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포구를 오르는 수녀님들의 평화로운 그림이면 좋으련만 이 길을 따라 오르는 방파제 끝엔 끔찍한 참상 뿐 이다. 사람들은 쫓겨나가고, 바위는 깨져나가고 마을과 바다를 이어놓던 길엔 철조망과 펜스가 놓여지고, 그렇게 무너진 마을의 공동체 사이엔 이젠 미움과 반목을 먹고 해군기지가 자라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이 마을은 매일 매일이 전쟁이고, 매일 매일이 이전의 모습을 잃어가는 고통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아직이라도 평화롭던 강정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은 계속 이 곳을 찾고 있다. 우리가 찾아오는 이곳이, 이 길이 더 이상 절망의 끝이 아닐 거라고 다시 이 길을 오른다. 결국엔 평화의 길로 바뀔 거라는 믿음과 함께. 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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