자살하려는 것을 어머니가 나서서 말렸다고 한다. 고인의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컸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유족들은 1년 전부터 대인기피증이 있었고, 6개월 전부터는 아예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며 주변과의 관계를 정리해 나갔다고 전한다. 고인 핸드폰에 본인 사진 두 장과 친구 한 명의 전화번호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쌍용자동차지부는 “며칠 전(10월4일) 소위 산자라고 하는 공장 안 노동자가 자신의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식을 접했고, 그 슬픔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17번째 죽음이라는 비보를 접한다”고 비통해했다.

이어 “이번 죽음도 단순한 죽음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도덕적 법적 책임의 주체인 쌍용자동차 사측은 알맹이 없는 비전선포와 겉치레 행사에만 여념이 없다”고 분개하고 “쌍용자동차 책임이 분명한데도 이것을 용인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금까지 죽어간 노동자들이 그러했듯 고 김OO동지가 끝내 보려 했던 공장복귀의 염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것”이라고 못박고 “그것이 김OO동지를 비롯해 투쟁과정에서 숨져간 동지와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면서 “고 김00동지의 명복을 빌며 부디 갈등과 번민 없는 편한 곳으로 영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보고서와 참여연대 실태 조사 결과를 빌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일면을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95%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52%가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으며, 일반 자살률에 비해 3,7%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지부는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김OO 조합원 빈소는 평택장례문화원 특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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