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희망뚜벅이가 갑니다

▲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환구단 공원 재능교육 농성장 앞에서 열린 '재능교육 복직투쟁 1500일집회' 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강종숙 위원장이 연설문을 읽자 뒤에서 연설문을 듣던 유득규 학습지노조 사무처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명익기자
재능 노동자들 농성 1,500일입니다. 그리 오래되면 마음이 무뎌질 듯한데, 재능 동지들은 또 눈물을 흘립니다. 함께 싸우던 동지를 암으로 잃고, 허망하고 아픈 마음을 추스르느라 얼굴들이 반쪽이 되었습니다. 마음 속 가득한 슬픔을 안고도 다시 투쟁을 준비하는 재능동지들을 보니 마음이 미어집니다. 또 한 켠에는 19명 죽음의 무게를 견디며 1,000일 ‘3차 포위의 날’을 준비하는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보입니다. ‘결사 항전!’ 말 그대로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했던 이들이, 산타복장을 하고 노란 머리띠도 두르고, 엉덩이를 흔들며 춤도 춥니다. 연대해준 동지들과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지만 이 동지들의 마음 속 고통을 이해하자면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이들 뿐이겠습니까? 풍산마이크로텍, KEC, 세종호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콜트-콜텍, 유성기업, 코오롱, KTCS, 대우자판, 한국3M…. 아프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서는 동지들이 보입니다. 노조를 파괴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고, 정리해고로 삶을 파괴하는 이들에 맞서 분투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비겁하고, 희망이 과연 있을까 막막해하고, 너무 아픈 마음을 기댈 데 없어 울기도 하지만, 다시 숨을 돌리며 꿋꿋하게 서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새 자기 사업장 문제만 생각하고, 길게 투쟁하는 이들을 보면 답답해하고, ‘투쟁’이라는 단어가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우리 투쟁의 힘보다 정치적인 힘이 더 크다는 착각에 빠지고, 연대의 충만함을 믿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희망버스’ 승객의 이름으로, 자기 돈 3만원씩 내고 모처럼의 휴일도 반납하면서까지 85크레인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무도 물대포와 최루액과 소환장과 연행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소금꽃’이라고 외치며 진정 한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희망’이었습니다.

▲ 31일 아침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뚜벅이' 2일차 행사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명동 세종호텔 앞 계단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우리는 원래 그렇게 이겨왔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것이 중요함을 잘 아는 우리는 그 연대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이제 모두가 이기기 위해, 비정규직이라서 권리를 빼앗기고, 정리해고 당해 삶이 파괴되고, 노조탄압으로 고통받던 이들이 먼저 나섭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함께 걷는 ‘희망뚜벅이’들입니다. ‘함께’ 나서 비정규직을 만들고 정리해고를 자행하는 제도와 구조를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1월 30일 비정규직의 상징 재능혜화동 본사에서 출발해서 2월 11일 정리해고의 상징 쌍용자동차까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13일간 행진을 합니다. 이들만 걷는 것은 아닙니다. 교수들이 종교인들이, 인권단체활동가들이, 예술가들이, 청소년이, 성소수자가, 장애인이, 철거민이, 촛불시민이, 함께 걷습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이들, 그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함께 걷습니다. 걷지 못하는 이들은 ‘응원단’으로도 함께합니다.

‘희망뚜벅이’는 노동하는 이들이 존중되고 주인이 되는 사회를 위한 작지만 희망찬 출발입니다. 이 시작에 함께합시다. 서로 힘을 모아 손을 맞잡고 함께 걷고, 걷지 못하더라도 응원단으로 함께 합시다. 그렇게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같이 내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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