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수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의 희망텐트촌 기고

▲ 지난 10월29일 경기 평택시 통북동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료 공간 와락 개소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이명익기자
희망텐트촌은 해고노동자들의 ‘살기위한 손짓’이자 ‘연대의 마을’이다!

사람이 살기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보았을때 “죽는 것 빼고 다 해봤다”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19명의 동료와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이라는 끔찍한 상황을 지난 2년6개월간 겪어왔다.

그러나 ‘죽음’조차도 콘크리트 같은 쌍용차 정문을 열지 못했고, “함께살자”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회사가 살기위해 너희들은 못 들어온다”, “회사안에 금속노조가 들어오게 할 수 없다”는 쌍용차 이유일 사장의 독기어린 말만 들려오고 있을 뿐이다.

지난 7일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문 앞에 희망의 텐트촌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19명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있는 그들에게, 절망의 벽을 마주보고 있는 그들에게 희망의 텐트촌은 ‘살기위한’ 절규이고 ‘함께살자’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희망텐트촌(村)은 연대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마을이다. 1박도 좋고, 2박도 좋고, 이 희망의 마을을 풍성하게 꾸며 줄 그 무엇으로도 연대할 수 있는 열린 연대의 마을이다.

 저들은 희망텐트촌을 두려워하고 있다!

7일 7동으로 시작한 희망텐트촌은 19시간 만에 1000여명의 공권력에 의해 철거되었다. 그리고 8일 다시 설치된 6동의 희망의 텐트 또한 강제 철거를 당하였다.

게다가 연행에, 도로법 위반 소환에, 행정대집행 계고장까지 일사천리로 희망텐트촌을 겁박하고 있다. 공안검사와 경기도경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평택시를 압박하여 희망텐트촌 강제철거를 강요하고 있다. 회사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관리자들을 강제 동원하여 구사대를 조직하였고, 유령집회신고를 면피하기 위해 정문 앞 청소집회를 하는 웃지못할 풍경까지 연출하고 있다.

저들이 희망텐트촌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 7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망텐트촌 건설,사수 결의대회'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그러나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는 희망버스의 구호처럼 지금 희망텐트촌 마을 촌민들은 텐트를 철거하면 다시 설치하고, 연행할라치면 48시간 쉬다 나오겠다고 서로 먼저 연행되겠다며 이 투쟁을 기꺼이 즐기고 있다.

텐트는 철거할 수 있어도 희망까지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공장앞에는 수십, 수백동의 희망텐트촌을 맞이하기 위해 5동의 희망텐트와 1동의 마을회관 천막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동지들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23일, 우리모두 보여주자! “우리는 여러분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안에 갇혀 있던 2009년 7월 어느 날을 기억한다. 수천명의 공권력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고, 구사대가 쏘아대는 볼트는 귓전을 스치고, 경찰헬기가 내리꽂는 최류봉지에 살갗이 타들어가던 어느 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집회대오가 공권력에 밀려 공장 정문을 뒤로하고 밀려 나가던 바로 그 날, 구사대의 확성기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여러분을 버렸습니다”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 말이 지난 2년6개월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혀 있다.

이제 우리가 그 심적 부채를 갚아야 할 때이다. 그들의 가슴에 꽂혀있는 그 아픔, 절망감을 풀어주어야 할 때이다.

12월 23일, 모두 텐트와 배낭, 먹을거리를 싸들고 쌍용차 희망텐트촌으로 모이자!

1박2일 “와락 크리스마스” 연대 캠프를 쌍용차 희망텐트촌에서 보내자!

누가 이기는가? 우리가 이긴다!

남정수/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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